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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은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있을까?

by 남상석

우리는 흔히 “오만하다”, “교만하다”라는 말을 쓴다. 오만은 자신을 높이고 타인을 낮추는 태도이며, 결국 관계를 병들게 한다. 교만이 내면의 왜곡이라면, 오만은 그 왜곡이 관계 속으로 드러난 얼굴이다.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이 쓴 “Pride and Prejudice”란 소설이 있다. 대학시절 “19세기 영미 소설”이란 과목의 교재 중 하나였는데 책 제목이 기억에 또렷하다. 한국어 제목, “오만과 편견”은 원제를 잘 옮겼다. 제목은 소설의 모티브이기도 하다. 이 모티브가 당시 젊은이들의 만남, 연애, 결혼에 다양하고 인간적인 이야기를 만들었다. 작품 속 다아시는 엘리자베스를 넌지시 쳐다보며 이렇게 말한다.

“그녀는 참아 줄 수는 있지만, 아주 매력적이지는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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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적이지만 오만한 그의 말은 결국 관계에 균열을 만든다. 사랑과 결혼이라는 삶의 중요한 순간에도 오만과 편견은 관계를 갈라놓는다. 하지만 그 균열을 통해 그는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을 이해한다.

사람의 관계는 대체로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 판단은 언제나 자기 기준에서 시작되지만, 사랑은 오만과 편견의 기준을 깨는 데서 시작된다.

셰익스피어는 말했다.

“교만은 자기 발밑의 덫을 보지 못한다.”

오만과 편견은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 사이의 이야기를 만들어 왔다. 그것은 비극이기도 하고 성장의 드라마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오늘, 오만과 편견은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있을까? 이 질문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사람의 혼이 자라는 길은, 오만과 편견을 넘어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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