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비겁의 죽음, 용기의 승리

by 남상석

고대부터 사람들은 인생을 전쟁에 비유했다.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용기(courage)다.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자가 살아남고, 주저하는 자는 결국 패배한다.

반대로 비겁은 단순히 겁이 많은 성격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책임을 회피하고, 결정의 순간에 주저하며, 진실을 말해야 할 때 침묵하는 태도를 말한다. 그래서 고대 문헌들은 비겁을 다른 범죄 못지않게 엄하게 다뤘다.

단테의 신곡 ― 비겁한 자의 운명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 “지옥편”에는 ‘비겁의 죽음’이 인상 깊게 묘사된다. 단테는 안내자 버질과 함께 지옥문 앞에 선다. 그 문 위에는 이런 경고가 새겨져 있다.

“여기로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단테는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자 버질은 이렇게 답한다.

“여기서는 주저함을 버려야 한다. 모든 비겁은 그 죽음을 만난다.”

지옥문을 지나자, 단테는 벌을 받는 무리들을 본다. 그들은 아무 깃발도 아닌 허망한 깃발을 좇으며 끝없는 고통에 시달린다. 반역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신에게 충성하지도 않은 자들. 한쪽에도 서지 못한 ‘비겁한 영혼’이었다.

훗날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은 이 장면을 인용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옥에서 가장 뜨거운 곳은 큰 도덕적 위기가 닥쳤을 때 중립을 지키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다.”

비겁은 단순한 두려움이 아니라, 정의와 불의의 경계에서 방관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단테의 신곡에 의하면, 지옥의 가장 밑바닥은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차가운 곳이다. 배신자들이 바로 이곳에 있다. 비겁(coward)은 용기(courage)의 반대편에 있는 악덕이며, 배신, 배반, 배교까지 하게 만든다.

오즈의 마법사 ― 겁쟁이 사자와 도로시

동화, 오즈의 마법사의 주인공은 캔자스 한 농장 소녀 도로시(Dorothy)이다. 도로시와 그녀의 강아지 토토는 토네이도에 휩싸여 마법의 땅, 오즈에 떨어졌다. 위기 속에서, 도로시는 침착하고 용기 있는 행동을 보여준다.

도로시가 강아지 토토를 잡아 올린다

겁쟁이 사자는 스스로를 용기 없는 존재라고 여겼지만, 여행 내내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졌다. 자신이 두렵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이미 용기를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진짜 극적인 순간은 도로시에게 찾아왔다.

서쪽의 마녀와 마주했을 때, 도로시는 어린 소녀일 뿐이었다. 마녀의 눈빛은 날카롭고 목소리는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그 신발을 내놔라!” 도로시가 신고 있던 은빛 신발은 마녀가 오래전부터 노려오던 것이었다.

도로시는 잠시 주저했지만, 곁에는 자신을 의지하는 친구들과 토토가 있었다. 도망칠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순간. 그녀의 눈에 양동이 하나가 들어왔다. 빗물이 가득 고여 있던 양동이였다.

도로시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양동이를 들어 올려 마녀에게 던졌다.

“으아아아아―!” 귀청을 찢는 비명이 성 안을 울렸다. 그 무시무시하던 마녀가, 물에 녹아내리듯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도로시가 마녀에게 양동이의 물을 던지다.

순간, 방 안을 짓누르던 두려움이 사라졌다. 친구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놀라움과 기쁨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사자와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은 모두 도로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토토는 기뻐 날뛰며 도로시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도로시는 여전히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해낸 건가?”

도로시가 두려움 속에서 행동했기에 모두를 구할 수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도로시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겁과 용기 사이

역사와 문학은 반복해서 말한다. 비겁은 결국 죽음을 만나고, 용기는 승리로 이끈다. 단테의 지옥에서처럼 중립과 방관은 가장 혹독한 벌을 불러오고, 오즈의 마법사에서처럼 두려움 속에서 한 걸음을 내디딜 때 비로소 길이 열린다.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말했다.

“용기는 절망을 직면하는 인간의 유일한 길이다.”

두려움을 피하면 삶 전체가 움츠러든다. 그러나 두려움 속에서도 행동하면, 그 순간 이미 승리가 시작된다. 비겁의 길은 죽음으로, 용기의 길은 승리로 이어진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건, 도로시처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행동하는 용기이다.

도로시, 파이팅!
그리고 우리 모두, 파이팅!



keyword
이전 12화왜 인간은 탑을 세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