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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Apr 05. 2023

나를 살게 하는 꽃

단 하나의 이유.

엄마라는 단어는 눈물 버튼이다. 게다가 엄마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영상은 보자마자 눈물이 터져버린다. 최근에 별 기대하지 않고 보기 시작했으나 점점 빠져든 드라마가 있다. 넷플릭스에서 커피 한잔 할까요?이다. 어느 카페와 그 카페의 바리스타, 그리고 손님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드라마이다. 그중에서 9화 상대적이지만 절대적인 편을 보고 눈물이 나왔다. 카페 단골손님인 안미나와 그의 엄마의 이야기가 주제였다.


작업실에서 지내는 딸을 찾아온 엄마. 그 엄마에게 딸은 혼자 있고 싶다며 일을 방해하지 말라고 짜증과 화를 쏟아낸다. 반면 엄마는 딸이 자주 가는 카페에 가서 딸이 가장 좋아하는 커피를 주문하고 딸이 즐겨 앉는다는 자리에 앉아서 마셔본다. 엄마의 휴대전화 속 갤러리에는 각양각색의 꽃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그중 딸의 눈에 들어오는 다른 사진이 있었고, 그 사진을 본 딸은 엄마의 상황을 눈치채게 된다. 그 후 엄마를 안고서 엄마가 없으면 안 된다고 우는 딸의 모습에서 나도 울었다. 


사진: Unsplash의Jonathan Borba


흔히 K-장녀라고도 하는, 나는 우리 집 첫째 딸이다. 엄마는 24살에 나를 낳으셨고, 26살에 남동생을 낳으셨다. 바쁘게 지내시면서도 바깥일과 집안일을 모두 척척 해내셨다. 철이 없어도 너무 없던 나는 엄마는 다 그렇게 하는 존재인 줄 알았다. 엄마가 되고 나서야 매 순간 엄마를 떠올렸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많이 힘드셨겠구나. 엄마도 엄마가 필요했겠구나. 엄마의 사랑을 나는 절반도 따라갈 수 없겠구나. 나는 충분히 사랑받으며 자랐구나.


엄마는 여권은커녕 비행기도 타본 적이 없는 분이었다. 엄마의 여행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내가 그나마 뒤늦게라도 철이 들기 시작하고, 직업이 생기고 나서였다. 제주로 가고 싶던 신혼여행조차도 아빠의 반대로 부곡하와이를 가셨었다. 그래서 엄마의 소원을 풀어드릴 겸 둘이서 제주 여행을 다녀왔었다. 엄마와 둘이만 떠나는 첫 여행이었다. 여행 내내 엄마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참 좋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호텔 수영장에서 물놀이할 때도, 좋은 풍경을 보며 걸을 때도. 그러나 엄마를 위한답시고 떠난 여행에서도 엄마에게 짜증을 내는 모지리 딸이었다. 그러니 드라마 속 안미나의 모습에서 자꾸 내가 보였다.


나의 엄마에게 나는 어떤 딸로 떠올려질까. 나의 딸에게 나는 어떤 엄마로 떠올려질까. 

외국에서 지내는 동안 엄마를 만나지 못하고 있으니, 엄마를 향한 걱정과 그리움이 쌓여가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빗길에 넘어지면서 손목이 다쳐서 수술하셨지만, 미국에 있느라 가보지 못하고 발만 동동거렸다. 감사하게도 요즘은 영상통화 화면으로라도 엄마를 만날 수 있다. 

짧은 통화 속에서도 엄마는 손녀보다 나부터 걱정하고 챙기실 때가 많다.



사진: Unsplash의James Wainscoat



다시 드라마로 돌아가본다. 카페에 앉아 딸을 생각하며 딸이 즐겨 마시는 커피를 마시는 엄마. 그러한 엄마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는 카페 직원들. 휴대전화 속 사진을 스치듯 보더라도 그걸 보고 엄마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딸. 짧은 드라마 영상 하나를 봤을 뿐인데, 마음이 몽글해졌다. 

엄마가 아프고 나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엄마에게 마음을 더 자주 더 많이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은 엄마를 살게 하는 꽃이었고, 엄마도 딸을 살게 하는 꽃이었다.


너를 만난 건 내 인생 최고의 사치. 

사랑해 너 때문에 산다. 

하루하루 꿈꾸며 산다. 

너는 내가 사는 단 하나의 이유.라는 노랫말이 있다. 

가수 왁스의 너 때문에 산다.라고 하는 노래이다. 


이 노래 가사를 들으며 나의 딸이 떠올랐다. 

엄마에게 나도 그런 딸일까. 

한때 나는 부모님을 원망하는 마음이 컸다. 

그러나 지금은 엄마가 나의 엄마라서 그저 감사하다. 

나를 살게 하는, 귀한 꽃인 나의 엄마와 나의 딸이 있어 정말 빈틈없이 행복한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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