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상석 Jun 05. 2022

외따움(solitude)

        국어사전은 ‘외로움(loneliness)’을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으로 풀이한다. 그러면, 홀로 되어 호젓하고 편안한 마음이나 느낌을 표현하는 낱말은 없을까? 영어 단어, ‘solitude’로써 이러한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solitude’를 주로 고독(孤獨)으로 번역하고 있는데, 그 의미가 고독과는 상당히 다르다. 국어사전은 ‘고독’을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으로 풀이하고 있다. ‘고독’이란 말의 의미는 ‘외로움’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독감(孤獨感)’이나 ‘고독사(孤獨死)’란 말의 쓰임새도 고독의 사전적인 의미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solitude’와 ‘고독’의 의미는 상당히 다르다. 옥스포드 영어사전은 ‘solitude’를 ‘혼자된 상태나 상황’으로 설명한다. 한자 말, ‘고독(孤獨)’은 홀로 되어 외롭고 쓸쓸하게 된 상태를 표현하지만, ‘solitude’는 혼자된 상태나 외딴 장소만을 의미한다. 혼자된 상태에서 꼭 외롭고 쓸쓸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혼자된 상태에서, 외로움(loneliness)을 느낄 수 있지만, 호젓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신학자, 폴 틸리히(Paul Johannes Tillich, 1963)는 ‘lonelines(외로움)’는 혼자됨(being alone)의 고통을 표현하기 위해서, ‘solitude’는 혼자됨의 즐거움을 표현하기 위한 말이다”라고 잘 구분하여 설명했다.  

         갈릴리 호숫가에서 많은 무리가 예수를 따랐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제자들은 먹을 겨를도 없었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너희는 따로 외딴곳에 가서 잠시 쉬라”라고 권했다. 제자들은 배를 타고 외딴 사막 지역으로 들어가 쉬었다. 오늘날도 많은 사람이 의미 있는 활동과 휴식을 위해, 외딴곳을 선택한다. 과학자이며 발명가인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는 “방해받지 않고 혼자 있을 때, 나의 정신은 더 맑고 뚜렷해진다. 외부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로울 때, 창의성과 독창성이 살아난다. 그래서, ‘solitude’는 발명의 비밀이다.”라고 말했다.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도 혼자서 일할 경우가 많았지만, 그는 항시 진리, 아름다움, 그리고 정의를 추구하는 보이지 않는 공동체에 소속해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공동체와의 연대감이 분명하면, 일시적인 혼자됨은 오히려 생산적이며 즐겁게 지낼 수 있다.

         저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업랜드라는 도시에 살고 있는데, 가까이 남가주에서 가장 높은 산중의 하나인 대머리 (Mt. Boldy) 있다. 저자는  산으로 자주 등산을 가는데,  등산로에 ‘solitude’ 말이 들어간 안내문이 있다.   


Please use the area in a manner which will leave no trace so that the next hikers will also find the beauty and solitude they seek.

다음 등산객들도 아름다움과 외따움을 즐길 수 있도록, 이 지역을 떠날 때는 자연에 아무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Solitude. Respect the solitude of others. Use low voices. Wear colors that blend with the landscape.

외따움. 다른 사람의 외따움을 존중해 주십시오. 낮은 목소리를 사용하세요. 자연환경과 어울리는 색깔의 옷을 입어 주세요.  


         위의 예문에서, ‘solitude’를 ‘고독(孤獨)’으로 번역하면, 문맥이 부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오역에 가깝게 된다. 그래서, ‘외딴’이란 우리말에서 ‘외따움’을 만들어 ‘solitude’에 상당하는 말로 번역해 보았다. 문맥이 훨씬 부드럽고 의미 전달도 자연스럽다.

         “사람은 낙원에서조차 혼자일 수 없다”라는 서양 속담처럼,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이지만, 독립된 개체로서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적인 연대감과 마찬가지로 외따움(solitude)도 인간 존재의 한 조건이다.

작가의 이전글 사회정의(social justice)의 두 가지 원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