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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Jan 17. 2023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준비 중입니다.

BTFM.

Break time 혹은 Time off는 일을 멈추고 쉰다는 의미이다. 잠깐 쉬거나 일이 없는 시간을 뜻한다. 두 단어의 의미나 쓰이는 상황이 조금 다르긴 하겠지만, 어쨌든 잠시 일을 하지 않는다는 점은 똑같을 것이다. 브레이크타임은 식당에서 흔히 들어왔다. 두 단어에 대해 찾다 보니 I need some time off.(나는 쉴 시간이 좀 필요하다.), The kids take up my entire day. I have no time for myself. (하루종일 아이들에게 치여 내 시간이 없다.)처럼 공감이 되는 예문이 눈에 들어왔다. 영어에서는 BTFM이라는 줄임말도 있는데, 나만의 휴식 시간이라고 한다. 단어와 예문에서 휴식, 쉼의 소중함이 가득 전해진다.


직장 근로자의 휴식은 법으로도 정해져 있다. 근로기준법 제54조 제1항과 근로기준법 제110조 제1호에 의하면,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 이를 위반하여 휴게시간을 주지 않은 사용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치러야 한다. 대부분 직장에서는 1시간 정도의 점심시간이 휴식 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기상 상황 등 특별한 상황이 있는 경우, 추가적인 휴식 시간이 권장되기도 한다. 직원의 휴식은 업무 의욕과 능률을 높일 수 있기에,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휴게 시간 보장은 매우 중요하다.



식당도 점심과 저녁 시간 사이에 주로 브레이크타임을 갖는다. 이 시간 동안 매장 청소, 재료 손질, 직원 식사, 직원 휴식 등 다양한 일이 이뤄진다. 브레이크타임이라고 걸어두긴 했지만 실제로 매장 안에서는 제대로 된 쉼이 없을 수도 있다.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준비 중이라는 말을 적어두는 매장도 있다. 재료 준비 등 바쁜 일과로 실제로 쉬지는 못하더라도 브레이크타임에 재정비함으로써 다음 시간대에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요즘은 식당 방문 전에 브레이크타임이 있는지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게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이 문화가 익숙하지 않아서 헛걸음한 적도 많았다. 이제는 사람들도 식당도 근로 공간이니, 당연히 브레이크타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육아에도 브레이크타임이 필요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 시작하면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은 아이 낮잠 시간이다. 우스갯소리로 아이가 가장 예쁠 때는 잘 때라고 한다. 낮잠이든 밤잠이든, 아이의 잠은 부모에게는 브레이크타임이 된다. 아이가 커갈수록 낮잠을 자는 횟수나 길이도 줄어들고, 잠이 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아이의 체력이 향상되는 속도와 부모의 체력이 소모되는 속도가 함께 급격히 증가한다. 아이는 쌩쌩 날아다니지만, 부모는 골골 어디든 눕고 싶다. 부모도 육아 근로자이니 법적으로 휴게 시간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사용자인 아이에게 말하고 싶어 진다. 오늘도 쉽게 잠들지 않는 아이에게 엄포를 놓고서야 브레이크타임이 찾아왔다. 더 나은 육아 서비스를 위해서 부모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언제쯤 아이가 이해하게 될까. 그 사실을 이해할 만큼 아이가 자라게 되면 지금의 어린 모습이 얼마나 그리워질까. 부모의 마음은 하루에도 몇 번씩 모순된 생각이 자라난다.



법으로 보장받았든, 엄포를 놓아가며 힘겹게 얻어냈든, 귀하게 브레이크타임이 생겼다. 이 소중한 시간이 지금도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아쉽다. 예전에는 이 시간에 식사 준비, 각종 집안일, 아이와 놀이할 준비 등 나를 위한 일보다 해야 할 일을 먼저 했다. 그러고 나서 브레이크타임이 끝나면 쉬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래서 요즘에는 아이가 잠들고 나면 차나 커피를 챙겨서 내가 하고 싶은 일, 나를 위한 일을 먼저 한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운동하거나, 그냥 쉬거나. 말 그대로 ‘일’이라고 느껴지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그러고 나면 아이 낮잠 후의 육아도 더 나은 마음으로 임하게 된다.


브레이크타임은 사람이든 기계든 일하는 모든 존재에게 필요하다. 기름칠하고 충전을 하며 제대로 된 쉼을 가져야 한다. 제대로 쉬어야만 제대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직장이든, 식당이든, 육아와 집안일이든. 우리가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든지, 잠시 멈추는 시간을 꼭 챙겨보자. 비록 아이의 낮잠이 줄어들거나 어린이집에 가지 않으면, 부모의 브레이크타임은 보장받기 힘들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그런 날은 육아 퇴근이 이르기를 바라본다.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 더 나은 나를 위해 꼭 필요한 시간. 오늘의 소중한 브레이크타임을 이 글에 담아본다.




*전체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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