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 했던 시절

미련은 없다

by 채송화

내 친구 결혼할 때 받은 부케. 한 달을 고이 말렸다. 꽃잎 한 장 풀잎 한 끗까지 갈색으로 말랐다.

잘 살라고 기도하며 태워줬다. 그 친구는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 딸 둘도 성공했다. 남편도 성공했다. 친구도 성공했다. 그 집안은 화목하고 평안하다. 친구한테 나는 생색낸다. 다 내 덕분인 줄 알라고. 알지 알지.

내 영혼의 단짝 친구. 열다섯에 만나 지금까지 평생 친구. 내 뒤에 앉아서 나를 '찜'한 친구.


중학교 때부터 우리는 많은 것을 함께 했다. 음악회도 다니고 영화도 보고 연극도 봤다.

<동랑청소년극단>에서 <방황하는 별들>을 했을 때 야간학습을 '째고' 갔다 왔다. 다시 학교에 갔을 때 벌을 받았다. 그때 송인현 배우한테 받은 싸인이 아직 있다. 뿐인가. 고등학교 때부터 주고받았던 친구와 나의 편지와 카드, 엽서까지 다 가지고 있다. 좁은 집에서 넓은 집으로 또 넓은 집에서 좁은 집으로 몇 번을 이사하면서도 간직하고 있다. 친구가 이십 대에 선물한 조개 목걸이까지 있다. 이것은 다 주지 못한 우정에 대한 미련인 걸까.


친구는 대학 졸업하자마자 결혼했다. 결혼 전까지 친구는 나한테 너무나 잘했다. 그렇게 모든 것을 쏟아 낸 우정이 있으니. 그 친구는 우정에 대해서는 후회도 미련도 없을 것이다.

"니가 그때 대천 갔을 때 바닷물 들어온다고 나 업어 줬잖아."

"니가 그때 산에서 내려올 때 나 구두 신었다고 업어 줬잖아."

나는 친구와 정다웠던 순간만 한 가득이다.


"아니, 나는 왜 그렇게 너를 업고 다녔냐."며 친구는 기억도 안 난다고 했다.

최선을 다한 순간이 있는 사람은 기억이 없다. 미련이 없으니까.

사랑받은 나는 기억한다. 사랑을 준 친구는 기억이 없다고 한다.


우정은 나의 화려했던 과거. 현재 내 삶의 주소는 남편의 치매.

치매는 왜 걸리는 걸까? 최선을 다한 세월이 너무나 길어서 그런 건 아닐까?

사랑을 받은 나는 기억한다. 사랑을 준 남편은 기억을 잃어 간다.


하지만, 내가 받은 우정과 사랑은 영원한 어떤 것이 될 것이다.

그것은 우주로 돌아가 별로 박힐 것이다. 반짝이는 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