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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Sep 28. 2022

취미: 글쓰기

글쓰기의 매력에 빠지다.


  누구에게라도 말을 하고 싶었다. 육아도 타지 생활도 타국 생활도 나를 무인도에 던져놓은 기분을 들게 했다. 말하기를 좋아해서 교사가 되었나 싶을 만큼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했던 내가 지난 몇 년간 남편과 아이를 제외하면 대화할 사람을 만나는 일이 사라졌다. 코로나의 영향도 컸지만, 타지와 타국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친해지는 게 쉽지 않았다. 홀로 집에 있는 날이 이어지면서 아이의 말문이 트이기 전에는 육아에 지쳐 말하기도 싫어져서 입을 전혀 열지 않는 날도 있었다.


  아이가 아닌 성인, 특히 친구가 만나고 싶고, 수다도 떨고 싶었다. 지치고 힘든 마음을 서로 토닥여주기도 하고 기쁘고 행복한 마음을 함께 나누던 인연들이 너무나 그리웠다. 사랑스럽고 소중한 아이가 내 곁에 있었지만, 나는 외로웠고 허전했고 우울했다. 약국에 영양제를 사러 가거나 병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일상적인 업무를 하며 다른 사람을 만나면 흔히 TMI라고도 하는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늘어놓기도 했다. 어이없게도 그런 대화라도 하고 나면 숨이 트였다. 그리고 이해가 되지 않던 아줌마들의 오지랖과 수다스러움이 공감되기 시작했다.



  말이 하고 싶고 사람과 소통하고 싶던 마음이 글을 쓰게 했다. 예전에도 끄적이는 것을 좋아했지만 이렇게 공개적인 곳에 나의 글을 써본 적은 없었다. 그리고 누가 나의 글을 보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다. 그런데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고 막상 되고 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의 이야기와 생각을 자유롭게 글로 쓸 수 있고, 그 글을 화면 너머로 누군가가 읽어준다는 사실이 설렜다. 글이 쓰고 싶어서 손가락이 근질근질하던 날에는 어서 나의 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려지고, 글이 잘 써지지 않는 날에도 글을 쓰는 습관을 만드는 그 자체로도 행복했다.


  브런치 작가가 된 후 틈날 때마다 글을 쓰면서 내가 쓴 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가기도 하고, 그 글의 조회 수가 1만을 넘기기도 했었다. 그런 기회가 몇 번 더 오기도 하면서 글을 쓰는 재미와 보람이 더욱 올라갔다. 물론 상대적으로 라이킷이나 댓글 같은 피드백은 매우 적었지만, 그 또한 글쓰기 연습을 꾸준하게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글을 쓰면서 나의 마음이 정리되듯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도 조금이라도 여운이 남는 글을 쓰고 싶어졌다. 그저 나를 위해 시작한 글쓰기였는데, 점점 욕심이 커지고 목표가 높아졌다.



  어떤 면에서 글쓰기는 참 쉽다. 특별한 도구가 필요하지도 않고, 특별한 공간이 필요하지도 않고, 특별한 경험이 필요하지도 않다. 그저 나와 나의 주변, 일상을 돌아보는 눈과 마음이 필요하다.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를 손글씨로든 워드로든 차곡차곡 남기면 글쓰기가 된다. 그 글이 투박하기 그지없는 원석이더라도 매일 다듬어나가면 자신만의 빛을 내는 보석이 된다. 다른 사람의 빛깔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고, 빛나지 않는다고 조바심을 낼 필요도 없다. 빛나지 않아도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으니깐.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글쓰기는 참 어렵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깔끔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일상이나 생각이 나의 언어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나치게 무겁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고민과 독서도 필요하다. 누구나 자신의 하루를 담은 일기를 쓸 수 있지만, 일기를 에세이로 발전시키려면 조금 더 노력해야 한다. 나 혼자 읽는 글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함께 보기 위한 글을 쓰는 것이므로 문장을 쓰고 나서 다듬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것저것 열심히 도전하고 있지만, 누가 나에게 취미나 특기가 무어냐고 물으면, 여전히 자신 있게 말할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는 조심스럽게 글쓰기를 취미로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쉽고도 어렵지만, 한번 시작하면 그 매력에서 헤어 나오기가 어렵다고.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꾹 눌러왔던 말하고픈 욕구와 사람들과의 소통 욕구도 어느 정도 채워졌다. 얼마나 더 글쓰기를 이어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매일 쓰고 또 쓰다 보면 쓰지 않는 날은 손에 가시가 돋을 것 같은 날도 올 것 같다. 글쓰기에 도전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일단 쓰기 시작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잘 쓰든 못 쓰든 나의 글을 써보기 시작한다면, 

내가 그랬듯 글쓰기의 치명적인 매력에 퐁당 빠져들 것이기에.





*전체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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