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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사랑 Jun 22. 2022

팬덤정치..집착일까, 사랑일까

외눈박이 팬의 사랑



류시화 시인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란 시는 정말 아름다운 시일까?

이 시에는 혼자서는 세상을 오롯이 보지 못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녀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어릴 때는 낭만적으로 보았던 시인데 요즘은 어쩐 일인지 찝찝하게 느껴진다.


결국 인생은 홀로 꿋꿋하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데 둘 이 꼭 붙어 다녀야만 세상을 온전히 볼 수 있다니..

이러한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의 행태는 요즘 유행하는 팬덤 정치와 유사해 보인다.

특정 정치인에게 지나치게 과몰입한 나머지 내가 난지 내가 정치인인지 모르게 서로가 뒤엉켜 하나가 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사회,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정치인을 자신의 롤모델로 칭해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팬심을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마치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정치인과 본인의 삶이 뒤엉켜있는 극렬한 지지자를 말하는 것이다.


요즘 모 정치인의 강력한 팬인 몇 명의 SNS를 가보면 온라인상의 나를 표현하는 공간에 본인의 온데간데없고 오직 특정 정치인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만이 가득하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 대해 비판을 하는 사람의 SNS에 찾아가 욕설을 내뱉기도 하고 누군가가 반박하는 이야기를 하면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분개해 잔뜩 화를 내기도 한다.


정신분석 용어인 “투사”는 받아들일 수 없는 충동이나 생각을 외부 세계로 옮겨놓는 정신 과정. 이것은 방어적 과정으로서, 개인 자신의 흥미와 욕망들이 다른 사람에게 속한 것처럼 지각되거나 자신의 심리적 경험이 실제 현실인 것처럼 지각되는 현상을 말한다.

프로이트는 한 편집증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투사 과정을 설명했다. 쉬베러라는 편집증 환자가 있다. 그는 자신의 성적 그리고 공격적 느낌을 신에게 투사해 신이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는 망상에 빠져있었다. 그는 자신의 동성애적 성향을 무의식적으로 미움으로 변형시켰고, 이러한 자신의 상태를 신과 타인의 탓으로 돌린 것이다.


정치인에 과몰입한 팬은 이처럼 자신의 열등감, 괴로움, 수치심 등의 감정을 정치인에 투사해 왜곡된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닐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잠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와 나를 분리하지 못한다면 방바닥에 붙은 뗄레야 떨어지지 않는 끈적끈적 오래된 껌처럼 지독한 사이가 되어 버리지 않을까.


그림 : 르네마그리트,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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