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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eproducer Sep 25. 2022

Apple에 안 되는게 많아졌다.

언제부터일까?

6개월!

'창문'에서 '사과'로 갈아타는 데 걸린 시간이다.

적응하는데 오래 걸렸지만 일단 그 안에 들어오면 너무 편해서 다른 게 눈에 안 들어왔다.

 

수 십년간 나에게 PC의 용도는 아래아한글로 작성한 문서를 관공서에 작성하거나, 가끔씩 정부 24 들어가서 등본 떼는 정도였다. 그 외에는 파워포인트보다 월등히 좋은 '키노트'를 활용해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엑셀보다 훨씬 직관적인 '넘버스'로 표를 만들었다. 지금은 돈 독이 올라서 1년마다 비슷한 물건 디자인만 살짝 바꾸고 내부 부품 좀 업그레이드해서 소비자 주머니 털 궁리만 하는 회사지만, 잡스가 날아다니던(?) 시절의 애플은 '이런 물건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면 몇 년 후에 그걸 만들어내는 드림 컴퍼니였다. iPod을 쓰다가 iPhone으로 갈아타자마자 다른 거 다 정리하고 애플에 올인했고, 3대의 iPad, 6대의 Macbook 등등을 포함해 지금까지 그 회사에 갖다 준 돈을 합치면...ㅠㅠ 


iPhone은 첫 모델이 가장 멋졌다.


앞서 말했듯이 '돈 독이 오른' 애플의 최근 행보를 보면서 '내 일방적인 애정'이 언제까지 유지될까 위태위태할 때가 많았다. Macsafe 충전기가 2개나 있는데도 MAcsafe2가 나오면 기존 충전기가 무용지물이 되는 탓에 새로 사야 했고, 똑같이 생겼는데 번들로 딸려온 케이블은 충전만 되고 데이터 전송이 안돼서 따로 케이블을 주문했고, 1년남짓 열심히 쓰면 연결부위가 덜렁거리는 Lighning 케이블은 지금까지 추가로 산 거만 5개가 넘고, USB-C로 포트가 바뀌는 타이밍에 HDMI포함 기존에 있는 5~6개 커넥터들을 싹 다 개비했다. 지들은 다 성능 개선을 위한 거라고 하는데, 그 시커먼 속을 누가 모를까? 게다가 그 화려한 마케팅에 속아서(?) 구입한 다음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생각했던 성능에 못 미치는 (그렇다고 반품할 정도의 하자는 아닌) 걸 발견했을 때의 황당함이란...ㅎ 


"왜 아이폰이랑 애플을 고집하는 거야?"

"응 OS X 때문이야"

누가 묻길래 1초도 생각하지 않고 대답했다. 


어떤 이는 디자인이 좋다 하고 어떤 이는 맥의 하드웨어 성능이 좋다고 하는데, 나는 OS 때문에 애플을 못 버렸다. 이렇게 편한 운영체제가 있을까? 전에 윈도즈 컴을 쓸 때면 며칠에 한 번씩 Freeware, Shareware를 찾아 서핑을 했는데 맥에선 그럴 필요가 없다. 다 있으니까. 매뉴얼을 볼 이유도 없다.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하면 그렇게 된다. 아이폰에는 갤럭시처럼 왜 깔려있는지 이해가 안 되는 지저분한 앱들도 없다. 게다가 업데이트는 수시로 지가 알아서 하고, 일을 다 했으면 맥북을 그냥 덮어버리면 끝이다. 아이폰 기계 자체로만 보면 갤럭시만 못하고, 아이패드도 몇 년째 별로 달라진 표가 나지 않지만 OS 때문에 애플과의 결별이 어렵다. 이렇게 편한 시스템이 또 있을까? 얼마 전만 해도 새 기기를 사서 옮기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고 기존 레이아웃이 흐트러지는 단점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얄미울 정도로 똑같이 복사된다. 오히려 너무 그대로 옮겨놔서 새 기계 구입한 즐거움이 반감될 정도로...


애플의 OS를 보고 있으면 '플랫폼'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다양한 콘텐츠들을 담기 위한 든든한 울타리. 하나 잘 구축해 두면 끊임없이 리뉴얼되고 성장하면서 사람들을 붙잡아두는 플랫폼. 삼성처럼 남의 안드로이드를 빌려 쓰면서 디바이스 장사를 하기보다는 운영체제라는 플랫폼 하나를 지금부터라도 잘 키우는 게 낫고, 공중파 등등 기존 미디어와 제휴해 자기 콘텐츠를 키우기보다는 하이브처럼 직접 엔터 플랫폼이 되는 게 낫고, 넷플릭스에 돈 두둑이 받고 영화, 드라마를 팔기보다는 내 플랫폼을 조금씩 키워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도록 하는 게 나은 거지. 애플이 가는 방향은 큰 흐름에서 항상 정답이었다. 유저들이 디바이스 자체에 신경 쓰기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되고 싶은 것'에만 편안하게 초점을 맞출 수 있게 시스템, 말하자면 플랫폼을 만들어 두었고, 그 플랫폼은 오늘도 조금씩 미래를 위해 진화해가고 있었으니...


그런데 최근 몇 달 이 애플 OS에 대한 짜증이 늘었다. 뜬금없이 iTunes에 접속이 안되고, 시도 때도 없이 돈독오른 Music은 내 호주머니 털어갈 생각에 찝쩍거리고, 얼마전엔 내 폰 Face ID 오류가 자꾸 생기길래 리셋하려도 했더니 이젠 내 얼굴 인식을 못한다. 이제 이사갈 때가 된건가? 그렇다고 훨씬 열악한 Windows로 갈 수도 없고...  


잡스가 그립다. 

쓸데없이 크고 복잡해지고 결함이 많아진 운영체제를 안고가는 Apple을 보면 IBM이 생각난다. 

그렇다면, '혁신'이 머지 않았다. 누가 시작할 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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