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타이밍에 주는 위기감, 리더십

프로야구 LG트윈스 차명석 단장, 염경엽 감독의 리더십이란

by 아비치크

진짜 리더는 어디에 있을까. 누구나 알고 있듯이 회사에? 혹은 가정에? 무엇보다도 매일 같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스포츠에? 다양한 곳에 리더들이 존재하지만 어쩌면 모든 결정사항과 행동, 그 결과가 보이는 스포츠만큼 리더의 압박이 큰 곳도 없는 것 같다.


그만큼 치열한 스포츠 현장 속 야구계에선 오늘 놀라운 소식이 있었다. LG트윈스의 이 결정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곤 하지만 너무나도 합리적이고 리더다운 결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LG트윈스의 차명석 단장, 염경엽 감독의 오늘의 행동, 2024년 야구계에 가장 큰 화두가 될, 하지만 다른 팀에서는 이미 여러번 겪은 '외국인 교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LG트윈스에서 6년 가까이 에이스로 활약한 '케이시 켈리'선수에 대한 교체 소식이 오늘 보도되었다. 야구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실감나지 않을 수 있지만 사실 외국인 투수는 10개 구단 중 절반 이상이 1년에 한 번씩 겪는 어쩌면 너무나도 일상적인 계약직 직원의 계약과도 같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잠깐 왔다 가는 비즈니스 계약이겠지만, 왜 우리는 이 소식에 놀라워하며 수많은 LG 선수들, 직원, 심지어 타팀 팬까지 놀라며 슬퍼하고 있을까?


아마도 그 것은 6년을 Top에서 유지한 실력, 그럼에도 다른 외국인에게 보기 힘들었던 한국에 대한 존중과 배려, 팀에 대한 절대적인 헌신과 사랑, 팀원들에 대한 철저한 신뢰, 팬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팬퍼스트 정신까지 단 하나도 부족함이 없는 성격 때문이었다. 비록 나이로 인한 탓인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외국인 투수라고 하기에는 조금 불안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지만, 반대로 교체를 할만한 성적은 아니었고 어쩌면 성적만큼 중요한 팀 친화력, 리더십, 타 외국인을 챙기는 멘토로서의 역할까지 출중했기에 바꾸기에는 매우 애매한 위치에 있던 그였다.


하지만 결정은 내려졌다. 이미 1년 내내 교체와 관련된 이야기가 찬반이 갈리어 치열했지만 오늘만큼은 이 모든 이들이 슬퍼하며 단장과 감독의 조금은 냉철한 결정을 비난하고 있다. 꼭 이 후반기에 들어선 지금이었냐며, 올해를 조금 기다려줄 수 없었냐며 다가온 이별에 대한 아쉬움을 댓글로서 해소하고 있는 순간이다.


다만, 지금이어야만 했다. 여기서 말하는 지금은 무엇일까? 돌이켜보자.


현재 LG트윈스란 구단은 10개 구단 중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년도 디펜딩 챔피언이지만 올해 성적과 경기내용은 좋지 못하다. 하필 올해부터 시행된 샐러리캡, 작년에 시행한 2차 드래프트, 마무리 에이스였던 고우석의 미국진출 등 악재가 겹치고 겹치며 철옹성과 같았던 불펜 투수들이 싹 쓸려 나갔다. 그 덕분에 2위라는 성적표지만 1위와는 큰 격차가, 4위까지는 초 박빙의 승부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는 중이다.


지금의 상황을 팬들과 선수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팬들 사이에선 이미 올해 야구가 재미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경기 내용도 그렇지만 작년 너무 짜릿했던 우승이었기에 상대적으로 올해의 관심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선수들도 기아의 독주에 암암리에 포기하는 분위기가 가득했다. 심지어 댈 수 밖에 없는 수없이 많은 변명들까지. 그렇기에 차단장과 염감독의 판단은 더욱 놀라웠다.


오늘의 에이스의 교체는 무엇보다 강한 메시지를 감독이 선수들에게 심어주었다.

'나는 우승할꺼다. 니들이 뭐라고 해도.'

그리고 단장은 이야기 한다.

'나는 우승하기 위해 너희들을 바꿀 수 있다.'


선수들의 입장이 되어보자. 드러나지 않은 불안요소가 가득하지만 반대로 드러나지 않았고, 표면적인 성적표는 2등이다. 욕을 먹지 않을 만큼 무난하게, 그래도 작년의 우승으로 인해 얻은 까방권을 믿으며 편안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리 팀의 기둥이자 에이스가 교체되었다.


'나와 같은 생각인 줄 알았던 리더는, 전혀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우리의 에이스가 사라졌다.'


그리고 한마디 더.


'어쩌면 나는 보이지 않는 가능성이 리더들에게는 보이나보다.'


내일을 위해 한발짝 더 움직일 이유가 없던 하루하루(작년의 우승), 늘 함께 하던 선수들(용병까지 베테랑이 많은 팀 구조), 올해 조금 삐끗해도 작년에 쌓아놓은 게 있다는 생각(디펜딩 챔피언).


이 모든걸 둘이 깨버렸다. 그들은 잔잔해져버린 연못에 돌을 던졌고, 그 돌이 일으킨 파장은 모두의 눈에 눈물이 고이게 만들며 오히려 반짝이게 했다.


수많은 선수들이 고별식에서 펑펑 울었다. 그저 예측이지만, 고별식에서 운 선수들 순서대로 지금과 다른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 같다. 나때문에 교체되었다는 자책감, 나와 함께 몇 년간 지냈던 순간이 가져다주는 즐거움, 앞으로 새롭게 올 선수에 대한 생소함, 그리고 그러한 생소함이 가져다 주는 각성. 고여 있던 베테랑들에게는 너무 큰 돌이 연못에 떨어졌다.


작년에도 이와 같은 결정이 있었다. 팀 최고의 유망주를 포함한 미래 3명을 포기하고 가져온 하위팀의 에이스. 그 에이스는 파장을 일으켰지만 안착하지 못했다. 보낸 유망주가 리그 최고의 타자가 되어버리는 씁쓸함도 함께 왔지만 그 파장의 효과는 달콤했다. 트레이드 이후 리그 최악의 국내 선발진은 갑자기 호투를 펼치며 버텨나갔고, 모두에게 잊고 있던 우승이라는 목표를 다시금 상기시켰다. 결국 최고의 유망주는 29년 만의 우승으로 교환되었고 지금은 모두 그와의 이별을 잊은 상태다.


모두가 안주하고 어쩌면 비관하던 순간, 리더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올해 온 신인 외국인 투수와 비슷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지만 오히려 방출되어 버린 팀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투수. 그의 고별전은 비즈니스 그리고 경쟁의 세계에서 어디에도 안전한 곳이 없음을 몸소 증명하였다.


차단장, 염감독이 던진 돌은 어떠한 파동을 만들어 낼까. 그들이 만들어 던진 돌이 만들어낸 파장은 이번엔 어떠한 균열을 일으킬까. 새로운 외국인이 잘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가장 명확한 것은 나의 연못에 돌을 던지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이 연못을 떠나야 하는 사람이 나일 수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팀에게 충실했던 외국인에게 제공했던 엄청난 고별식까지.(누군가는 이 고별식이 부족하다고 이야기 하지만 계약이 떨어지고 실행까지 남았던 이틀. 직장인은 이틀간 저 행사를 이뤄내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지를 알것이라 생각한다.


차단장과 염경엽의 리더십, 그 결과가 궁금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티빙과 야빠들이 겪게 될 2024, 야구 뉴노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