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속의 ‘1’은 어떤 상태로 존재하는가
스마트폰을 구매하면 필수로 설치하는 메신저 앱이 있다. 코로나 시대에 QR 체크인을 비롯해 공공기관 및 사기업 등의 상담 기능도 이 메신저가 도맡았다. 이 앱을 사용하지 않으면 불편함을 느낀다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우리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다. 스마트폰을 쓰더라도 이 앱의 독점적인 행태나 구속감 등을 이유로 거부하는 사람도 있긴 하다. 나도 이 앱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가끔은 지워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한다.
이 앱의 메신저 기능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었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는 ‘1’이다. 내가 보낸 메시지를 상대방이 읽으면 메시지 끝의 ‘1’이 사라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능을 피하는 방법을 사람들이 애타게 찾기도 한다. 비행기모드로 읽으면 ‘1’이 사라지지 않는다더라, 미리보기로 해서 메시지를 열어보지 않고도 읽을 수 있다더라 등 자신이 상대의 메시지를 읽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기도 한다.
또한 내가 보낸 메시지의 ‘1’이 며칠이 지나도 ‘1’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 이유를 고민하기도 한다. 숫자 ‘1’ 하나에 마음이 오르락내리락 수시로 흔들린다. 나도 그러했다. 용기 내서 보낸 메시지의 ‘1’이 사라지지 않던 그 대화. 그 상대는 결국 나와의 대화를 원하지 않았다. 대화를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결국 인연이 끝났다. 이미 돌아선 마음, 어차피 끝날 인연이었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했던 나의 용기는 피어보지도 못한 채 그 대화창 속에 갇혔다. 요즘도 가끔 그 인연이 생각이 난다. 마음을 비웠다고 생각했지만, 대화 속 사라지지 않는 ‘1’은 내 마음속에서도 사라지지 못했다.
반면에 보낸 메시지의 ‘1’이 사라져도, 상대방이 답하지 않을 때도 있다. 대화가 끝난 게 아닌 상황, 특히 안부를 물었거나 질문을 한 상태에서 답이 오지 않은 적이 있다. 그럴 때면 상대가 너무 바쁘고 힘든 상황인가 걱정스러운 마음이 밀려온다. 나도 비슷한 상황일 때면 메시지를 아예 열어보지 않기도 하고,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야 답을 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행동을 자주 하는 지인을 만나면 자꾸만 서운한 마음이 든다. 할 말이 없어서인지, 그 사람이 어떤 상황이나 감정인지 그 이유도 알 수가 없다. 그저 기다릴 뿐이다.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서운한 마음이 밀려들다가도 생각을 바꿔보려고 노력해 봤다. 안부를 묻거나 호의를 베풀고자 한 것도 결국은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이니, 상대방에게는 그것을 답할 의무가 없다. 그리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 나의 선택이듯, 답하지 않는 건 그의 선택이다. 그는 나의 관심이나 연락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어떤 이유든 이러한 상황에 대해 고민하고 상처받는 것도 결국 내 선택이었다. 그래서 ‘1’이 사라져도 답이 없거나 영영 사라지지 않거나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언제든지 어디든지 편리하게 연락할 수 있고, 상대방의 수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연락 방법이 편리해진다고 해서 연락하는 마음이 가볍거나 편리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마음을 전하는 게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질 때도 많다. 가까운 듯 멀게 느껴지는 메신저 속 친구 목록을 들여다본다. 이들과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적이 언제던가. 그리고 우리 마음속의 ‘1’은 어떤 상태로 존재하는가.
문득 외로움이 밀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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