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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Aug 05. 2023

외동이냐, 둘째냐.

낳아야만 끝나는 고민인가.


아이가 어느덧 41개월이다. 

주변에서는 이미 둘째를 낳아서 키우고 있거나, 임신 중이거나 계획 중이다. 

아이 어린이집에도 동생이 생긴 친구들이 많다. 

아이는 친구들의 동생을 보면서 엄청나게 좋아하고 예뻐한다. 

공동육아 모임을 하러 가도 자기보다 어린 동생들을 챙겨주고 안아주고 놀아주며 시간을 보낸다. 

아가를 좋아하길래 아기 인형을 사줬더니 인형 말고 진짜 아기가 집에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편도 맏이, 나도 맏이다. 

남편에게는 여동생이 있고, 나에게는 남동생이 있다. 

남편은 여동생과 사이가 좋고 대화도 자주 나누는 편이다. 

나는 남동생이 있지만, 대화는 거의 단절 수준이다. 생존 여부 확인 정도랄까. 

그래서 나는 꼭 동생이 있어야 하나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오히려 외동이어도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자주 했었기 때문에 우리 아이에게도 동생이 꼭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아이는 동생이 생기는 미래가 어떠할지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아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남편도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고 나니, 둘째 생각이 든다고 한다. 

둘째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두 사람의 의견과 달리, 나는 자신이 없다. 

아이를 지금까지 키워온 순간이 쉽지 않았고, 지금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육아가 나와 맞지 않다는 느낌을 계속 받아왔기 때문에 아이가 더 생긴다면 나는 무너질 것 같다. 

너무 겁먹고 있는 걸까.     


아이를 둘 이상 키우고 있는 친구들이나 지인들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 

아니, 힘들긴 하지만 기쁨도 엄청나다고 말한다. 

하나보다는 둘이 낫다고. 둘보다는 셋이 낫다고. 

아이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나도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흔들리기도 한다. 

분명 행복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런데 그 풍경 속에 내가 들어갈 엄두는 나지 않는 것이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는 일도 이렇게 버거운 나인데, 어떻게 둘을 키울 수 있을까.     


단발병은 머리카락을 자르고 나서야 치유되고, 

둘째 고민은 낳고 나서야 끝난다는 말이 있다. 

나는 둘째 고민을 단호하게 끝낼 수 있을까. 

외동의 장점과 단점, 둘 이상 육아의 장점과 단점 등을 지나치지 못하고 

정독하고 있는 나를 볼 때마다 두렵다. 


이러다가 어영부영 잘못된 결정을 할까 봐. 

아이에게도 나와 남편에게도 현명하지 못한 결정을 내릴까 봐.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는 말이 내 이야기가 될까 봐 걱정된다.     


나는 어릴 적에 언니가 갖고 싶었다. 오빠가 있거나 언니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엄마에게 언니를 낳아달라고 졸랐던 기억도 난다. 

때로는 외동인 친구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동생이 있는 건 싫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아이에게 동생을 만들어주는 게 맞는 걸까. 


아이는 어떤 미래를 원할까. 

어느 쪽이 나은 선택인지 정답은 없겠지. 

그러니 너무 어렵다. 

이 고민의 끝은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     


외동이냐, 둘째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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