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이후에는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을 아는가?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가 사라진 것 같지만, 그 경계면에는 모든 정보가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물리학 이론이다.
놀랍게도 우리의 얼굴이 바로 그렇다.
낡은 여권들을 뒤적이다 충격을 받았다.
1989년 여권 사진 속 내 얼굴은 영락없는 필리핀 마피아 보스였다. 중절모에 멜빵 바지, 007 가방을 들고 전국을 누비며 뮤지컬 티켓을 팔던 시절. 표를 팔러 나갈 때는 가방 가득 티켓을, 돌아올 때는 현찰을 가득 담아 왔다.
밤이면 담배를 꼬나물고 포커를 치던 그 시절의 나. 사진 속 얼굴은 '언터처블'의 악역 그 자체였다. 툭하면 주먹이 먼저 나가고, 참을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던 그때의 내가 고스란히 얼굴에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 2025년의 나는 철학을 이야기하고 호흡 수련을 하며 책을 쓴다. 사람들은 말한다. "같은 이름인데 완전히 다른 사람 같다"고.
무엇이 바뀌었을까? 성형수술? 아니다. 의식이 바뀌었을 뿐이다.
우리의 얼굴은 살아온 삶의 모든 사건들이 박제된 사건의 지평선이다.
평생 불평불만하며 살아온 사람의 얼굴에는 그 불만이 주름으로 새겨진다. 늘 웃으며 살아온 사람의 얼굴에는 웃음 주름이 자리 잡는다. 이것은 미신이 아니라 과학이다.
표정 근육은 우리가 가장 자주 짓는 표정대로 굳어진다. 생각의 패턴은 얼굴의 미세한 근육 움직임을 만들고, 그것이 수십 년간 반복되면 얼굴의 형태 자체가 바뀐다.
그래서 관상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단, 우리가 놓치는 한 가지가 있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종교적 표현을 빌렸지만, 이것은 종교와 무관한 진리다. 인간은 거듭날 수 있다. 의식이 바뀌면 자기장이 바뀌고, 자기장이 바뀌면 끌어당기는 사건이 바뀌며, 사건이 바뀌면 얼굴이 바뀐다.
나이 60, 70이 되어 굳어버린 얼굴도 바뀔 수 있을까?
물론이다. 나 자신이 산 증인이니까.
"살인자인데 왜 선하게 보일까요?"
흥미로운 질문이다. 우리는 악인은 24시간 악한 얼굴을 하고 있을 거라 착각한다. 하지만 조폭 출신 친구 중 한 명은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너그러운 사람이다.
왜일까?
극단적인 어둠을 경험한 사람일수록 빛을 갈구한다. 살인의 순간에 폭발했던 그 어둠을 아는 사람은, 일상에서 더욱 빛이 되려 애쓴다. 상보성의 원리다. 음이 강하면 양도 강해진다.
반대로 늘 선한 미소를 짓는 사람의 속이 곪아 있는 경우도 많다. 겉으로는 천사 같지만 속은 만신창이. 표현하지 못하고 억누른 감정들이 내면을 썩게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지금 이 순간부터 다른 표정을 지어라**
의식적으로라도 새로운 표정을 만들어보라. 늘 찡그리던 사람은 미소를, 늘 웃기만 하던 사람은 진지한 표정을.
**둘째,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표현하라**
속이 썩지 않으려면 배설이 필요하다.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슬프면 울어라. 그래야 중화가 일어나고 조화로운 얼굴이 만들어진다.
**셋째, 자신의 정체성을 바꿔라**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는 고정관념을 버려라. 마트에서는 손님이 되고, 집에서는 가족이 되듯, 우리는 매 순간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오늘 거울을 보라. 그 얼굴에는 당신이 살아온 모든 날들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기억하라.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도 호킹 복사로 증발한다. 당신의 얼굴도, 당신의 운명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의식이 바뀌는 순간, 새로운 사건들이 당신을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도 옛 사진을 보며 말하게 될 것이다.
"이름은 같은데, 완전히 다른 사람 같네."
그것이 바로 거듭남의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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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은 과학이다. 하지만 운명은 아니다."*
*- 필리핀 마피아 보스에서 철학자가 된 어느 남자의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