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가르쳐준 진정성

by 하봉길

비교 없는 존재의 아름다움

산길에서 만난 스승

어제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나비 한 마리가 내 앞에 앉았다. 그 모양이 독특하고 특이했다. 무언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문양과 색깔이었다.

그 순간 나는 깊은 묵상에 빠졌다. 저 나비는 특이하게 꾸미려고 다른 나비들의 문양을 연구하며 어떻게 하면 자기다울까 비교하면서 자기만의 독창성을 찾으려고 애쓰지도 않았는데, 그저 자기로 살아갈 뿐인데도 이토록 아름답고 인상적이구나.

반면 나는 사람들에게 보여질 내 모양을 너무 신경쓰고 있었구나. 비교분석하며 벤치마킹하며 어떻게 하면 독창적일지 연구해서 만들어내려고 애써왔구나 하는 깨달음이 밀려왔다.

비교 의식의 함정

나는 오랫동안 '독창성'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괴롭혀왔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지 관찰하고, 그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내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

이런 과정에서 나는 점점 진정한 자신에서 멀어져갔다. '남들과 다르게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좀 더 특별해 보이려면 무엇을 더해야 할까'라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마치 진정한 나 자체로는 부족하다는 전제 하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덧붙이고 변형시키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비는 달랐다. 나비는 자신이 나비라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다른 나비들과 비교하지도 않고, 더 화려하거나 더 독특해지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그냥 자기 본연의 모습 그대로 날개를 펼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비행하며, 자기가 머물고 싶은 곳에 앉을 뿐이었다.

만들어진 정체성의 해체

그동안 나는 '하봉길'이라는 브랜드를 만들려고 애써왔는지 모른다. 문화기획자로서의 하봉길, 연출가로서의 하봉길, 사회공헌가로서의 하봉길, 유튜버로서의 하봉길... 각각의 영역에서 어떤 모습으로 보여져야 할지 계산하고 설계해왔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오히려 나를 더욱 어정쩡한 위치에 머물게 했을 수도 있다. 진짜 나는 어디에 있는가? 만들어진 페르소나들 사이에서 진정한 하봉길은 사라진 것은 아닌가?

나비를 보며 깨달았다. 존재 자체의 완전함을. 어떤 것도 더하거나 빼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미 충분히 아름답고 의미 있다는 것을. 나비는 '나비다운' 나비가 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나비는 그냥 나비다.

인위적 노력의 허상

지금까지 나는 독창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을 개발하고, 예상치 못한 조합을 통해 차별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창의성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진정한 독창성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는 것이다. 이미 내 안에 있는 고유한 무언가가 가감 없이 표현될 때 나타나는 것이다. 마치 나비의 날개 무늬가 누구를 의식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 나비 자체의 본질에서 나온 것처럼.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더하려고 했다. 더 학식 있어 보이기 위해, 더 깊이 있어 보이기 위해, 더 세련돼 보이기 위해...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빼는 것이었다. 불필요한 가식과 억지스러운 포장을 벗어내고, 가장 순수한 상태의 나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자연스러움의 힘

나비의 아름다움은 자연스러움에서 나온다. 억지로 만들어낸 아름다움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발산되는 고유한 빛깔이다. 나비는 자신의 날개가 아름다운지 추한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그 날개로 날 뿐이다.

나 역시 그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하는 말이 철학적으로 들리는지, 내가 하는 행동이 의미 있어 보이는지, 내가 만드는 콘텐츠가 특별해 보이는지... 이런 것들을 의식하지 말고, 그냥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행동을 하고, 진정으로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

그럴 때 진정한 하봉길다움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다. 억지로 만들어낸 독창성이 아니라, 내 존재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고유함이 발현될 것이다.

완벽함의 재정의

우리는 완벽함을 '부족함이 없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무언가 더 보태져야 완벽해진다고 믿는다. 그러나 나비를 보며 다른 종류의 완벽함을 발견했다.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완벽함'이다.

나비는 더 화려한 색깔이 필요하지도, 더 복잡한 무늬가 필요하지도, 더 큰 날개가 필요하지도 않다. 지금 이 순간의 모습 그대로 이미 완벽하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그 나비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더 유명해질 필요도, 더 많은 지식을 쌓을 필요도, 더 인상적인 경력을 만들 필요도 없다. 지금 이 순간의 하봉길 그대로 이미 완벽하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나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비교의 종료

나비는 다른 나비와 비교하지 않는다. 옆에 있는 나비가 더 크든 작든, 더 화려하든 수수하든 상관없다. 각자의 나비는 각자의 방식으로 완벽하다.

인간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다른 사람이 더 성공했는지, 더 인정받는지, 더 영향력이 있는지... 이런 비교는 의미가 없다. 각자의 인간은 각자의 방식으로 완벽하다.

내가 유명하지도 않으면서 유명한 것처럼 대접받을 때 부담스러워하고, 정작 메이저들에게는 듣보잡 취급받을 때 위축되었던 것도 결국 비교 의식 때문이었다. '나는 이 정도 수준인데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나?', '나는 저들에 비해 보잘것없는데...' 이런 생각들이 나를 괴롭혔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나는 나대로, 그들은 그들대로 각자의 궤도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날것의 아름다움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상태야말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다. 나비의 날개도 인공적으로 색칠하거나 장식을 더한다면 오히려 그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잃게 될 것이다.

나 역시 더 이상 나를 포장하지 않기로 했다. 더 지적으로 보이려고 어려운 말을 쓰지도, 더 성숙해 보이려고 감정을 숨기지도, 더 완벽해 보이려고 약점을 감추지도 않을 것이다.

그냥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느끼는 대로 표현할 것이다.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유치하고, 때로는 모순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진짜 인간다운 모습이다. 나비가 항상 같은 방향으로 날지 않고 때로는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결국 자신의 목적지에 도달하듯이.

존재의 충분함

나비에게서 배운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존재 자체의 충분함'이다. 무엇인가를 더 해야 가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로 이미 충분히 가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무엇인가를 성취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 '무엇인가를 증명해야 가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애썼다.

그러나 이제 깨달았다. 나는 무엇을 하든 하지 않든, 무엇을 성취하든 성취하지 못하든, 무엇을 인정받든 인정받지 못하든 상관없이 이미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나비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듯이.

새로운 창작의 시작

이런 깨달음을 얻고 나니 창작에 대한 관점도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나는 누군가에게 인상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진정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기 위해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 것이다.

구독자 수나 조회수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그것들은 나비가 날아다니는 방향을 결정할 때 바람의 세기를 고려하지 않는 것과 같다. 나비는 그냥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간다.

나 역시 내가 진정으로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갈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할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 것이다. 그럴 때 진정한 의미에서 창의적인 작품이 나올 것이다.

870일 수련의 완성

산길에서 만난 그 나비는 우연이 아니었다. 870일간의 수련을 통해 준비된 내게 우주가 보내준 마지막 스승이었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심오한 가르침을 전해준 스승.

'그냥 너로 살아라.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제 나는 정말로 나를 살아낼 준비가 되었다. 비교 없이, 포장 없이, 계산 없이. 나비가 나비로 사는 것처럼, 하봉길이 하봉길로 사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무애행이다.

나는 끝내 나를 찾았다. 산길 위의 작은 나비가 가르쳐준 가장 큰 진실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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