별은 왜 죽는가,
그리고 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by 하봉길

1. 밤하늘의 질문

그날 밤, 모세와 나는 지리산 자락의 작은 마당에 나와 있었다. 밤하늘은 유난히 맑았고, 별들은 마치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이 빛나고 있었다. 모세는 고개를 젖혀 하늘을 바라보다가 문득 물었다.

"아빠, 별도 죽는대. 그렇게 밝게 빛나던 게 언젠가는 꺼진대. 근데... 별은 왜 죽는 거야? 죽는다는 건, 정말 사라진다는 걸까?"

나는 잠시 말없이, 창밖 어둠 속에 박힌 작은 별들을 바라보았다. 모세의 질문은, 별에게만 던진 것이 아니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에게, 그리고 언젠가 떠날 모든 것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2. 별의 생명과 연소

나는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모세야, 별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자신의 생명을 다 태우기 시작한단다."

나는 손바닥을 펴서 모세 앞에 내밀었다.

"별은 자기 안에 있는 수소를 불태워, 빛과 열을 만들어내지. 그 빛이 우리에게 닿아, 우리가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 저 멀리서 반짝이는 거야."

모세는 조용히 숨을 들이쉬었다.

나는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그 수소가 다 타버리면, 별은 힘을 잃기 시작해. 자기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수축하거나 폭발하거나, 다른 형태로 변하게 돼."

3. 별의 죽음, 사라짐이 아닌 변화

나는 한동안 생각에 잠긴 듯, 다시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그걸 우리는 '죽음'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별은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야."

모세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럼, 어디로 가는 거야?"

나는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별은 죽으면서, 자신이 품었던 모든 것을 세상에 뿌려. 탄소, 산소, 철, 질소... 우리 몸을 이루는 모든 원소들은, 다 별이 죽으면서 남긴 선물이야."

4. 별의 선물, 우리 몸 속의 우주

모세는 놀란 표정으로 손을 들여다보았다. 그 작은 손 안에, 별의 기억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모세야, 우리가 숨 쉴 수 있는 산소, 우리 피 속의 철분, 우리 몸을 이루는 단백질의 탄소... 이런 것들이 모두 별 속에서 만들어진 거야. 넌 지금 별들이 만든 물질로 살아가고 있는 거지."

모세는 자신의 팔을 꼬집어보았다.

"아프네! 근데 진짜 별이 만든 건가?"

"그래. 우주 초기에는 수소와 헬륨만 있었어. 다른 원소들은 다 별 속에서 핵융합 반응을 통해 만들어졌지. 그리고 별이 폭발할 때 그 원소들이 우주로 퍼져나갔고, 그 원소들이 모여서 지구가 되고, 산과 바다가 되고, 너와 내가 된 거야."

5. 우리는 별에서 왔다

"아빠도 정말 별에서 왔어?"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도 별에서 왔고, 너도 별에서 왔어.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알아보는 걸지도 모르지."

모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서로를 알아본다고?"

"응. 어쩌면 우리는 같은 별에서 왔을지도 몰라. 그래서 내가 너를 처음 봤을 때, 이상하게 친숙하게 느꼈을 수도 있고."

모세는 소리 내어 웃었다.

"아빠 말이 정말 이상해!"

6. 죽음에 대한 깊은 질문

나는 모세의 웃음이 잠시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물었다.

"모세야, 네가 아까 물었지? 죽음이 정말 사라지는 건지. 그 질문을 좀 더 생각해보자."

모세는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와 고개를 끄덕였다.

"별은 죽을 때 자신의 모든 것을 주변에 흩뿌려. 그게 별의 마지막 선물이야. 그리고 그 선물 덕분에 우리 같은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수 있게 되지."

7. 별빛의 영원한 여행

나는 저 멀리 밤하늘의 별을 가리켰다.

"저기 보이는 별들 중에, 어떤 별은 이미 죽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 별이 보낸 빛이 아직 우리에게 오는 중인 거지. 별이 죽은 후에도, 그 별의 빛은 계속 우주를 여행하면서 다른 존재들에게 닿는 거야."

"아, 그럼 죽어도 계속 빛이 남는 거구나!"

"그렇지. 그리고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야. 우리가 살아가면서 남기는 모든 것들—우리의 말, 우리의 행동, 우리의 사랑—도 마치 별빛처럼 계속 남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거야."

8. 모세의 죽음과 부활

모세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문득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빠... 나 중학교 때 머리 다쳤을 때, 의사들이 나 죽을 거라고 했잖아. 그때 아빠랑 엄마랑 계속 옆에 있어줬잖아"

나는 가슴이 조여왔다. 그 시간들을 기억하는 것은 여전히 고통스러웠다.

"그래... 넌 정말 심하게 아팠어. 30분마다 경련이 일어났고, 귀에서는 피가 계속 흘러나왔지. 의사들은 네가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고 했어."

모세는 회상하듯 눈을 감았다.

"그런데 나는 살았어"

나는 모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래, 네가 살았어. 6개월 동안 병원에 있었지만, 넌 기적처럼 돌아왔어.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회복이었지."

모세가 말했다

"맞아 의사선생님도 어떻게 해서 나았는지 원인을 모르겠다고 했어"

9. 죽음을 넘어선 별과 같은 모세

모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물었다.

"내가 그때 죽을 뻔했는데 살아난 거네? 별처럼?"

나는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모세의 단순한 질문 속에는 깊은 통찰이 담겨 있었다.

"그래, 모세야. 넌 어떤 의미에서는 별처럼 거의 죽음에 가까이 갔다가 다시 태어난 거야. 그리고 그 경험이 너를 특별하게 만들었지. 지금의 너는 그 전의 너와는 다른 사람이 되었어. 마치 별이 죽고 새로운 별이 태어나는 것처럼."

모세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에 잠겼다.

"이제 이해가 돼, 아빠. 죽는다는 건 정말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거구나."

10. 파동의 전환으로서의 죽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파동의 전환이야. 형태가 바뀌는 거지. 마치 물이 얼음이 되고, 또 수증기가 되는 것처럼. 본질은 같지만, 형태가 달라지는 거야."

모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눈빛 안에서, 작은 별 하나가 조용히 다시 태어나는 것 같았다.

11. 별의 아픔과 마지막 순간의 아름다움

"근데 아빠, 별이 죽으면 아파?"

나는 모세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생각했다.

"아마도... 별은 자신의 방식으로 그 과정을 경험하겠지. 하지만 별에게 그 죽음은 어쩌면 가장 화려한 순간일 수도 있어.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킬 때, 그건 우주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순간이거든. 마치 자신의 모든 것을 활짝 펼쳐 보이는 것처럼."

12. 우리의 죽음과 삶의 연속성

모세는 한참 동안 밤하늘을 바라보며 묵묵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문득,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빠... 우리도 언젠가 죽겠지?"

나는 모세를 바라보았다. 그 질문은 피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모든 존재가 언젠가는 마주하게 되는 질문이었다.

"그래, 모세야. 우리도 언젠가는 이 형태로 있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야."

"어떻게?"

"우리가 사랑한 모든 것들, 우리가 나눈 모든 대화들, 우리가 만들어낸 모든 웃음들... 그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아서 계속 살아가게 될 거야. 마치 별의 원소들이 우리 몸 속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처럼."

13. 영원한 연결의 약속

나는 모세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진짜 어디로 가는지, 그건 아무도 정확하게 알지 못해.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는 계속 연결되어 있다는 거야. 별들과도, 서로와도."

모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했다.

"난 걱정 안 해. 아빠랑 같은 별에서 왔으니까, 어디로 가도 아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모세를 꼭 안아주었다. 그 순간 밤하늘의 별들이 더 밝게 빛나는 것 같았다.

"그래, 모세야. 우린 언제나 서로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별들이 서로를 비추듯이."

14. 죽음에 대한 대화 속 생명의 울림

우리는 그렇게 밤하늘 아래 조용히 앉아 있었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순간은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저 하늘의 별들이 자신의 죽음을 통해 새로운 생명에게 축복을 내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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