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을꾸다 Jan 15. 2023

양반은 뛰는 거 아니라던 내가 달리다니.

달리기, 너 정말 행복한 운동이었구나.


체력은 정신력이자 인성이다.


이 말을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건 육아하다가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나 아이의 작은 행동에도 화를 내는 순간이다. 몸이 조금 피곤하거나 마음이 쉬고 싶거나 잠이 부족했거나 감기에 걸렸거나. 방전된 배터리나 주유등에 불이 들어온 자동차처럼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혹은 하고 싶지 않다는 상태가 된다.

그럴 때면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자유롭게 쓰고 관리할 수 있던 때가 꿈처럼 그리워진다. 그러나 현실은 사랑하는 아이가 나만 바라보고 있고 나의 관심을 원하고 있다. 아이의 에너지에 응해주려면, 아이에게 감정적인 엄마가 되지 않으려면, 나는 체력을 길러야겠다. 정신력과 인성을 다져야 했다.



한동안 홈트레이닝을 꾸준히 했다. 유튜브 영상을 따라 하면 짧은 시간 안에 운동할 수 있어서 좋았다. 요가, 스트레칭, 에어로빅 등 마음이 내키는 대로 골라서 하는 재미도 있었다. 꾸준히 찾는 운동도 있었고, 스쾃이나 스트레칭은 몇 달 이상 유지하기도 했다.

그런데 무언가 해소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답답한 에너지를 터트리려면 밖을 나가야 했다. 그러던 때에 드라마 속에서 앱을 활용하며 달리는 모습을 보았다. 어쩌면 저거라면 혼자 걷거나 달려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런데이 앱을 시작하게 됐다.




런데이 앱을 설치하기는 했지만, 나는 달리기를 참 싫어했다. 영상 속에서 사람들이 생각이 복잡하거나 힘든 일이 생기면 달리는 장면이 나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달리기가 싫다기보다 뛰고 나면 헉헉거리는 숨도 싫고 배나 가슴이 당기듯 아픈 게 싫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급한 순간에만 주로 뛰고, 준비되지 않은 몸으로 뛰었으니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쨌든 달리기에 관심이 생겼으니 아주 작은 단계부터 도전해 보기로 했다. 1주 3회씩 8주로 구성된 프로그램이었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약 30분이어서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


무선 이어폰을 한쪽 귀에만 꽂고, 다른 짐 없이 가벼운 몸으로 길 위에 섰다. 준비 과정, 본 운동 과정, 마무리 과정으로 구성된 프로그램 안내에 맞춰서 몸만 움직이면 됐다. 천천히 달렸다가 빨리 달렸다가 속도를 바꿔가며 한참 달리고 나니 운동이 끝났다. 첫 달리기 도전을 한 날, 달리면서 느낀 개운하고 가벼운 감정이 다음 도전으로 이끌었다. 러너스 하이 혹은 러닝 하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유산소 운동을 할 때 초반에는 숨이 차고 힘들다가도 사점(dead point)이라 불리는 힘든 시점을 지나면 몸이 날아갈 것 같이 가벼워지거나 희열을 느낀다는 것이다. 아직 그걸 논할 정도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이래서 달리는구나 싶었다. 양반은 뛰는 게 아니라고 말하며 달리기는 질색이라던 내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달리고 있었다.




요즘은 사람들이 걷거나 뛰는 모습이 매우 흔하다. 미국에 와서도 어딜 가든 달리거나 걷는 사람들 볼 수 있었다. 뉴욕여행에서도 관광객들이 복작복작한 타임스퀘어에서도 달리는 주민들이 있었다. 한국에 있을 때도 아이와 산책 가면 운동하는 사람들을 많이 접했지만, 미국에 온 뒤 매일 접하는 사람들의 걷거나 달리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저 길 위에 있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생각만 하다가 이대로 그냥 떠나겠구나 싶었는데, 달리겠다고 마음먹고 나니 매일 그 길을 걷거나 뛰는 일은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동안 시간과 에너지가 없다고 투덜거렸다. 그러나 30분에서 40분의 시간을 걷거나 뛰려면 다른 게 필요하지 않았다. 그냥 나오면 되는 거였다. 아이가 등원한 오전이든, 아이를 유아차에 태워서 나오는 오후든, 남편이 퇴근해서 아이와 놀아주는 저녁이든. 중요한 건 하고자 하는 내 의지였다. 달리기의 매력에 빠지고 나니 의지는 자연스럽게 생겼다. 바람을 느끼며 걷거나 뛰는 순간에는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찬 바람에 얼굴이 빨개지고 꽁꽁 얼어도 몸은 데워지고 마음은 끓어올랐다.



런데이와 함께한 1주 3회 차 도전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루를 빼고는 매일 걷거나 달렸다. 프로그램을 끝나면 달력에 도장이 찍힌다. 마치 참 잘했어요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눈에 보이는 성취감이 쌓여가는 게 행복하다. 틈만 나면 나가고 싶어졌다. 여러 가지 이유를 만들어가며 집에만 있을 때보다 숨통이 트였다. 앞으로 남은 프로그램도 꾸준히 노력해서 성공적으로 마치고 싶다. 8주 동안 달리고 나면 30분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된다는 프로그램 가이드의 말이 나를 힘내게 한다. 달리는 8주가 나의 체력도 정신력도 인성도 기를 수 있는 기간이 되리라 믿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 프로젝트(HARU) Projec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