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 어린이와 옛이야기 <손 없는 색시>를 읽다
유년 시절, 처음으로 들은 옛날이야기는 '지리산 호랑이'이야기다. 함경도에서 남으로 내려온 친할머니가 들려주셨다. 그전에 다른 이야기를 어머니나 어른에게 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겐 지리산 호랑이가 최초의 옛이야기로 남아 있다. 그만큼 할머니가 들려준 호랑이 이야기는 무섭고 흥미진진했다. 지금도 할머니 앞에 앉아 이야기를 듣던 어린 내 모습이, 그 때의 두려운 감정과 고적한 방안 분위기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호랑이에게 아비를 잃은 아들은 복수를 위한 수련에 여념이 없었다. 무술과 담력 훈련, 인내심 훈련을 했다. 무술 수련 중에는 바닥에 바늘을 좌라락 세워 놓고 훌쩍 뛰어넘어야 하는 시험이 있었다. 자칫 실수를 하면 끔찍한 일을 당할 수밖에 없다. 그 장면을 들을 때마다 내가 바늘에 찔리는 듯하여 오금이 저리곤 했다. 나는 그 아이와 한마음이 되어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함께 슬퍼했고 복수를 다짐했으며, 활쏘기 연습을 했다. 그 아이가 호랑이에게 당하지 않고 복수에 성공하기를 두 주먹을 쥐어가며 염원했다.
교사가 되어 어린이들에게 일 년에 한두 번쯤은 옛이야기를 작정하고 들려주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조르는 어린이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무서운 이야기는 영화나 게임, 유튜브 영상에 더 많을 테니 굳이 어른이나, 선생님에게 이야기해달라고 조를 까닭이 없는 것이다. 음향도 음악도, 조명도 없는 입으로만 구연하는 이야기를 즐긴 경험이 없는 어린이들은 옛날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할리 만무했다.
그래도 나는 옛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흑백 영화처럼 책을 들고, 또는 외워서 손짓을 하거나 칠판에 그려가며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한때는 입말로만 들려주기 위해 이야기수첩에 읽은 이야기를 메모해두기도 했다. 열 편쯤 이야기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워놓으려고 애썼으나 흐지부지 되었다. 그런 열정은 조금씩 식어갔고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린이들에겐 그림책과 동화를 더 많이 읽어주었다. 하지만 연례행사처럼 옛이야기도 그 사이에 집어넣고는 했다.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까닭은 어린이들에게 우리 정서를, 우리 민족의 풍습을 알려주고 싶어서다. 그때와 지금 다른 것,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것을 찾아보게 하려는 마음도 있었다.
<손 없는 색시>를 읽어주기 전 준비를 했다. 지난해 읽어주면서 색동의 의미와 오방색, 길쌈도구에 대해 공부해 놓은 것들이 한 해 지나고 나니 가물가물해서다. 생활에서 멀어진 내용을 지식으로 급히 익힌 거라 이렇게 잊어버린다.
-얘들아, 이번엔 우리 옛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볼 거야. 바로 <손 없는 색시>란다.
-표지가 예뻐요!
-옛날 결혼식이 장면이다!
-근데 색시가 손이 원래 없는 거예요?
어린이들은 표지와 제목을 보고는 할 말이 많은 듯했다.
-독서록에 쓰면서 읽도록 하자.
제목에 들어있는 색시의 뜻을 알아보았다. 색시, 어린이들은 생활에서 듣기 어려운 말이다. <손 없는 색시>는 '신이담'의 하나다. 신이담(神異譚)의 뜻을 알아보았다. 신이담은 초인간적인 존재가 등장하고 신비하고 기이한 내용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손 없는 색시>가 어떤 종류의 이야기에 속하는지 알고 나면 어린이들은 아비로부터 손이 잘려나가는 색시의 가혹한 운명, 비극적인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했다.
- 우리나라에도 신이 있다는 게 신기해요.(최원진)
당연히 알고 있을 거란 생각을 했는데 뜻밖이었다. 그리스나 로마신화에 익숙한 어린이들은 우리나라 신을 신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듯했다. 1998년 스위스 슈타이너 학교를 방문한 일이 기억난다. 함께 간 교사 일행은 그들의 교육방식을 알아보았다.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슈타이너 학교 어린이들은 신화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 어린이들은 저학년 때 이미 알고 있는 신화를 읊조리며 글로 적고 그림도 그려 새로운 신화책을 만들었다. 조부나 부모를 통해 우리 옛이야기나 신화가 구전되지 않은 우리 현실을 생각하면서 몹시 그들이 부러웠다. 언젠가 그런 수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그때 품은 거 같다.
가정에서 우리 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하는 현실이라면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비중 있게 다루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는다. 단군 신화, 버리데기, 오늘이, 자청비, 삼신 할매, 마고할미, 염라대왕 같은 신화를 학년에 맞게 교사가 들려주고 어린이들은 그림을 그리거나 그림책을 만들고 연극을 한다면 뜻깊을 거 같다.
신화가 아니어도 반쪽이나 아기장수 우투리, 여우누이, 해와 달이 된 오누이 같은 이야기도 어린이들에게 들려주면 좋겠다. 익살맞고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들이다.
5학년 2학기부터 적극적인 역사교육이 시작되는데 짧은 기간 안에 그 긴 역사를 다루려다 보니 급하고 정신이 없다. 유치원, 저학년 때부터 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의 맛을 조금씩 알아본다면 역사공부에도 더 흥미를 느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어떤 신들의 이야기가 있는지 간단히 설명한 뒤 <손 없는 색시>가 구전되어 온 지역, 용인과 대구, 평북지역을 지도에서 찾아 표시해 보았다.
이야기에 들어갔다. 손 없는 색시는 어미를 잃고 아버지와 사는 어린 처녀다.
- 처녀는 마음씨가 곱고 베를 아주 잘 짰습니다. (본문 1쪽)
이야기는 어린 처녀의 특징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아버지는 어린 딸을 위해 새어머니를 들인다. 옛이야기가 그렇듯 새엄마는 콩쥐 새엄마처럼, 신데렐라의 새엄마처럼 어린 처녀에게 온갖 힘든 일을 시킨다. 묵묵히 잘 해내도 여전히 미워한다. 결국 새엄마는 어린 처녀를 내쫓지 않으면 집안이 망할 거라는 거짓말로 아버지를 속인다.
- 그 말을 믿은 아버지는 마침에 처녀의 두 손을 자르고 내쫓아 버렸습니다.
쫓겨나는 것도 무시무시한 일인데 어린 처녀는 두 손까지 잃었다. 스스로 살 방도를 마련하거나 역경을 헤쳐나가기엔 치명적인 상태가 된 것이다. 손이 잘렸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 잘린 두 손은 하늘로 후르르 날아가 버리고 (본문 4쪽)
임어진 작가가 쓴 글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어 그림책에는 어린 처녀의 손이 없어진 장면과 함께 나비 한 마리가 멀리 날아가는 게 보인다.
- 처녀의 손이 하늘로 날아가 버렸는데요 처녀가 여신이라는 뜻인 거 같아요
신이담에 대해 들어서 그런지 남자 어린이 하나는 어린 처녀가 신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어린 처녀는 정처 없이 걷다가 어두워져서 깊은 산골 불이 환한 집에 들어서게 되고 누군가 글 읽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는 마침 있는 배나무에서 배를 먹게 된다. 손이 없어 입으로 배를 깨물다 보니 한 입 먹으면 배가 떨어지고 또 한 입 먹으면 배가 떨어진다. 우연히 마당에 나온 도령이 처녀를 보게 된다.
- 귀신이면 갈 데로 가고, 사람이거든 내려오시오.(본문)
이 장면은 도령이 어떤 사람인지 잘 보여준다. 도령은 귀신의 세계를 인정하는 듯 무심하게 귀신이어도 상관없다는 듯 말한다. 글 읽는 사람으로서 지식뿐 아니라 마음도 단단하게 수련을 하여 강건한 상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도령의 이러한 면모는 훗날 색시가 아기와 함께 떠나게 되었을 때에 보여주는 모습과도 이어진다. 이 장면에서 콩쥐의 원한을 듣게 되는 담력 있는 원님이 떠오르기도 한다. 어린이들도 이 장면에서 도령이 범상치 않음을 느끼는 듯 했다.
- 도령은 무서움이 없는 거 같아요.
도령은 인물 좋고 불쌍한 처지에 놓인 처녀를 집안에 들인다. 그리고는 벽장에 몰래 숨겨놓고 돌본다.
밥도 나누어 먹여주고 대얏물도 들여 씻어 주었습니다. (본문)
인상깊은 문장이다. 깊은 감동과 함께 아름다움이 느껴져서다. 우리 민족이 가진 인정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대목이다. 이 장면에서 어린이들이 낯설어 할 수 있는 대야나 벽장 이미지를 찾아서 보여주었다.
그런데 도령 어머니는 한술 더 뜬다. 여종 아이가 도령이 몰래 처녀들인 사실을 도령 어머니에게 고하게 되는데 도령 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도 한동안 모른 체 한다. 그리고는 밥을 넉넉히 떠 주라고 여종에게 시킨다. 나중에 도령을 통해 자초지종을 듣고는 처녀를 불쌍히 여기며 도령과 혼인을 시킨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라 여겨질 수 있지만 어린이들은 이 장면에서 감동을 느끼는 듯했다. 도령과 도령 어머니는 고상한 품격을 지닌 사람들이다. 이들이 보여주는 이타심은 생각이 많아지게 한다.
- 내가 도령이었다면 처녀를 그냥 가라고 했을 텐데 도령은 처녀를 벽장 속에 숨겨주면서 밥을 주었다. 도령의 어머니는 이 사실을 알고도 벽장문을 바로 열지 않고 도령과 혼인까지 시켜주었다. 정말 좋은 분이다.
(김민재)
혼인을 하는 장면에서는 혼례복과 색시가 입은 활옷 소매의 색동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자세하게 다루기는 어렵지만 우리 민족이 써왔던 색동과 오방색에 대해 조금씩 알아보았다.
색동은 삼국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과 깊은 연관을 가지며 쓰여 왔다. 명절이나 결혼식 같은 날 색동 복식을 입고는 화려함으로 즐거운 기분을 나타났다. 또한 의복을 통해 상서롭지 못한 기운을 막아 아이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마음도 담겨 있다.
어린이들은 이 활동에 관심과 흥미를 느끼는 듯 했다. 색동을 표현하기 위해 색연필로 쓰거나 나누어준 색동 마스킹 테이프를 쓰기도 했다. 색시의 활옷에도 색동이 들어있는데 역시 화려함을 연출함과 함께 벽사(辟邪 : 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침. 사악을 물리침)의 의미도 있다.
천천히 읽기, 온작품 읽기에서는 이전에 배운 것과 경험을 끌어와 연결하는 활동이 중요하다. 우리는 고생 끝에 도령과 혼인한 색시를 위한 시를 선물하기로 했다. 그간 낭송하고 배운 시에서 고르는 활동이다.
한 어린이는 '한하운' 시인의 '개구리'를 골랐다. 문둥병 판정을 받고 소록도를 향해 걸어가던 어느 날 시인이 개구리 소리를 듣고 썼다는 시다.
어린이들에게 시인의 사연과 함께 시를 알알려주었는데 기억에 남았나 보다. 여러 명의 어린이가 한하운의 개구리를 색시에게 선물하고 싶어 했다.
손 없는 처녀의 관점에서 읽은 부분을 정리해 보기도 했다.
-나는 베를 잘 짜지요
-옛날에 어머니를 잃고 지금은 아버지와 같이 살아요.
-새엄마가 생겼어요. 콩쥐팥쥐, 신데렐라 이야기와 비슷하죠?
-새엄마는 나를 싫어했어요
-새엄마는 나를 내쫓으려 했어요 결국에는 나는 손이 잘려 집을 나왔어요
-나는 집을 나와 깊은 골짜기로 점점 더 들어갔어요.
-나는 팔꿈치로 배나무에 기어 올라가서 배를 베어 먹었어요
(이희서)
본격적인 사건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어린이들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불안해 했다. 손이 잘려 쫓겨난 처녀가 겨우 행복을 얻었는데 그 행복이 계속 이어질지 또 불행이 닥칠지 걱정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도령이 과거를 보러 먼 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도령은 색시가 걱정되어 어머니에게 몇 번이고 당부를 했습니다.(본문)
과거 시험과 먼 길 떠나는 도령의 괴나리봇짐에 대해 알아보았다. 괴나리봇짐은 직접 보자기 두 개를 이용해서 만든 뒤 어린이들이 등에 져보게 했다.
어린이들이 걱정한 대로 도령이 과거를 보러 간 사이 일이 일어난다. 색시는 도령 닮은 훤한 아들을 낳았다. 도령의 어머니는 이 소식을 담은 편지를 써서 하인에게 전하라고 한다. 여기까지는 좋았지만 날이 저물어 하인이 들어간 주막이 하필 색시의 새엄마가 운영하는 주막이었다. 대화 끝에 아이를 낳은 마님이 자신이 쫓아낸 손 없는 색시인 것을 알고 새엄마는 편지 바꿔치기를 한다.
네가 간 뒤에 며느리가 아기를 낳았다만 그게 눈도 코도 없고 도무지 사람 모양이 아니구나. 어찌하면 좋겠느냐.(본문)
속 깊은 도령은 잘 돌봐달라고 한다. 하지만 하인이 편지를 전달하러 여러 번 오가는 사이 새엄마에 의해 편지 내용은 계속 바뀌었다. 결국 몇 번이고 '내쫓아 버리라'는 내용의 가짜 편지를 읽게 된 시어머니는 색시에게 겹겹이 옷을 해 입히고 안타까이 여기며 색시와 아기를 내보낸다.
독서록에 어린이들이 쓴 문장을 보았다. 답답함과 속상함으로 가득했다. 어린이들은 새엄마가 벌 받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옛이야기에 담긴 정신, 권선징악은 이렇게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들의 감정을 흔들었다. 어린이들은 새엄마가 벌 받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세상의 질서가 바로잡히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세상이 바르게 되는데 일조하려는 의지를 갖게 되는 것이다.
- 왜 하필 지금 과거시험을 보러 것이니 도령아, 흑흑(홍진기)
- 도령이 하인이 준 편지를 보고는 글씨와 내용이 어머니가 쓴 게 아닌 걸 알고 처녀의 새엄나에게 벌을 줄 거 같다.(허유정)
- 새엄마는 천벌을 받을 거 같다.(최민서)
이제 아기를 업은 색시는 어떻게 될까. 다시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해졌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아기까지 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까......
색시는 한걸음에 다가가 물을 마시려 엎드렸습니다.
그 순간 색시 등에서 그만 아이가 쑥 빠져
샘 안으로 떨어져 버렸습니다.
아가야!(본문)
이 대목에서 잠시 멈추고 어린이들을 보았다. 모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눈이 커졌다.
한숨 쉬고 다음 문장을 읽었다.
깜짝 놀란 색시가 아기를 잡으려 팔을 뻗었을 때
물속에서 손이 나와 색시 팔에 딱 붙었습니다. (본문)
굉장한 판타지다. 가장 위험하고 절실한 순간에 색시의 팔이 돌아왔다. 그 팔은 물속에서 나왔다. 색시는 손을 얻으면서 진정한 자유인이 되었다.
다시 색시의 손이 잘린 일을 생각해 본다.
-색시 손이 잘렸다는 건 무얼 말하는 걸까?
-손이 없어서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요.
-그렇지 . 어린 처녀는 새엄마 아래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 시키는 거 외에는...
손이 잘렸다는 것은 처녀가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을 상징하는 거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어린이들에게 그렇게 답을 알려줄 필요는 없을 거 같았다.
손이 잘린 처녀는 원시적인 상태가 되었다. 조력자인 도령과 시어머니가 도와줘야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기를 낳고 결혼 생활을 하면서 색시의 내면은 성숙해지고 있었다. 생활의 주인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 집에서 쫓겨난 거처럼 처녀는 다시 시댁에서 쫓겨난다. 하지만 어린 처녀시절의 색시가 아니다. 이제는 아기를 책임져야 하는 엄마인 것이다. 강해졌고 단단해졌다. 색시는 온마음을 다해 팔을 뻗었고 하늘은 때를 기다렸다는 듯 색시에게 팔을 주었다. 색시는 진짜 어른으로, 엄마로 태어난 것이다.
이제 색시는 새로운 조력자를 만난다. 마고할미다. 색시는 마고할미를 어머니라고 부르며 함께 살지만 수동적인 지난 날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어머니, 저에게 무명을 짤 목화솜을 사다 주세요. 이제부터 일은 제가 할게요.
마고할미가 목화솜을 사 오자,
색시는 어느 틈에 무명 한 필을 만들고 그걸 내다 팔고......
살림도 부쩍 늘고......(본문)
스스로 살림을 계획하고 일을 하면서 살림을 늘려가는 색시는 어엿한 인생의 주인이 되었다. 우리는 색시가 말한 무명이 무언지, 목화솜은 어떻게 생겼는지 한 필은 얼마만큼의 길이며 무명 한 필은 어떻게 짜는지 알아보았다.
한편, 이라는 낱말을 읽자 어린이들은 이제 도령 이야기가 나올 거라며 기대를 했다. 도령은 급제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색시를 찾기 위해 벼슬도 마다하고 북과 바디 같은 길쌈도구를 지고는 길을 떠난다.
그렇게 여러 해가 지난 어느 날 도령은 어느 고을 골목에서 색시를 많이 닮은 아이를 보게 된다.
-네 어머니는 무얼 하시느냐?
-이 마을에서 베를 매주고 짜 주며 사십니다.
-어머니께 가서 길쌈 장수가 왔으니 나와 보시라고 해라.
다시 읽어도 놀랍다. 남녀가 유별하던 시절 불쑥 남의 집에 갈 수 없었던 도령은 길쌈 장사로 분하여 색시를 만난다. 지혜롭다.
이렇게 해서 가족은 다시 만난다. 색시의 새엄마는 살던 마을에서 쫓겨나고 아버지는 죄닦음을 하게 된다.
그 뒤 색시와 도령은 아이와 어머니와 함께 오래오래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이야기를 읽고 소감을 나눈 뒤 핵심어를 하나씩 골라보았다.
∙새어머니-이런 이야기에 악역이 중요하기도 하고 악역이 없으면 이런 이야기도 없다. 장현수)
∙어머니-도령 어머니께서 손 없는 색시를 씻겨주고 챙겨줘서 내면이 아름답다. (구하늘)
∙아기-아기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새어머니가 다시 등장하지 않았다.(원소윤)
어떤 어린이는 독서록에 도령의 어머니와 색시의 새엄마, 이 두 인물을 비교하기도 했다.
<도령의 어머니>
•사실대로 말한다.
•친화력이 좋다.
•돈이 많아 부자다.
•잘 보살핀다.
<색시의 새엄마>
•거짓말을 한다
•질투심이 크다
•돈이 별로 없다
•탐욕스럽다
책을 다 읽은 뒤 몇가지 독후활동을 했다.
- 인상깊은 장면 연극으로 표현하기
- 이야기속 상황과 어울리는 속담 찾기
-독서록 돌려보고 발표하기
어린이들이 고른 속담은
- 개천에서 용난다
-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같은 것들이었다. 못 된 새엄마와 아둔한 아버지 밑에서 색시처럼 아리땁고 인내심 있으며 베도 잘짜는 사람이 나왔으니 개천에서 용난 거라고 했다.
또한 색시가 시련 속에서 도령이나 마고할미를 만났으니 하늘이 무녀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옛이야기와 속담을 연결하는 활동은 우리 옛정서와 풍속, 의식을 인식하게 되는 흥미로운 활동이었다,
이번에 글을 쓰면서 <손 없는 색시>를 다시 읽어보았다. 어린이들을 가르치면서 놓쳤거나 시간을 내지 못해 활동으로 연결하지 못한 것들이 생각나서 아쉽다.
미니 베짜기를 어린이들과 하고싶어서 시험삼아 골판지와 실을 이용해 베를 짜 봤다. 어린이들에게는 내가 만든 걸 보여주기만 했다.
색시의 성장기를 그려보지 못했는데 그걸 하면 인물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조력자인 도령과 도령 어머니의 인품에 대해서도 탐구해 보면 좋겠다.
<손 없는 색시>를 공부하면서 목화씨를 후배선생님에게 얻어 심고 가꾸기도 했다. 발아율이 낮은데 운 좋게 목화가 잘 자라주어서 수확까지 했다. 어린이들도 열심히 관찰했다.
가족과 사랑의 의미가 지난날과 달라졌지만 이 이야기를 통해 살아가면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벼슬 길도 마다한 도령은 삶에서 무엇을 추구하는 지도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대화도 사람 간의 이야기도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가족과 친구 사이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채굴하고 복원하는데 힘써야 할 듯하다. 어린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가정을 꿈꾸어 본다.
선생님과 부모님, 어른은 어린이에게 들려줄 옛이야기 몇 개쯤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좋겠다. 나도 다시 옛이야기 수첩을 펼쳐 볼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