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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에서 "영혼"이란?

by 남상석

나는 한국과 미국에서 교육을 받았고, 지금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살고 있다. 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 보니, 평소에 접하는 용어들을 한글, 한자(漢字), 영어로 비교 분석하는 습관이 생겼다. 나는 평소에 영성(靈性)에 관심이 있어서, 관련된 용어들을 한글, 한자, 영어로 비교하여 살펴보게 되었다. 특히, "soul(혼)"과 "spirit(영)"이란 용어를 접하게 되었는데, 두 단어의 뜻과 차이점이 궁금해졌다.

국어사전에서 영혼(靈魂)을 찾으면, "육체 속에 깃들어 생명을 부여하고 마음의 작용을 맡고 있다고 여겨지는 비물질적인 실체"라고 설명한다. 또한, 죽은 사람의 넋, 또는 육체와 분리되어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정신적인 실체를 뜻하기도 한다. 좀 더 깊이 있는 분석을 위해서, 한국 문학에서 “영혼”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한국인은 일반적으로 “영(spirit)”과 “혼(soul)”을 구분하지 않고, “영혼”을 두루 사용한다. 일상적인 표현인 “영혼이 빠져나갔다”, “영혼을 울리는 음악”, 영혼 없는 대답”에서 “영혼”은 한 사람의 내면 전체, 즉, 마음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한국 문학 작품에서 “영”과 “혼”을 구분하여 사용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에서 “그의 혼은 여전히 이 땅 위에 남아 있었고, 영은 신의 뜻을 따라 먼 곳으로 떠났다.”라는 표현이 있다. 사람이 죽으면 혼은 하늘로 올라가고 백은 땅으로 돌아간다는 동양 사상과 영은 신에게로 간다는 서양 사상이 혼합된 것으로 보인다. 종교적인 표현에서 “영”이 별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영이 맑다”, “영적이다” 등이다. “영혼”은 “혼(soul)”에 보다 가까운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죄를 생각했고, 영혼을 벗어나려 애썼다.” 여기서 영혼은 자기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죄책감, 고통, 기억, 즉 혼에 가까운 심리적 부분을 지칭한다.

한국인의 일상 표현에서도 그렇치만, 한국 문학 작품에서 “영혼”과 “마음”은 비슷한 말로 쓰인다. 아래의 경우, “영혼”이나 “혼”을 “마음”으로 치환하여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다.


“잃어버린 나의 영혼을 어디서 찾을까?” 윤동주, “자화상”

“혼은 고독하여 구름 속을 헤매인다.” 김기림, “태양의 풍속”


한국문학에서 “영혼”대신에 “혼”이란 용어를 구별해서 쓰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다고, “혼”이 “영혼”과는 별다른 의미로 쓰이는 것은 아니다. 한강의 작품에서 나오는 이 두 단어는 다른 의미로 쓰인 것 같지 않다.


“그 아이는 혼이 나간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강, 소년이 온다.

“그의 혼은 말없이 내 마음에 스며들었다.”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혼”과 “넋”, 두 단어에서 별다른 의미의 차이는 없다. “넋”이 죽은 사람의 “혼”을 지칭한다라는 해설이 있지만, 일정한 용법은 아니다. 혼은 한자말에서 유래하였고, 넋은 한국 토박이 말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현대 한국 문학에서 “넋”이 “혼”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 몇 가지 예문을 살펴보자.


“그 아이는 넋이 나간 얼굴로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강, 소년이 온다

“그는 불길한 예감에 넋이 나간 채 산을 내려왔다.”

조정래의 태백산맥


정리해 보자. 한국인은 한글 사용에서 “영”과 “혼”을 실질적으로 구분하지 않으며, “영혼”이라는 용어를 통해, 마음, 즉 비물질적 내면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종교적인 표현에서 “영”과 “혼”이 별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한국 문학에서 “영혼”이 “혼”에 보다 가까운 의미로 쓰이거나 “혼”을 지칭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영혼”, “마음”, “혼”, “넋”은 비슷한 말로 상호호환되고 있다. 하지만, “영혼”이 “영”만을 지칭하는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다. 이는 철학적, 종교적으로 이 두 개념이 구분되지만, 일상언어에서 잘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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