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명과 죄명사이

돌봄, 학대인가 방임인가

by 채송화

"야간 배회 막으면 노인학대라는 누명이 되고, 그냥 놔두면 방임이라는 죄명이 씌워지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족들만 피멍이 듭니다."


치매게시판, 안타까운 심정이 자정에 올라 와 있다.

밤 열 두시. 엄마의 위치는 밖이다. 문 닫은 시장에 10분 이상 머물러 있는 엄마의 위치. 위치추적앱으로 연결된 엄마와 딸. 놀란 딸이 엄마한테 전화를 한다. 엄마는 과일 사러 왔다고, 사람들 바글바글 많은데 무슨 걱정이냐 한다. 또 감시하는 거냐 짜증 낸다. 딸은 애가 탄다. 겁이 난다.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가 되는 순간. 순간. 순간. 치매 앞에서 모든 것이 무력해지는 순간이다.


과부 사정 홀아비가 안다더니 무슨 말인지 내 상황이 바로 떠올랐다. 나도 그랬었다.

치매안심센터 가서 남편의 지문을 등록했다. 남편한테 부정적인 말은 하지 말라 한다.

다정도 체력이라지? 나는 체력이 바닥이다.


사람인 人 사람끼리 기대서 사람인 이라는데, 돌보는 사람은 정작 기댈 곳이 없다.

누가 나를 위로해 주지? 여러분!

치매 가족의 여러분은 게시판의 또 다른 가족들이다. 서로 아! 하면 어! 하고 알아준다.


애 하나 키우려면 온 동네가 키워야 된다는 말처럼, 치매 환자도 그렇구나 싶다.

틈만 나면 바깥에 나가는 그 엄마는 동네 고깃집에서 모닝삼겹살을 드셨다고 한다. 자주 드셨다고 한다. 체크카드 동선을 따라서 딸이 식당에 갔다. "저 혹시... 분홍색 잠바 입고..." 하니 벌써, 식당주인이 안 그래도 엄마가 딸 얘기를 해서 전화번호 물어보려 했다 한다. 두 시간 만에 또 드시러 오셔서 돌려보냈다고 했단다. 딸이 식당 주인한테 고맙다고 말했다고 해서. 게시판의 우리도 모두 식당주인한테 연신 고마운 일이라고 같이 인사 올렸다. 그만해도 다행이라고. 집에만 있는 거보다는 낫다고. 또 1인분 안 판다니 2인분 드신 것도 괜찮다고.

치매 노인의 먹성과 섬망과 망상과 배회에 대해 다들 할 얘기가 많았다.

오늘 하루 무사히 지나갔음 된 거라고. "휴......" 안도의 한숨이 모두의 가슴에서 길게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