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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상석 Nov 06. 2023

균형, 불균형, 그리고 통찰

         ‘균형(equilibrium)’은 자연과학, 사회, 심리, 경제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다. 사실, ‘균형’은 우주 질서를 설명하는 한 개념이다. 우주 질서는 균형 가운데 있고, 그 상태를 유지하기를 원한다. 만약, 경쟁적인 힘으로 균형이 깨어지면, 부자연스럽고, 질서가 깨어진 ‘불균형(disequilibrium)’ 상태가 된다. 불균형 상태에서, 우주 질서는 균형 상태로 돌아가려는 힘을 발휘한다. 동양에서 만물의 움직임과 사회적 현상을 음양의 조화로 설명하는 것과 비슷하다.

         평형대(balance beam) 위에서의 움직임은 ‘균형’과 ‘불균형’ 사이의 역학 관계를 잘 보여준다. 평형대 위에서 운동하려면, 불균형이 있게 마련이다. 항상 균형만을 유지하려면, 어떤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나친 동작이나 기교는 균형을 잃게 하고 균형대에서 떨어지게 만든다. 균형의 순간은 다음 동작을 위해서이며, 한 동작 뒤에는 반드시 불균형이 따른다.

         ‘대기 순환 (atmospheric circulation)이란 태양열, 지구의 자전, 위도 등에 영향받아 생기는 지역 간 대기온도의 불균형을 해소하려 일어나는 공기의 흐름이다. 자본과 부채가 같을 때 균형 상태가 된다. 하지만, 투자하게 되면 부채 비중이 높아지고 불균형 상태가 된다. 불균형 상태에서, 기업은 생산성을 향상하고 경쟁력을 높이려고 노력하게 된다. 정치에서, 보수와 진보는 다 같이 나라의 역사 발전을 위해 움직인다. 움직임 속에서 발생한 지역, 계층, 집단, 세대 간에 발생한 불균형 상태를 해소하려는 노력도 하게 된다. 이와 함께, 정치는 이념 갈등에서 또 다른 차원의 균형과 불균형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주입식 교육에서, 문제와 답을 잘 가르쳐 주고 잘 외우면 성공적이다. 하지만, 암기력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현장에서 더 필요하다. 문제가 생기면 불균형 상태가 되고, 해결하면 균형 상태가 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인생은 철들어 간다.

         사람의 마음은 균형 있는 상태에 있기를 바라며 균형 있는 상태를 유지하기를 바란다. 사실, 마음은 문제나 어려움을 미리 피하려고 한다. 그런데도, 문제나 어려움을 만나면, 마음은 불균형 상태가 되므로, 곧 균형 있는 상태로 되돌아가기를 원한다. 이때, 혼으로서의 사람은 ‘영적인 눈’을 통한 ‘통찰’을 하게 된다.  

         ‘통찰(洞察)’에 쓰인 한자 말은 ‘밝을 통(洞)’, ‘살필 찰(察)’이며, 사물이나 현상을 밝히 보고 직관적인 이해를 얻는 능력을 뜻한다. ‘통찰(洞察)’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는 ‘insight’이다. 글자 그대로 ‘내적(in) 시력(sight)’이란 뜻이다.

         통찰은 ‘유레카 순간(eureka moment)’ 또는 ‘아하 순간(Aha moment)’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전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문제나 개념이 갑작스럽게 이해되는 순간적인 통찰의 경험을 뜻한다.

         유레카(eureka)라는 말은 발명이나 발견을 축하할 때 쓰이는 감탄사이며, 고대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Archimedes)의 발명에 관한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다. 아르키메데스는 국왕으로부터 한 금관의 순도를 알아내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행착오를 거듭하던 중, 쉴 겸 해서 공중목욕탕으로 갔다. 그는 자기 몸을 욕탕에 잠글 때, 물이 넘쳐 나가는 것을 보았다. 이때, 넘쳐나는 물의 양은 물속에 잠기는 물체의 양과 같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 순간, 아르키메데스는 벗은 채로 집으로 달려가면서 ‘eureka,’ ‘eureka’라고 외쳤다고 한다.

         통찰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마주치는 여러 종류의 문제 해결에 필요하다. 새로운 문제에 부딪혀 시행착오를 거듭할 때, 과거의 경험으로 문제를 풀 수 없을 때, 통찰의 순간이 필요하다. 통찰은 내적 시력, 즉 ‘영적인 눈 (spiritual eyes)’을 통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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