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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상석 Jul 02. 2022

'극기'와 '자기부정'

자아, 버리거나 죽여야 할 대상인가?

            담배 피우는 것이 건강에 안 좋은 줄 안다. 끊기로 작심하고, 사흘 후 다시 피우는 경우가 있다. 머리로 알고, 마음에 작정하지만, 육체의 욕구가 마음의 바램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경우이다. 이처럼, 육체의 욕구와 마음의 소원이 갈등하고 대립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 자제(自制, self-control), 극기(克己, self-overcoming), 그리고 자기부정(自己不定, self-denial)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된다.

            국어사전에서 ‘자제(自制, self-control)’란 “자기의 감정이나 욕망을 스스로 억제함”이라 설명한다. ‘자제’는 ‘극기’와 비슷한 말이지만, 그 용법이 일반적이고 광범위하다. 또한, ‘자제’는 그 억제나 통제의 대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아래의 예문에서 자제의 대상은 ‘해외여행’이다.

예문: 시민 단체는 호화 해외여행에 대한 자제를 촉구했다.

            국어사전에서 ‘극기(克己, self-overcoming)’란 “자기의 감정이나 욕심, 충동 따위를 이성적 의지로 눌러 이김”이라 설명한다. ‘극기’하면, 해병대의 ‘극기 훈련’이나 유교의 실천 방안인 ‘극기복례(克己復禮)’가 연상된다. 심지어, ‘극기 훈련’을 통해 살 빼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극기’는 어떤 목적이나 가치와 함께 사용한다. ‘자제’는 그 대상을 분명히 하지만, ‘극기’는 그 목적을 분명히 한다. 또한, ‘극기’는 ‘자제’만큼 그 용법이 일반적이지 않다.   

            ‘자기부정(自己不定, self-denial)’은 ‘극기’와 비슷한 말이다. ‘자기부정’은 영광된 목적을 위해서, 자신의 욕구, 관심, 필요를 거부하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희생함을 의미한다. 생명과 희생은 차원 높은 동기나 믿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이 말은 사회적 또는 신앙적인 희생에 더 적합한 용어이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deny)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라고 한 말씀은 영광된 목적을 위한 자기부정을 의미한다. 사도바울의 “나는 날마다 죽노라”라는 고백도 '자기부정'과 ‘희생’의 의미로 읽어야 한다.

             '자기부정'보다 더 귀한 희생을 요구하는 용어는 없다. 생명보다 더 귀한 희생이 있겠는가? 그런데, 이러한 용어 대신에, ‘자아를 버리자’ 라거나 ‘자아를 죽이자’라고 하면 어떻게 되는가? 자아는 영과 혼을 포함하는 한 인격의 주체이다. 자아(自我)를 버린다는 말은 자기(自己)를 버린다는 말과 같다. 자기를 버리면 ‘극기’할 자기도 없고 ‘자기부정’도 없어진다. 자아는 올바르고 새롭게 해야 할 대상이지, 버리거나 죽여야 할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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