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을꾸다 Mar 11. 2022

매일 얼음을 얼리는 이유.

냉수 먹고 속 차려라.


컵 속에 얼음을 넣는다.


하나 둘 넣다가

결국 가득 찰 때까지 넣는다.


커피든 물이든 음료든

무엇을 마시든

얼음이 빠지면 허전할 정도로

나는 얼음에 빠져버렸다.



그러다 보니

16개의 얼음을 얼릴 수 있는 얼음틀은

매일 바삐 일을 한다.


기다란 컵에 얼음을 가득 채우려면

약 8개의 얼음이 필요하다.


하루에 1-2번은 얼음을 찾는 나라서

얼음틀을 깜빡하고 채우지 않으면

금방 동이 나버린다.



'냉수 먹고 속 차려라'라는 말이 있다.


지각 있게 처신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정신을 차리라고 비난조로 이르는 말이란다.


내가 얼음을 찾는 순간도 비슷하다.


육아를 하다가

살림을 하다가

생각을 하다가


숨이 콰악 막히거나

화가 욱 치밀어 오르거나

우울이 확 밀려오기도 한다.


그럴 때 얼음이 필요하다.

정신을 못 차리는 나를 깨워줄.



이제 두 돌인 아기가

나에게 하트를 건넸다.


멍하니

육아를 하던 중에

마음이 쿵했다.


언제나 나에게 사랑을 원하고

그보다 더 큰 사랑을 보내주는

그런 아기와 함께하면서도


가끔 아니 자주

숨이 막힌다고 생각하곤 했다.


문득

이렇게 육아를 버거워하고

아기를 가끔 미워하고 귀찮아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잊고 헤맸던 순간들이

크게 후회되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하니

아기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득 찬 얼음으로

차가워진 음료를 마시며

마음을 다시 잡아본다.



Stay Positive


긍정적으로 생각하다.


참 좋아하는 표현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를 만큼

제법 긴 시간 동안

징징거림과 투덜거림이

입에서 멈추지 않았다.


머리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며 되뇌지만

입으로는

짜증과 분노와 같이 부정적인 감정이

먼저 튀어나가곤 했다.


그럴 때도

얼음이 필요하다.


냉수가 건강에 나쁘다고 한다.

엄마도 찬물 좀 마시지 말라며

얼음을 찾는 나를 나무라셨다.


그러나

 찾지 않을 수 없다.


정신 차릴 일이

아직 많이 남았기에.


오늘도

얼음이 가득한

냉수를 마시며

속을 차려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단, 오늘도 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