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간은 탑을 세울까? 길가에 서 있는 돌탑을 바라보면, 저 높이를 향한 열망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탑은 언제나 공동체의 중심이었고,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는 상징이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문명이 남은 자리에는 늘 탑이 솟아 있다.
우리나라의 명승지에는 빠짐없이 돌탑이 서 있고, 성당이나 교회에는 하늘을 찌르는 첨탑이 있다. 그것은 언제나 그 지역의 상징이자 가장 눈에 띄는 건축물이다. 탑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사람의 염원과 신념이 쌓여 만들어진 형상이다.
탑은 때로 실용적이다. 종을 울리는 종탑, 시간을 알리는 시계탑, 풍경을 내려다보는 전망대처럼 기능적 역할을 한다. 그러나 돌탑에는 그런 기능이 없다. 그럼에도 사람은 돌을 하나씩 얹어 올린다. 왜일까?
탑은 하늘을 향해 곧게 서고, 사방으로 균형을 잡으며, 위로 갈수록 절제하며 작아진다. 이 모습은 우리 삶의 모양과 닮아 있다. 위로 올라가기 위해 절제하며 작아지는 탑은, 자유가 방종이 아니라 절제된 선택임을 일깨운다. 링컨은 말했다.
“자유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것을 선택하는 힘이다.”
삶은 그런 선택의 연속이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붙잡을지, 작은 선택 하나가 인생의 방향을 바꾸고 탑의 모양을 결정한다. 올바른 선택이 쌓여야 탑은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올라갈 수 있다.
나 역시 인생길에서 여러 차례 실패와 좌절을 겪었다. 내 동기를 바르게 인식하지 못한 채 시작한 일은 끝내 이루지 못했고, 시간과 노력을 낭비한 적도 많았다. 그 과정을 통해 깨달은 것은 하나였다. 삶을 세우는 바탕은 선한 동기라는 것이다.
선한 동기는 나, 가족, 이웃, 사회의 유익을 함께 고려하는 마음이다. 자기만을 위한 동기는 오래가지 못한다. 얼마 전 만난 한 일본인 사업가는 자신의 사업 위험은 최소화하고 자기 이익만 극대화하려 했다. 아이디어는 논리적이고 상업성도 있었지만, 사회에 주는 유익은 거의 없었다. 그런 탑은 세워지지 않는다.
선한 동기로 시작했더라도 바르게 세우지 않으면 그 일은 아무리 화려해 보여도 오래가지 못한다. 정직은 탑의 곧은 축과 같다. 거짓이나 왜곡이 스며들면 탑은 기울고 결국 무너지듯, 인생도 마찬가지다.
오래된 탑은 자연스럽다. 아무런 장식이나 덧입힘이 없다. 세월의 비바람을 견뎌 내려면 덧칠이나 치장은 필요 없다. 정직도 그렇다. 꾸밈없이 곧게 살아야 삶도 끝까지 자연스럽게 서 있을 수 있다.
공든 탑이라도 집중, 균형, 절제, 그리고 정직이 없다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 탑이 땅을 딛고 하늘을 향해 곧게 서듯, 우리의 삶도 올바른 바탕 위에 세워져야 한다. 그래야만 오래, 높이 설 수 있다.
영국의 작가 토머스 풀러는 이렇게 말했다.
“정직은 탑과 같다. 그것은 오래 걸려 세워지지만, 무너지면 한순간이다.”
그 말은 삶의 진리와도 같다. 탑은 높이 쌓는 일이 아니라, 곧게 세우는 일이다. 결국, 탑을 세운다는 것은 자기 삶을 곧게 세운다는 뜻이다. 하늘을 향하지만 땅을 딛고 서 있는 탑처럼, 우리의 삶도 높이를 꿈꾸되 뿌리를 잊지 않아야 한다. 그때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