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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Aug 01. 2022

매일 쓰는 이유.

기록해보자, 그게 무엇이든.

 


  아이가 태어나고 습관처럼 매일 힘들다고 말하거나 생각해왔다. 몸이 힘들거나 마음이 힘들거나 사람이 힘들거나. 아이가 태어나기 전의 삶은 전생이라는 우스갯소리처럼 너무나 많은 것이 달라진 일상이 익숙해지지 않았다. 아이와 익숙해지는 것도, 오랜 기간 떨어져 지냈던 남편과의 생활이 익숙해지는 것도, 하던 일을 당분간 하지 않게 된 것도, 즐겨하던 일을 하지 못하게 된 것도. 하나씩 꺼내다 보면 몽땅 낯설고 불편하고 내 자리가 아닌 것 같았다. 


  비단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도, 나는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하는 편이었다고 남편은 말했다.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오히려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남편과의 추억을 떠올릴 때도 좋았던 기억보다 다퉜던 기억이 먼저 떠오르고, 대화할 때도 좋은 일보다 힘든 일을 먼저 이야기했다. 좋은 기억이나 좋은 일이 훨씬 많아도 내 눈과 마음에는 아닌 것이 더 크게 보였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남편이 내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 날도 많았고, 마음은 그게 아니면서 상처를 주는 말을 할 때도 많았다.



  자꾸만 모가 나는 마음을 다듬어보려고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마음에 손톱만큼도 여유가 없다고 느껴진 날에도 감사일기를 쓰려고 돌아보면, 감사한 일이 없는 날은 없었다. 하다못해 감사일기를 쓸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있는 것도 감사했다. 지극히 당연한 듯 지나치는 하루지만, 매일 눈을 뜨고 식사를 하고 별일 없이 하루가 끝난 것도 감사했다. 그렇게 감사함을 적다 보면 날이 선 마음이 무뎌지고, 밉게만 느껴지던 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미안함과 감사함이 채워지면 내일은 조금 더 고운 표현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인간은 망각의 동물, 실수를 반복한다. 매일 후회하고 반성하고 또 반복하고. 육아하면서 아이도 자라고 나와 남편도 매일 자란다. 익숙하지 않고 내 자리가 아닌 듯 느껴지던 일상이 이제는 행복을 주고 있다. 아이가 있어서 힘들지만, 아이가 있어서 행복하고 웃을 수 있다. 잠든 아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잘해주지 못한 것, 짜증을 내거나 화낸 것 등이 떠올라서 눈물이 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아이와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어미라서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밀려오면, 그 마음을 또 적어두곤 했다.



  지난 감사일기와 육아일기를 종종 꺼내어 읽어보기도 한다. 아이와 남편에게 감사한 일도 많고, 함께해서 행복한 일도 참 많았다. 힘들다는 이야기도 끊임없이 등장하지만, 그래도 나날이 긍정의 기운이 담긴 이야기도 자주 등장했다. 매일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나는 행복하다는 말도 많이 했었다. 행복한 순간을 읽으면 마음이 충전되고, 힘든 순간을 읽으면 동기부여가 되었다.


  매일 기록을 남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으면 5분에서 10분이고, 길어도 30분이 넘지 않는다. 이 시간이 밀리기 시작하면 몰아서 쓰기 버거워지지만, 단 1줄이라도 그날의 감정, 풍경, 날씨라도 적어두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래서 잠자리에 들기 전, 그날의 풍경 사진, 감사일기, 육아일기를 간단히 정리해본다. 물론 밀리는 날도 생기지만, 사진과 영상으로 틈틈이 하루를 기록해두면 다시 그날을 되돌아볼 수 있다. 사진도 일기도 매일 시간을 내어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면 과거를 돌아볼 필요가 생겼을 때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유명한 작가나 성공한 인물들도 매일 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최근에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배우 박보영의 일기 쓰는 습관에 대한 영상도 공감이 되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일은 그 일이 사소한 것이라도 쉽지 않다. 그래서 일기를 매일 쓰는 것도 많은 이들이 도전하지만 실패한다. 나도 쓰다가 말다가 해왔는데, 육아하며 다시 기록하는 재미에 빠졌다. 지금 이렇게 쓰는 글이 차곡차곡 모이고 있는 브런치도 참 좋다. 


기록해보자, 그게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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