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생각
내가 엄마 손을 놓을 수 있을까.
휠체어에 엄마를 태우고 내려가는 딸. 잘 펴지지 않는 손으로 딸의 손가락 하나를 꽉 잡는 엄마.
주름 많은 아이의 얼굴로, 엄마 떨어지기 싫은 아기처럼. 딸과 떨어지지 않으려는 늙은 치매 엄마.
딸은 묻는다. 나는 엄마의 손을 놓을 수 있을까.
아기들만 엄마 손 꽉 쥐는 것은 아니다. 아기가 된 엄마들도 그랬다. 많은 딸들이 그 손을 잡아주었다.
긴 병에 효자 없다 해도, 십 년 넘게 엄마 돌보며 자신은 몸이 성하지 않아도, 딸만 찾는 엄마를 외면하지 못하는 많은 딸들이. 그렇게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고 있었다.
엄마와 딸. 세상 그 어떤 관계보다 월등히 우월한 관계. 이만한 관계가 있을까.
치매가 된 엄마를 돌보는 딸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딸한테 어리광도 부린다. 투정도 부린다. 광기도 부린다.
엄마 나이만큼 늙어가는 딸들이, 아기가 되어 가는 엄마를 돌본다.
코끝에 지린 오줌 냄새가 달라붙어 있는 것 같고, 손끝에는 아직도 똥이 묻어 있는 것 같다.
왜 우리 엄마만.
왜 우리 엄마만 그래. 암수술 몇 번 한 사람도, 엄마 보다 나이가 열 살은 더 많은 사람도.
엄마 모임의 '형님들'은 다 정신은 멀쩡하다. 폐암이 걸려도, 대장암이 걸려도, 허리 수술 3번이나 해도.
그런데 그보다 아프지도 않았고, 나이도 아직은 그니들보다 어린데. 왜 우리 엄마만 그래. 억울하다. 억울해.
뭐 한자리했던 것 같은, 고차원으로 보이는 '그이'를 따라잡겠다며 "칫!"다짐하는 엄마.
주간보호센터 갔다 오면서 소회를 밝히는 엄마를 귀여워하는 딸. 아직은 정정하다고 부러워하는 다른 딸들.
오늘의 메뉴는 엄마다. 게시판에 엄마 보고 싶다는 딸들이 총출동이다.
엄마 음식 그립다는 사연까지 줄줄이다. 게시판의 딸들 글을 읽으니 나도 엄마 생각이 났다.
내가 서른도 되기 전에 죽은 엄마. 나는 화가 났었다. 세상 모든 것에 다 화가 났었다.
그런 게 어딨어. 화가 나다가 나다가 다른 엄마들도 다 죽어야 한다는 생각에까지 미쳤다.
왜 우리 엄마만 죽나. 그런 게 어딨나. 억울하다. 왜 우리 엄마만. 데려가려면 세상 엄마란 엄마는 다 데려가라. 그렇게까지 분노가 일었었다. 내가 부르르 떨며 울음을 터뜨리자, 내 멘토언니가 다독여줬었다.
그래도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지금 이 게시판의 모든 딸들의 심정이 너무나 이해가 된다.
시집을 간 언니도, 못 간 언니도, 갔다 온 언니도. 엄마는 다 있다.
엄마의 김치가 그립다고 한다. 나도 우리 엄마 강된장이 사무친다.
간병에 지친,
엄마 몸에서 나온 딸들이,
차마 도망가지 못하고,
허공에 대고 원망만 할 뿐이다.
왜 우리 엄마만....
댓글로 위로해 주러 들어갔다가, 내가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글 읽고 엄마 생각이 나서 울었습니다. "왜 우리 엄마만" 제 나이 스물아홉에 엄마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때 저도 그랬습니다. "왜 우리 엄마만. 왜 우리 엄마만..."
이 세상에 '엄마와 딸'만 한 관계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오죽하면 부처님도 엄마 있는 사람이 제일 부자라는 말씀을 하셨을까 싶습니다. 삶이 고단할 때, 엄마 생각이 더 나더라고요.
남편이 치매에 걸렸는데, 엎드려 울 엄마도 없습니다. 연애하다가 이별했을 때 엄마 무릎에서 울었는데, 엄마가 제 등을 쓸어 주며 "정은 하나란다". 위로해 주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없습니다.
엄마, 막내 사위 치매야. 어떡해. 나 어떻게 살아. 엄마. 나 너무 힘들어.
똑똑한 척, 괜찮은 척, 강한 척, 다 무너지네 오늘.
왜 우리 엄마만 일찍 죽었나. 왜 내 남편만 치매에 걸렸나. 왜. 왜. 왜. 나만.
왜 나한테 가장 소중한 두 사람을. 엄마 없는 대신 남편이 엄마 빈자리 메꿔주며 살았는데,
제2의 엄마를 또 뺏어 가다니. 정말 나한테 왜 그래. 왜 나만...
위로는커녕 흐르는 눈물이 주체가 안 돼서 나야말로 울기 바빴다.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간다더니, 주저리주저리 쓰던 댓글은 올리지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