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사랑 Sep 06. 2021

쓸모없는 것들에 대해

우리는 왜 문학, 예술을 즐겨야 할까?

"쓸모없는 것들에 대해"

(우리는 왜 문학, 예술을 즐겨야 할까?)


나는 매일 꿈을 꾼다.

그것도 아주 생생하고 장황하고 서론, 본론, 결론이 있고 그 감정이 절절히 와닿아서 따로 영화를 볼 필요가 없을 때도 많다. 일어나자마자 꿈해몽을 검색한다 해도 별다른 답이 나오지 않아 덮어버린다.


요새 아주 반복해서 꾸는 꿈은 키우는 고양이를 잃어버리는 꿈이다.

두 손으로 꼭 끌어안고 버텨도 그 사이로 빠져나가 도망가거나 없어져 버리고 만다. 너무 고통스러운 감정이 들어 새벽에 꿈에서 깨어 고양이가 자고 있는 곳으로 뛰어가서 왜 그랬냐고  어리둥절한 고양이 앞에서 하소연을 하다 다시 잠에 든다. 왜 이런 꿈들을 꾸는가,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고민을 하고 노력해도 꿈은 점점 더 나를 약 올리듯 다채로운 스토리와 인물들이 등장해 날 괴롭혔다.


특히 꿈을 꾸고 일어났을 때의 그 허무한 마음과 가끔 드는 죄책감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최근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으며 그 죄책감에서 한결 가벼워지는 경험을 했다.


“꿈들은 웅변적일 뿐 아니라 아름답기까지 하다. 프로이트가 그의 꿈에 대한 이론에서 놓쳤던 것이 바로 이런 측면이다. 꿈은 커뮤니케이션일 뿐 아니라 미학적 활동 상상력의 유희이며 이 유희는 그 자체가 하나의 가치다.

꿈을 상상하는 것 없는 것을 희구하는 것이 인간의 가장 심층적인 욕구 중 하나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의학과 과학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감정들은 오직 문학과 예술에서 해소할 수 있다.


꿈이라는 것은 나에게 고통이었지만 넘치는 상상력을 표현하는 하나의 활동이라는 표현은 아주 큰 위안이 되었다. 내 심란한 꿈은 그저 넘치는 창의력 때문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는 크고 작은 고민과 사건들을 접하며 어떻게 해결할까 분석에 빠지다 보면 끝도 없는 고민의 굴레에 사로잡힌다. 문학과 예술은 이 모든 것들을 아름다움으로 덮어버린다.


인생에는 리허설이 없다.

그래도 문학 작품 안에서 충분히 연습할 수 있다.


이렇게 살다 보면

고통스러운 순간도 때론 코미디가 된다.

권력 싸움을 하는 정치인들을 바라보며 동물 농장의 돼지들을 떠올린다. 내 인생의 고비가 오면 아 이 사건은 책으로 따지면 클라이맥스네. 지금 내 인생은 몇 페이지 정도일까?를 생각하기도 하고 어떻게 해결하면 독자들이 흥미로워할까?를 떠올리며 심각하지 않게 넘어가기도 한다.


인간 실험실, 강제 수용소에서 정신과 의사이나 심리학자인 빅터 프랭클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끝까지 살아남고 강한 정신력으로 버틴 사람들, 즉 비관에서 끊임없이 낙관을 찾아가는 사람들은 삶의 의미를 찾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라 말했다. 그리고 극한의 상황에서 돼지처럼 행동하는 사람, 성직자처럼 행동하는 두 부류의 사람을 발견했다고 한다. 사람의 내면에는 두 개의 잠재력을 모두 갖고 있는데, 그중 어떤 것을 취하느냐는 본인의 의지에 달렸다고 한다.


미식가는 음식을 많이 접하고 영화 평론가는 많은 영화를 본다. 그렇다면 삶을 좀 더 낙관적으로, 창조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마지막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선생님의 스토리는 해피 엔딩이군요?"

“그건 당신에게 달렸죠. 이젠 당신의 스토리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