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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Jul 24. 2022

시간 여행은 이제 그만.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 지금 그리고 여기.



  과거를 먹고 산다. 수시로 지나간 사진을 꺼내어 보고, 지나간 이를 그리워하며, 과거의 나를 돌아본다. 흔히 과거는 미화된다고 하는데, 어쩐 일인지 나는 과거가 후회되고 아쉽기만 하다.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그 시절이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라 과거 그 자리로 가서 멈춰!라고 외치고 싶다. 이불을 수십 번은 넘게 찼던 일이지만, 떠오를 때마다 우울해지는 일이 많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모든 일을 바르게 잡고 싶어 지고, 멀어져 버린 잊힌 인연도 붙잡고 싶어 진다. 과거를 먹으면서 과거의 내가 싫어지고, 그런 감정을 느끼는 나도 미워진다.





  그리고 과거와는 다른 미래를 꿈꾼다. 미래에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그려보며 그 모습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노력한다. 노력의 끝에는 꿈꾸는 모습이 되리라 믿으며 애쓴다. 그리고 그 꿈꾸는 모습을 이미 이뤄낸 이들을 보며 부러워하며 배우려고 한다. 그들의 모습 속에도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쌓였음을 알기에 한없이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후회가 가득한 과거와는 다른 미래를 만들고 싶어서 꿈꾸지만, 사실 미래에 관한 생각도 불안함과 초조함으로 가득하다. 과거는 후회로, 미래는 불안함으로 채워지느라 어느 쪽을 바라봐도 행복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떠할까. 과거를 돌아보느라, 미래를 바라보느라 현재는 그저 연결고리에 불과했다. 지금의 내가 과거가 되고, 미래가 지금의 내가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현재는 소중하지 않았다. 과거처럼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미래에 불안하기 싫어서,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시간이었다. 문득 지금은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도 미래도 현재도 행복하지 않다면, 언제 행복할 수 있는 것일까. 행복이라는 게 이렇게 애쓰고 노력해야 느낄 수 있는 것일까. 생각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 나의 일상을 다시 돌아보았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징징거리면서 하루를 보내는 사이에 아이는 29개월이 되었고, 미국 생활은 10개월이 되었고, 내 나이도 30대 후반이 되었다. 애를 쓰든 쓰지 않든 시간은 흐르고 있고, 후회와 불안함으로만 채워지기에는 평범한 나의 일상은 소소한 행복이 있었다. 아이와 남편이 나를 보며 웃어주고 사랑을 말하고, 매일 비슷한 듯 다른 풍경이 아름답고, 친절하게 챙겨주는 이웃들도 있다.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하고 살지는 못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도 행복한 것이었다. 잘하지는 못하지만, 잘해보려고 노력하는 것도 즐거운 것이었다. 지금, 여기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은 조금만 관점을 바꿔 들여다보아도 가득 쏟아졌다.





  가장 많이 하는 후회하는 것은 왜 이렇게 하지 못했을까,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렇게 하지 말 걸 같이 지나간 행동에 관한 것이다. 문제는 후회하고도 비슷한 행동을 또 하고 다시 후회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나를 떠올리며 지금의 내가 후회하듯이. 지금이 후회와 불안함이 없이 채워져야 과거와 미래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일이 없을 듯하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하는 게 낫다는 말이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미래의 내가 불안하고 초조하더라도 지금을 돌아보며 후회하지 않도록.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떠난다면, 과거와 미래 중 어디로 떠날 것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후회를 없애고 싶어서 과거로 갈 것인지, 미래의 내가 어떤 모습인지 확인하고 불안함을 없애고 싶어서 미래로 갈 것인지. 그런데 지금 다시 생각하니, 타임머신을 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가장 소중한 것도 지금이고, 과거와 미래를 만드는 것이 현재이다. 내가 만들어가는 지금, 여기를 더 귀하게 여기며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누려야겠다.







*전체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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