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문장 쓰기와 주제 글쓰기로 표현한 고양이
방학에 들어갈 즈음 과제를 정했다. 스스로 정해서 하는 자유 과제도 있고 꼭 해야 할 과제도 있었다. 두 문장 쓰기와 아침저녁 10분 독서는 꼭 하자고 했다. 결과는 나눠준 기록표에 표시하기로 했다.
- 방학 중간에 선생님에게 숙제한 거 사진과 글로 알려주렴!
개학하면 빈 손으로 귀환하는 어린이들이 있다. 궁여지책으로 중간점검을 시도해 보았다. 조금 효과는 있었다. 개학 후 방학과제물은 전시와 감상으로 나누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정말 빈손으로 오는 어린이가 두어 명 있다. 그런 경우는 하루 이틀 남겨서 과제할 시간을 준다.
개학을 한 뒤 과제물을 살펴볼 때면 종종 놀라기도 한다. 스스로, 즐거워서, 의지를 가지고 과제를 한 어린이를 볼 때다. 다*이는 방학 전에 말했다.
- 두 문장 쓰기로 관찰기록 해도 돼요?
당연히 된다고 했다. 그리고는 방학에 들어갔다. 나는 다현이가 하겠다는 숙제에 대해 까맣게 잊었다. 개학을 했고 다현이는 A4 종이 두장 빼곡하게 쓴 기록물을 냈다. 길고양이를 주제로 한 두 문장 쓰기, 제목만 보아도 읽고 싶었다.
다*이는 길고양이와 친해지기 위한 여정을 한 달간 두 문장으로 기록했다. 교사인 나조차 번번이 스스로 한 약속을 깨뜨리곤 하는 게 날마다 기록하기다. 목련을 날마다 기록해야지, 달의 변화를 저녁마다 기록해야지, 출근길 식물 관찰 하고 달력에 적어야지 같은 결심을 수도 없이 했는데 끝까지 지킨 적이 없었다.
- 얘들아, 다*이가 방학 한 달간 길고양이를 관찰하며 두 문장 쓰기를 했단다.
- 와, 대단해요. 읽어줘요!
- 조금만 읽어줄 테니 나머지는 주말 신문에 실은 걸 읽으렴!
글은 아주 흥미로웠다.
고양이를 주제로 한 두 문장 쓰기
김*현(5학년)
7.25-새하얀 고양이가 매번 우리 집 근처를 돌아다닌다.
7.26-아직 가까이면 하악질을 한다. 그래도 푸른 눈동자가 아름답다.
7.27-오늘은 고양이의 눈동자만 보인다. 밤이어서 그런가 보다.
7.28-점점 나에 대한 경계가 풀리는 것 같다. 다가가니 피하기만 한다.
7.29-고양이의 이름을 ‘루이’로 정했다. 고양이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다.
7.30-페르시안 고양이를 닮은 듯하다. 오늘 고양이 인사를 하니 받아주었다.
7.31-예전에 있던 집에 츄르가 있길래 그걸 가져다 루이에게 주었다. 동공이 커졌다.
다*이는 낮에도 밤에도 고양이를 관찰한 듯하다. 푸른 눈동자가 아름답다는 표현에서 다*이가 고양이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애쓰는 마음이 느껴진다. 다*이는 이름도 '루이'로 정하고 인사도 하고 츄르도 가져다준다. 그렇게 천천히 다가가고 있다. 다*이 글을 읽으면서 동화책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8.1-루이가 날 빤히 쳐다본다. 너무 귀여웠다.
8.2-루이가 어딜 다녀온 듯하다 나뭇잎이 붙어있었다.
8.3-루이 옆에서 <초정리 편지>를 읽었다. 루이도 그루릉 소리를 내며 누워있다.
어디를 다녀왔는지 나뭇잎을 묻혀오기도 하는 루이 옆에서 다*이는 동화책을 읽는다. 고양이는 다*이의 책 읽는 목소리가 정겨웠을까, 그르릉 소리까지 내다니! 고양이도 다*이도 무척 행복했을 거 같은 장면이다.
8.4-오늘 '루이야!' 하니 나에게 왔다. 정말 기쁘다.
8.6-루이가 홀딱 젖어있었다. 집에 안 쓰는 우산이 있어서 루이 근처에 두었다.
8.8-이젠 경계심이 풀린 것 같다.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치지 않는다.
8.9-루이가 쥐를 물어왔다 징그러웠다. 그래도 좋아해 주었다.
쥐를 물어오다니! 분명 다*이에게 칭찬받고 싶은 루이다. 그걸 눈치챈 다*이는 징그러워도 꾹 참고 좋아해 준다.
8,10-루이가 진흙에서 굴렀는지 지저분하길래 흙을 털어주었다.
8.11-루이가 다른 고양이를 만나더니 서로 그루밍을 해준다.
8.12-루이가 아직까지 먼저 다가온 적이 많이 없다.
8.13-어떤 분이 루이 밥을 챙겨주셨다. 루이가 아주 잘 먹었다.
8.15-루이를 그리고 있는데 루이가 사라졌다. 알고 보니 풀숲에 들어갔다.
8.14-루이가 조금 살이 쪘다. 분명 동그랬는데 우아해졌다.
8.16-루이가 자고 있다. 오늘은 멀리서 관찰했다. 자는 모습도 귀엽다..
8.18-루이가 ‘냐옹’하고 나에게 다가왔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한 편의 그림책, 동화를 본 듯하다. 어느 날 루이는 다*이에게 야옹하고 다가온다. 세밀하고 정량적인 관찰기록은 아니지만 서정성이 풍부한 관찰기록문이다.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다.
뜻밖에도 고양이에 대한 지식을 많이 가진 어린이들이 있다. 국어시간,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여 글쓰기를 할 때 몇몇 어린이들의 역량은 돋보였다.
변덕쟁이 고양이
김지*(5학년)
나는 고양이를 좋아한다. 처음에 좋아하게 된 것은 그냥 귀여워서였는데 점점 알아보니 더욱 관심이 커졌다. 지금부터 내가 아는 고양이에 대한 모든 것을 쓰겠다.
가장 먼저, 기본 특징을 이야기하겠다. 고양이의 보송한 열과 발바닥, 수염 등은 귀여운 매력이다. 하지만 사실 이것은 다 생존을 위한 것이다. 털은 체온을 유지할 수 있게 하고 발바닥은 점프할 때, 내려갈 때 충격을 흡수하고 바닥에 닿아서 발이 상처가 나지 않게 한다. 수염은 벽에 부딪히지 않고 균형을 잘 잡을 수 있게 해 준다. 긴 꼬리는 균형을 잘 잡게 해 주는데 꼬리 길이에 따라 싸우는 능력도 달라진다. 짧은 꼬리보다 긴 꼬리를 가지고 있는 고양이가 더 잘 싸운다. 하지만 크게 차이는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눈은 어두울 때 잘 볼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 고양이는 물을 대부분 싫어하는데 이유는 털이 젖으면 체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길고양이를 길들여 집에서 키우기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일단 길고양이는 호감도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밥 주러 다니면서 호감도를 쌓는다. 그리고 놀아준다. 고양이도 여러 가지 성격이 있는데 아무 일도 안 하는 아빠의 성격을 물려받는다고 한다. 내가 아는 녀석들 중에는 낚싯대를 가지고 노는 아이, 먹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 애교가 많은 아이들 등 다양한 성격이 있다.
사람들이 간식을 주는 경우가 있는데 아무리 고양이가 졸라도 츄르는 딱 하나만 주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다른 분들도 오셔서 간식. 츄르를 주기 때문이다. 원래 적절한 양은 두 개다. 많이 먹으면 구토를 할 수도 있고 설사를 하거나 병에 걸릴 수도 있다. 츄르는 스틱형 간식이고 약간 액체 같은 느낌이다.
고양이를 데려올 때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보통 길고양이는 '하피스'라고 하는 고양이 감기에 걸려있는 경우가 많다. 또 피부병이 있을 수도 있으니 병원에 먼저 가 보아야 한다. 피부병이 있지 않은 경우에는 2~3일 정도 안 씻기고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에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인데 고양이를 집에서 기를 때 알면 좋은 점들이다. 고양이는 막 다가가려 하고 난리 치는 사람보다는 조용히 기다리고 자기 할 일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또 성격이 명확하지만 계속 바뀌는 변덕쟁이여서 어떤 때는 애교 부리고 어떤 때는 구석에 숨고 하악질을 하기도 한다. 하악질은 오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이다.(이하 줄임)
지*이는 평소에 관찰을 통해서, 직접적인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과 책이나 유튜브 등 다양한 정보를 통해 알게 된 지식을 잘 버므려서 고양이에 대해 썼다. 나도 고양이에 관심이 있어서 길고양이를 보면 이름을 불러주곤 한다. 하지만 츄르를 줘보거나 친해보려고 애쓴 적이 많지 않다. 지민이 글을 읽으면서 지*이가 하는 대로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교과서에 실린 보기글은 어른들이 쓴 글이다 보니 너무 정제되곤 하여 읽는 맛이 떨어진다. 말 그대로 교과서적인 글이다. 지*이가 쓴 이런 글을 어린이가 쓴 보기글로 교과서에 실으면 좋겠다. 지식과 경험을 잘 살려서 관심 있는 대상에 대해 진지하게 글을 썼다. 좋은 보기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