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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Jun 28. 2022

100일, 곰은 인간이 되고 사람은 뭐가 될까.

뭔가 되고 싶지만, 끈기는 없는 호랑이.



  의식하지 않아도 몸이 저절로 움직일 정도로 일상이 되고 습관이 되려면,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할까. 새해가 시작되고 어느덧 반년이 지나 하반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늘 반복되는 새해 다짐과 후회는 어김없이 올해도 찾아왔다. 누군가는 작심삼일을 몇 번이고 반복하면 그것이 쌓여서 습관이 된다고 하고, 누군가는 최소 2주, 혹은 1달은 꾸준히 해야 습관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한때 습관을 만드는 기간이라고 찾으면 66일이라는 이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습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봤다면 알 것이다. 며칠이든지 매일 빠짐없이 꾸준하게 뭔가를 한다는 것은 그 일이 아주 간단한 것일지라도 쉽지 않다는 것을.



  인간이 되고 싶은 곰과 호랑이에게 환웅은 동굴에서 빛을 보지 않고 쑥과 마늘을 먹으며 100일을 지내라고 했다. 견디기 힘든 일이지만 꾸준하게 묵묵하게 견뎌낸다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였을까.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간 호랑이와 달리, 그 자리를 지켰던 곰은 100일은 되지 않았지만 인간이 되고 싶던 꿈을 이뤘다. 그렇다면 뭔가 되고 싶은 사람은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할까. 100일이라는 기간이 어디서부터 유래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우리의 삶 속에서 100일은 여러 가지로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



  먼저, 육아에서는 100일의 기적이라는 말이 있다. 출산 후 신생아 육아를 하며 새로운 세상을 맛보게 되었고, 100일만 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나에게는 100일의 기적이 아니라 100일의 기절이 이어졌다. 100일이 지나도 육아는 여전히 물음표로 가득한 어려운 일이었고, 1,000일이 보이기 시작하는 지금도 어렵다. 어쨌든 100일의 기적은 오지 않았지만, 조상들이 그랬듯 위험한 시기를 넘기고 건강하게 자라준 아기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백일상을 차렸다. 지나고 보니 아기의 100일은 부모의 역할에 익숙해지는 데 필요한 시간이기도 했다.



  연애에서도 100일은 관계의 변환점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약 3개월의 기간, 하나의 계절을 함께 보내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감정이 깊어졌다면, 자연스럽게 1년, 사계절을 함께한다. 그러나 그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깊은 인연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학교 다닐 때 100일이라며 100원씩 받으러 다니던 친구들의 모습도 떠오른다. 그렇게 연인으로 만나서 깊은 인연이 되기 위한 첫 고비를 무사히 넘긴 것을 자축했다. 나도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전에는 100일을 넘겨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사람과는 그저 자연스럽게 날짜가 쌓였고,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처음 이야기를 꺼냈던 습관도 마찬가지이다. 3일, 2주, 1달, 66일, 100일. 사람마다 말하는 기준은 다르다. 하지만 100일간 무언가를 도전하는 책이 많은 것을 보면, 분명히 이 기간을 넘기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들 이루고 싶은 목표는 많고, 되고 싶은 것은 많지만 곰처럼 100일을 견뎌내는 일은 어렵다. 그렇기에 목표를 이뤄냈거나 그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그 끈기와 의지를 높이 평가받는다.





  새해마다, 새로운 달마다, 새로운 주마다 새롭게 다짐하며 뭔가를 시작해보려고 애써봤다. 그리고 길게는 1달을 넘겨보기도 했고, 100일 이상 해본 적도 있다. 그런데 하루도 빠짐없이 한 건 아니었다. 누군가 말했다. 몇 번 빠지거나 쉬는 것은 아예 하지 않거나 멈추는 것보다 낫다고. 그래서 뭔가 되고 싶고 하고 싶은 나는 끈기 없는 호랑이에 가깝지만 계속해서 도전해왔다. 블로그 1일 1포스팅, 매일 글쓰기, 매일 10분 독서는 나름대로 올해 상반기에 꾸준히 해낸 것들이다. 물론 홈트레이닝, 명상, 긍정 문구 쓰기, 육아일기, 감사일기 등 제법 유지하다가 잠시 멈춘 것도 많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었기에 꾸준히 하고 싶었다.





  그러나 매일 습관처럼 해오던 일을 한번 멈추고 나니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래서 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쉬다가 일어나야지 했는데 거의 한 달이 그냥 가버렸다. 수능 100일 남은 수험생처럼 나만의 디데이를 다시 세우려고 한다. 그리고 사람이 되고 싶었던 곰처럼 나도 뭐가 되고 싶은지 생각할 것이다. 어쩌면 호랑이는 끈기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자기가 정말 되고 싶은 건 아니지 않았을까.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다들 하나씩 하니깐 나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면 오래 유지하기 힘든 것처럼. 


  곰이 인간이 된다는 100일을 보내고 나면 나는 무엇이 되어 있을까.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하지 않고 그냥 무작정 시작했던 일이 아니라 100일을 견뎌낼 만큼 하고 싶은 일을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100일 뒤에 어떻게 달라졌는지 다시 글로 써보고 싶다. 과연 무엇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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