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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Jan 04. 2023

너의 데이케어 생활을 돌아보며.

잠시만 안녕.

2022년은 엄마에게도 너에게도 큰 도전이 있었어. 네가 세상에 태어난 지 28개월을 앞둔 6월, 우리는 잠시 떨어지는 시간을 가졌단다. 딱히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너를 어딘가에 보내는 일이 없을 줄 알았어. 그런데 엄마의 몸과 마음이 지치기 시작했고, 그게 별다른 이유라면 이유가 되더라. 어쩌면 우리가 한국이었다면 조금 더 일찍 결정을 내렸을지도 모르지.

 

막상 미국에 오고 나니, 아무리 힘들어도 기관에 보낼 엄두가 나지 않았어. 나도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서 답답함을 느끼는 환경에서 너는 얼마나 더 두려울까 싶어서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며 주저했단다. 몸과 마음이 힘든 일보다 너와 떨어져 있는 시간을 상상하는 일이 더 버겁게 느껴졌단다. 그러다가 어느 날 너에게 습관적으로 짜증과 화를 뱉어내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았어. 이렇게 계속 붙어있기만 하는 게 결코 현명한 선택이라 아니라고 판단했어.


마음먹고 나서 알아보기 시작하니 바로 보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단다.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직접 상담도 하러 다녔어. 엄마를 대신해서 너와 오전 시간을 보내 줄 장소를 찾는 동안에도 이렇게 너를 보내는 게 맞는지 망설여졌어. 복잡한 마음과 달리 운이 좋게도 얼마 기다리지 않고 갈 수 있는 곳이 생겼단다. 첫 등원을 하기 전 밤, 필요한 준비물을 꾸리던 마음도 얼마나 복잡했는지 잠이 오질 않았어. 네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너무 힘들어하지는 않을지, 무언가 빠트리진 않았는지, 고민의 꼬리가 끊어지지 않더라.



첫 주는 30분, 1시간, 1시간 30분. 조금씩 떨어져 있는 시간을 늘리면서 적응 연습을 했어. 엄마가 너를 두고 나서자마자 크게 소리치며 우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가 데리고 나와야 하나 망설였어. 너의 울음이 그치기를 기다리며 문밖에 앉아 마음을 졸이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단다. 낯선 환경에 어린 너를 홀로 두고 온 죄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이게 정말 너를 위한 게 맞는지, 나만을 위해 너를 고생시키는 건 아닌지. 그렇게 몇 주를 아침마다 울면서 보낸 것 같아. 너도 울고 나도 울고.


마치고 나오는 너를 위해 매일 간식이나 재밌는 놀이를 챙기고, 보고 싶었다고 안아주는 시간을 가졌어. 감사하게도 너도 점점 우는 횟수나 길이가 줄어들더라. 선생님도 번역기 기능을 써가며 너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주셨고. 친구들이 보기만 하거나 다가오기만 해도 무섭다며 울고 소리치던 모습도 점점 줄어들었어. 낯선 환경 속에서 너는 너의 속도로 그렇게 또 자라주더라. 오히려 너를 들여보내고 나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서 한참을 맴돌다가 오는 엄마가 좀처럼 마음이 자라지 않았지. 


두 달쯤 지났을까. 울지 않고 가는 날이 많아지고, 가기 싫다고 말은 해도 데리러 가면 활짝 웃으며 노는 날도 많아졌어. 데리러 가자마자 엉엉 울어서 엄마도 너를 안고 울었던 날을 생각하면 정말 많이 변했지. 아파서 못 가기도 하고 여행 다녀오느라 못 가기도 하고 방학이라 쉬기도 했지만, 다시 적응하느라 힘들어하지 않는 것도 고마웠어. 친구들의 이름도 기억하고, 선생님과 있었던 이야기도 조잘조잘 이야기하기도 하는 너를 보면서 언제 이렇게 컸나 싶더라. 엄마가 모르는 너의 시간 속에서 쌓여가는 너만의 이야기들이 신기했어.





아가야, 지난 6개월 동안 낯선 환경 속에서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을 잘 지나와줘서 정말 고맙고 고마워. 우리에게 큰 도전이었던 데이케어 생활을 이렇게 잘 적응해줘서 정말 기특하구나. 여전히 아침마다 등원전쟁이라는 말을 떠올릴 만큼 힘들게 하는 날도 있지만, 고작 34개월인 너에게 너무 당연한 일이겠지. 시계가 똑딱똑딱 가면 엄마가 다시 오는 걸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대견하다. 잠시만 안녕-너도 엄마도 떨어졌던 만큼 더 사랑하며 지내자. 우리의 안녕이 앞으로도 많이 찾아오겠지만, 언제나 우리는 다시 만난다는 것을 잊지 마렴.




*전체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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