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갈지 않을까?' 궁금했다.
우리 집도 그렇고 사무실도 그렇고
어디 가나 사람들이 많이 누르는 '1층'과 '닫힘'은
코로나를 예방한다고 붙여둔 필름이 항상 너덜너덜한 채로 붙어있다.
마치 10년은 사용한 것처럼...
'청소하는 아줌마들이나 경비 아저씨들 눈에는 저게 안 보이나? 저거 얼마나 한다고...'
사소한 일상에 남아있는 코로나 흔적에 대한 짜증이 애먼 엘베 버튼으로 향했다.
'어디 남은 필름 있으면 저걸 좀 때우시지...'
'아님 필름을 떼내어 위아래를 바꿔 붙이면 몇 달 더 쓰겠네.'
'더러워서 1층이나 닫힘 버튼 누르지 말아야겠다'
'카메라 고장 났을 때 저걸 확 떼 버려?'
'아니 도대체 얼마난 많이 눌렀으면 필름이 너덜너덜해지는 거야?'
매번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내 눈엔 닳아서 해어진 필름이 눈에 거슬렸고
그걸 볼 때마다 '어떻게 저걸 없애지?' 하는 고민에 머리가 복잡했다.
쓸데없는 오지랖.
기쁜 소식!
며칠 전 사무실 엘베 필름이 교체됐다. 아주 맑고 깨끗한 넘으로.
마치 '코로나 종식 기념 창고 속 필름 대방출' 하듯 엘베마다 낡은 필름들이 싹 바뀌었다.
'아 이 건물 아저씨들은 일 좀 하시는군'
그렇게 며칠 상쾌하게 엘리베이터를 탔다.
매끈한 필름의 감촉을 느끼면서 뭔가 새 건물에 입주한 듯한 기분도 받고...
그런데 오늘 낮에 엘베를 타는데, 뭔가 느낌이 예전과 달라졌다.
검지 끝에서 전해오는 까칠까칠한 느낌.
'응 뭐가 묻었나?'
들여다보니 그게 아니다. 필름 표면이 여러 군데 찍혀있다.
'이건 뭐지? 불량인가? 그런데 왜 여기만?'
궁금해서 눈을 '닫힘' 버튼 쪽으로 더 가까이 들이대 보니, 보인다.
날카로운 송곳이나 열쇠 끝으로 버튼 필름을 찍거나 벅벅 그어댄 흔적이...
손가락 끝이 필름에 닿지 않게 하려고
자기가 갖고 있는 물건 중 가장 뾰족한 것으로 공동으로 사용하는 필름을 찍어 버린 거다.
문득 그러고 보니 그런 광경을 몇 번 본 적 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씩 들고 엘베에 타서는 열쇠 끝으로 버튼을 누르던 사람들.
막상 그때는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던 것 같은데,
오늘 며칠 만에 찢어진 필름을 보고 나니 가슴이 아프고 괜히 먹먹하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
이제 한동안은 찢어진 필름을 보게 되면 관리하는 분들을 탓하기보다
지 손가락에 병균 안 묻히겠다고 열쇠로 필름을 짓이겨버린 넘들을 욕할게 될 것 같다.
적당히 상식선에서 남들 배려하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길,
그리고 전면교체, 재건축, 재개발이 상식인 나라에서
오래되고 정성스럽게 사용한 물건들의 가치가 존중받을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