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상석 Sep 29. 2021

영성(靈性, spirituality)

종교인 비율 감소와 영성에 대한 관심 증가

          한국 갤럽조사연구소에 의하면, 한국에서 종교인 비율이 1984년 44%, 2004년 54%까지 늘었으나, 이번 2021년 조사에서 40%로 줄었다. 2021년 현재, 한국인의 6%가 천주교도, 16%가 불교도, 17%가 개신교도이며, 비종교인이 60%에 달해 비종교인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2000년 이후 종교인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청년층에 있다. 2004년, 20대 청년 중에서 45%가 종교를 가졌지만, 2021년, 20대 청년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22%에 불과하다. 30대에서 종교를 가진 비율 역시 2004년 49%, 2021년 30%로 감소했다. 한국인의 종교인 감소 현상은 미국과 유럽의 흐름과 이어져 있다.

            미국은 현재까지 기독교 국가로 남아있다. 그러나, 미국 갤럽조사연구소에서 제공한 아래의 도표에서 볼 수 있듯이 1985년대 이후 미국의 교회(교회, 성당, 회당) 교인 수는 계속된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2020년에는 교회 교인 수가 인구의 절반 이하로 떨어져 있다 (도표 참조).  특히, 밀레니얼 세대와 같은 젊은 세대 중에서 그 감소 추세가 두드러진다. 2020의 감소는 코로나 사태와 연관되어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아, 당분간 교회(교회, 성당, 회당) 교인 수 감소는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교회(교회, 성당, 회당) 교인 수 감소 추세

          2000년 이후 한국인과 미국인들이 제도 종교로부터 떠나는 현상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과는 대조적으로, 사람들의 영성에 대한 관심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구글 엔그램(Google Ngram)에 의하면 ‘영성’이란 단어의 사용 빈도 가 1980년 이후 급증하여 왔음을 알 수 있다. 구글 엔그램 도표(Google Ngram)는 영어로 간행된 책들 속에 나타난 특정 단어의 빈도수를 알려 준다. 이는 사회 문화적인 변화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도구이다.

구글 엔그램 (Google Ngram)에 나타난 ‘Spirituality’ 사용 빈도 추세

          기독교인들은 물론, 다른 종교인들, 그리고 명상, 자기 초월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영성(靈性)이란 말을 사용한다. 심성(心性)이란 말이 일반적이듯이, 영성(靈性)도 일반적인 말이다. 절반이 넘는 영국인들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자신에게 영적인 면(spiritual side)이 있다고 응답했다(BBC, April 7, 2018).

          한편으로, 영어의 ‘spirit(영)’이란 말은 19세기 중반 이후 그 사용 빈도가 상당히 감소하였다. 비교적, 최근(2010)에는 그 사용 빈도가 증가하고 있지만, ‘spirituality(영성)’이란 말의 인기와는 비교할 수 없다. 오히려 ‘spiritual(영적)’ 이란 형용사의 사용 빈도가 ‘spirit(영)’의 사용 빈도보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엄연히, ‘spirit(영)’이란 명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형용사의 명사 격인 ‘spirituality(영성)’을 선호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성경에서 나타나는 ‘하나님의 영(The Spirit)’과 사람의 ‘영(spirit)’이란 말과 연관이 있다. 종교가 없는 사람들은 성경에서 나오는 용어보다 일반적인 용어를 선호할 것이다. 이와 함께, 사람들에게 익숙한 용어, ‘마음(mind)’과 ‘정신(psyche)’은 사람의 ‘영(spirit)’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러한 ‘영(spirit)’과 관계된 광범위한 내용을 포괄하려는 의도 때문에 ‘영성(spirituality)’이란 말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구글 엔그램 (Google Ngram)에 나타난 ‘spirit’ 사용 빈도 추세

          표준 국어대사전에서 영성(靈性, spirituality)은 ‘사람의 신령한 품성이나 성질’이다. 오늘날, 일반화된 의미의 영성은 사람의 초자연적 감각, 영적인 것을 느끼는 마음의 기능을 말한다. 한국인들이 영성(靈性)이란 말을 일반적으로 사용한 것은 한국 기독교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이다. 그러면, 한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영성을 어떻게 지칭하고 표현했을까?  

          한자에서 사람의 영성에 가장 가까운 단어는 덕성(德性)이라 생각한다. 전통적으로, 한국인들은 덕(德)이란 말로써 영성을 지칭하고 표현하였다. 덕(德)은 한국인들의 이름에 흔히 사용한다. 한국인에게 덕(德)은 친숙하면서도 중요한 가치이다. 예를 들면, 도덕(道德)은 도(道)와 덕(德)이 합쳐진 말이다. 길 도(道)는 이해하기 쉽고, 그 쓰임새도 흔하다. 반면, 덕(德)은 흔히 쓰지만,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이다. 분명한 사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영성의 실체와 역할을 표현해 왔다. 덕(德)이란 영성의 실체이지만, 교육이나 수양을 통해 성취된 영성의 현상들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덕이란 말의 쓰임새를 보면, 덕은 쌓거나, 베풀거나, 누리는 것이다. 사회를 이롭게 하는 착한 덕을 선덕(善德), 해악을 끼치는 덕을 악덕(惡德)이라 한다.  덕이 사회와 아름다울 때, 미덕(美德)이라 한다. 어떤 사람의 사회성을 두고, ‘덕이 있다’, ‘박덕(薄德)하다’, ‘후덕(厚德)하다’라고 한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때, 흔히 ‘부덕(不德)의 소치’라 한다. 이러한 쓰임새로 미루어보아, 덕(德)은 양(量)이 아닌, 질(質)의 개념이다. 덕은 개인의 유익에 쓰이는 힘이라기보다, 인간 사회를 유익하게 하는 영의 품성이나 성질을 말한다.

            최근 한국인의 종교인 비율이 줄어들고 있지만, 영성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지 않으며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한 듯, 일반인들의 요가, 단식, 명상, 호흡, 체조, 마음 수련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개인적이며 산발적이다. 또한, 개인이 영리를 목적으로 제공하는 영성 프로그램의 내용과 질을 믿기도 어렵다. 영성은 개인의 품성이기도 하지만, 속한 사회의 품성이기도 하다. 자신의 영성을 수련하려는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기독교 기관들이 일반인들의 영성 수련에 대한 관심에 부응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공해 주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본래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