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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Jun 05. 2022

‘투머치 토커(TMT)’는 미니멀하게 ‘말’하고 싶다.

하고 싶은 말이 왜 이리도 많을까.

  매일 1줄 이상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정말 딱 1줄이라도 매일 뭔가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가 ‘이젠 블로그로 책 쓰기다!’를 읽고 나서 주제를 정해서 글이 쓰고 싶어졌다. 글쓰기 도전은 먼저 100일 동안 A4 반장의 글쓰기를 도전하고, 30일 동안 A4 1장 쓰기에 도전, 마지막으로 50일 동안 A4 1장 반 쓰기를 하는 것이었다. A4 1장 반은 약 2,000자인데, 사이트 다카시라는 작가는 ‘2,000자의 벽을 넘는 순간 어떤 글도 잘 쓸 수 있다.’라고 했단다.


  글쓰기 주제는 생각보다 금방 떠올랐다. ‘미니멀 라이프’. 제법 오래전부터 꿈꾸고 있지만, 실천은 멀고도 먼 그 삶. A4 반장만 쓸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1장을 채우는 날이 많아졌다. 더 쓰고 싶은 날도 있었지만, 일단 1장을 넘기지 않으려고 내용을 자르기도 했다. 보름쯤 글을 쓰고 나서, 그동안 쓴 글을 출력해서 남편에게 보여줬다. 남편은 자기는 이런 에피소드가 있어도 기억도 안 날 것 같다며 이런 경험이 다 떠오르냐며 놀랬다. 그러면서 ‘노답’으로 지냈던 날이 부끄러워서 실명으로는 누구 보여줄 수는 없겠다고 놀렸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머릿속도 ‘맥시멀’ 한 것 같다는 남편의 진담과 농담이 섞인 한 마디가 계속 맴돌았다. 글을 쓰기 전에는 A4 1장을 어떻게 채우나 막막하다가도 막상 쓰기 시작하면 ‘어라, 벌써 채워져 가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글을 쓰면서도 하고 싶은 말이 계속 떠오른다. 글을 쓰지 않을 때도 글로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글을 쓰다 보면 말하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는 기분이 든다. 


  육아를 시작한 뒤, ‘말’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졌다. 아기의 옹알이에 맞장구쳐주거나 아기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외에 ‘어른’과 ‘대화’를 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남편과의 대화도 부족하기도 했고, 뭔가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미국에 온 뒤에는 시차가 애매해서 그나마 연락을 주고받던 지인들과도 대화하기가 어려워졌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고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은데, 그렇게 되지 않는 상황이 너무 외로웠다. ‘말’이 너무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전보다 조금 더 자주 글을 쓰기 시작했고, 글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말’에 대한 속담을 보면 ‘빈 수레가 요란하다.’,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없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처럼 말을 많이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표현이 많다. 말을 하고 나서 ‘이 말은 괜히 한 것 같다.’라는 후회가 드는 날이면 특히 이런 속담들이 와닿는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나지만, ‘투머치 토커’가 되어가는 것은 싫었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한 마디 혹은 한 줄이라도 울림과 깊이를 담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하고 싶은 말을 단순하면서도 핵심을 담아 말하는 연습이 필요했다.



  글쓰기 혹은 말하기 연습을 위해 A4 반장을 100일 동안 쓰려고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A4 1장이 된 것처럼 스스로 말의 내용을 조절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큰 주제를 정하고 세부적으로 작은 주제를 떠올리며 글을 써나가면서 내 경험과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을 요약해서 적는 연습이 돼서 좋다. 하나의 글 안에서도 단락을 자연스럽게 나눠보려고 노력하고, 군살처럼 달라붙는 문장을 줄여보려고 애쓴다. 문장은 가볍게 쓰더라도 그 속에 담긴 내용은 너무 가볍지만은 않게 고민한다. 글쓰기와 말하기 모두 단번에 늘 수 없으므로, 천천히 나아간다.


  남편 말대로 나는 머릿속도 ‘맥시멀’하고 입과 손도 쉴 새 없이 이야기하고 싶고,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다. 그래서 나의 말과 이야기가 ‘공해’가 아니라 ‘공기’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투머치’ 하지 않게 풀어내고 싶다. 미니멀하게 ‘말’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맥시멀’하게 늘어놓는 아이러니 속에서도 나는 내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이 시간, 이 공간이 너무나 좋다. ‘투머치 토커’이자 ‘저장강박증’은 오늘도 ‘미니멀 라이프’를 꿈만 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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