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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Mar 18. 2022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부부가 되는 것도, 부모가 되는 것도, 어른이 되는 것도.

코로나였으면 좋겠다.
1주일만 자가 격리되고 싶다.


남편이 말했다.

남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짜증이 차올랐다.


가뜩이나 아무런 도움 없이

남편의 야근과 주말 출근으로

육아와 살림은 

오롯이 나의 몫인 일상 속에서

아기가 아프기까지 하느라

내 심신은

 그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그는 1주일 자가격리가 되면

지금 하는 일에만 몰입해서

어서 끝내고 싶다는 뜻이었다.


미국에서

영어도 배워야 하고

새로이 일도 배워야 하고

퇴근하고 오면

육아와 살림에도 동참하고

한국에서 하던 일도 마무리하느라

사실상 그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아이를 낳고 나서

한동안 많이 억울했다.

남편의 삶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

나만 모든 것이 달라지고 힘든 것 같았다.


나도 아기 낳기 전과 후의 삶이 완전히 다르다고!


여느 때처럼

아주 사소한 일이 도화선이 되어

서로의 감정이 불타올라 다투던 날이었다.


왜 자꾸 나의 삶만 달라진 것처럼 말하냐며

본인도 너무나 많은 변화 속에서 

일과 육아와 살림을 신경 쓰느라 힘들다고 했다.


머리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남편도 고생이 많고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더 힘든 것 같고 더 배려받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들이 점점 굳어지면서 

나도 모르게 남편을 더 힘들게 하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섭섭하고 불편한 마음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나는 나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당연히 이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냐?


'당연히'라는 생각이 시작되면 끝이 없다.


남편이면/아빠면/ 당연히 해줘야 하는 일을 왜 안 하는 거야?

당연히 내가 조금 더 쉬도록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당연히 먼저 표현하고 안아주고 이해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들이 이어지면

없던 불만들도 저절로 생기곤 한다.


부부가 되었다고 해서

당연히 남편/아내가 해야 하는 일이 있는 것이 아니고


부모가 되었다고 해서

당연히 엄마/아빠가 해야 하는 일이 있는 것이 아니고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당연히 모든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해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은 없다.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상대방에게는 서운함과 실망감이 쌓이고

나 자신에게는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해진다.


무슨 일이든

어떤 사이든

당연한 것은 없기에


우리는 조금 더 배려하고 이해하고 생각해야 한다.


그동안 부모님께 받았던 사랑도

그동안 남편에게 받았던 배려도

그동안 스스로 해왔던 노력들도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당연하지 않은 것들에게

감사하고 만족하기 시작한다면

매일 비슷한 일상도

당연하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귀여운 아기와 눈을 맞추고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하고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일이

당연한 것이 아니기에 

감사하고 행복하다.


이 소중한 사실을

자꾸만 당연히 여기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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