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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하는 사람들만 아는 우주를 향해

꿈꾸는 일을 향해 가는 미래 계획서

by 아비치크

꿈꾸던 일을 하고 있다.


대학교 2학년 2학기, 실험 시험이 끝난 날. 나는 그 날을 잊지 못한다.

학교의 가장 높은 곳에 있던 공대, 그 계단을 내려오던 나는 견디기 힘든 절망감을 안고 있었다.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일인가. 나는 왜 이 선택을 해서 이 곳에 있는가.


그리고 결심했다. 다시는 이 길을 걷지 않겠다고.


그 이후를 돌아보면 운이 꽤 많이 따랐다.

학창시절을 방황한 덕에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꿈꾸던 일을 찾았고,

20대 후반에 꿈을 이뤘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울퉁불퉁했지만 방향성은 나쁘지 않았다.

스스로 나아가는 느낌이 있었고, 가고 싶은 길도 명확해 보였다.


그리고 지금,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떄때로 의도치 않게 “전문성 있다”, “탁월하다”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혹자는 말한다.

’전문성‘이란 오랜 시간과 그를 인정할 수 있는 시스템 안에서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렇다면 나는 제법 전문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스스로의 부족함을 자주 느낀다.

내 꿈이 너무 거창했던 탓일까. 그때의 좌절이 깊었던 탓일까.

가끔은 스스로의 욕심에 지치기도 한다.


광장에 서 있다고 생각했다.

훈련도, 시도도, 실패도 필요한데 어느새 누군가 나를 아래서 바라보는 위치가 되며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이 따라왔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닐까.

광장에서밖에 훈련할 수 없다면, 거기서라도 해야지.

그래야 ‘안다’라는 즐거움을, 단 한번이라도 누릴 수 있을 테니까.


스스로 어른이라 여겼던 그 날.

어른이 되며 나는 훈련이 끝난 스파트라 속 300명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때의 내가 어리숙해 보이듯

지금의 나를 미래의 친구가 같은 감정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애호하는 사람들에게 열리는 우주를 안다.

다만, 지금 걷는 길에서는 사실 그 우주의 위치를 모르겠다.

그래도 그 우주가 존재한다는 걸 믿는다.


오늘도 광장에서, 어쩌면 광대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다시 저글링을 연습해야 겠다.


언젠가 알게 될 것이다.

지금 내가 던지고 있는 공들이

사실은, 빛나는 별이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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