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떠 있는 아침

by 채송화

남편은 일찍 일어난다. 10시 취침. 6시 기상.

8시간 푹 잔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뒤척인다. 알츠하이머로 인한 렘수면장애가 있다. 야간 배뇨 현상도 있어 새벽 서너 시에 깬다. 예민한 나는 그 모든 것에 민감해서 같이 일어 난다. 강제기상이다.

발을 쓱쓱 끌며 다니는 남편. 그 소리에 나는 즉각 눈을 뜬다. 시계를 보니 여섯 시다. 나는 재빨리 일어난다. 남편의 핸드폰을 감춰야 한다. 밤 줍는다고 산속에 들어갔다가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온 남편. 오빠와 조카까지 산에 가서 핸드폰을 찾는데 동참했다. 위치추적을 하고 있지만 정확한 지점까지 나오지는 않았다. 비까지 오는데 산을 헤맨끝에 남편이 찾아냈다. 그래도 다행히 밤 주웠던 동선을 따라 내려가 찾아왔다는 것.

통상 치매환자는 물건을 감추는 게 일이라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물건이 감춰질까 봐 내가 먼저 감추고 있다.


그날 이후 맨발 걷기 할 때 스마트워치만 손목에 차고 나가게 했다. 나는 그 후 계속해서 뭉친 감정이 풀리지 않았다. 아침에 무심코 스마트폰을 가지고 갔다가 또 잃어버릴까 봐 신경과민에 걸릴 지경이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자고 다짐한다. 남들은 치매로 남의 밭의 채소까지 따 먹기도 한다는데. 그래도 밤 주워 오는 게 어디냐고. 내가 이혼한다고 으름장을 놓아서인지 밤을 가지고 집으로 오지는 않는다. 대신 흙투성이 옷차림인 걸로 봐서 밤을 찾기는 하나 보다. 밤도 딱 그 시기가 있다. 빈 손으로 들어오는 걸 보면 늘 허탕일 테지 하면서도, 청설모처럼 어디 나무 밑에 파묻고 오는 건가 싶기도 하다. 치매는 곧잘 엉뚱한 세계를 갔다 오는 것도 같다. 현실과 악몽의 중간 지대 같달까. 그게 심해지면 섬망으로 진행될 테지...


같은 일인데 이렇게 상황이 달라지니 대하는 것도 달라진다. 예전에는 남편과 밤을 한 움큼 주워와 쪄 먹었다. 산밤이라 너무 맛있다며 딱 이맘때만 즐길 수 있다며 좋았었다. 기억이 곧 감정인지 남편은 여전한데 내가 변한 것이다. 변해야 맞는 치매 남편의 가을은 그대로인데, 치매가 아닌 나는 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의 밤 줍기를 나는 왜 싫어하게 되었는가. 그것은 내 일이 한 가지 늘어나는 게 싫기 때문이다. 맨발에 상처라도 나면 내가 또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한다. 데리고 가고, 설명하고, 속상해하는 그런 일련의 과정이 나를 지치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차단하려는 것이다. 마치 <마이너리티 리포트> 영화에서, 범죄의 조짐이 보이면 싹을 제거하는 것처럼 말이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나갈까 봐, 그래서 또 잃어버리고 또 산속을 헤맬까 봐. 그 감시 때문에라도 나는 남편이 일어난 기척에 같이 일어난다. 대신 일주일 넘게 남편과의 맨발 걷기를 같이 하지 않았다.

나는 '돌봄 번아웃'이 분명한 것 같다. 두어 시간 산에서 시간 보내고 온 남편한테 아침과 약을 챙겨 주고 옷을 입혀 내보낸다. 버스 타기 연습을 시키고 있다.


연휴가 끝나고도 내내 비가 오고 맑은 날 한 날 없더니 귀하게 갠 날, 동트는 걸 봤다. 본의 아니게.

마치 바닷가의 새벽처럼 하늘이 그랬다. 아침하늘이 노을색으로 물들어 있다. 해도 뜨기 전. 해가 뜨려고 산 밑에서 부옇게 황금빛 자락이 먼저 길을 트고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현달이 있다. 추석 보름 지나 이지러지고 있는 달. 그리고 그 달 앞에 별. 달과 별이 한 쌍. 산 위에 별이 하나 따로. 그야말로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강제기상에 대한 보상으로 동이 트는 귀한 풍경을 보았다.


남편과 나는 사진을 철컥철컥 찍었다.

고통을 굳이 발아래 두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