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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상석 Dec 20. 2022

하늘과 하늘나라

        한 ‘나라’를 이루기 위해서는 일정한 영토, 하나의 통치권, 그리고 공통된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국민이 있어야 한다. 간단히, 영토, 통치권, 국민은 나라를 이루는 삼 요소이다. 이 중 어떤 한 요소를 강조할 때, 나라의 호칭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호칭으로써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 ‘한국(Korea)’, ‘남한(South Korea)’ 등이 있다. ‘대한민국’은 한 나라의 통치체계를 포함하는 정식 명칭이며, 남한(South Korea)은 공간 개념이 들어간 명칭이다. 우리는 상황과 문맥에 따라서, 적절한 호칭을 선택적으로 사용한다. 예를 들면, 해외여행 중, “당신은 어느 나라에서 왔습니까?”라고 물으면, “나는 남한에서 왔습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올림픽 같은 국제적인 행사에서는 정식 명칭인 ‘대한민국’을 사용한다. 

         성경에서 나타나는 ‘하늘나라’도 여러 호칭을 가진다. ‘하늘’과 ‘하늘나라’는 같은 나라이지만, 강조점이나 문맥에 따라 적절한 명칭을 골라서 사용한다. ‘하늘나라’에 해당하는 헬라어 원어는 ‘바실레이아(나라) 톤 우라논(하늘들)’이다. ‘우라논’이 ‘공간’과 ‘장소’를 의미하는 반면, ‘바실레이아’는 ‘통치권’을 의미한다. 그래서, ‘하늘나라’는 하늘과 땅에 있는 하느님의 통치권이 미치는 영역으로 이해할 수 있다. 

         ‘땅’과 ‘하늘,’ ‘지상’과 ‘천상,’ 그리고 ‘세상나라’와 ‘하늘나라’가 서로 대비를 이룬다. 성경은 문맥이나 대비하는 개념에 따라서, ‘하늘’과 ‘하늘나라’를 적절히 사용한다. 예수께서 가르치신 기도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가 임하시오며, 

         이 기도문에서 나오는 ‘하늘’은 ‘땅’과 대비된다. ‘나라’는 ‘하늘나라’ 또는 ‘하나님 나라’을 지칭한다. ‘하늘’과 ‘하늘나라’는 같은 의미이지만, 대비와 강조점에 따라 적절히 선택해서 사용해야 할 용어이다. 

         마태복음에 나오는 다음 구절에서 ‘하늘나라’와 ‘열쇠(주권, 主權)’가 짝을 이루고, ‘하늘’과 ‘땅’이 대비된다. 

내가 하늘나라의 열쇠를 너에게 주겠다.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며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하늘’은 ‘하늘나라’를 다르게 지칭하는 말이지만, 성경은 ‘하늘’과 ‘하늘나라’를 상호 치환하지 않는다. 성경에서 ‘하늘’에 해당하는 헬라어 원어, ‘우라노스’는 항시 ‘하늘’로 번역되지만, ‘천국’으로 번역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영어 성경도 이 원어를 일관되게 ‘heavens’로 번역한다. 

         그렇다고 해서, 일반적인 영어-한글 번역이 성경 번역과 같은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 번역에서 ‘heaven’은 우리말 ‘천국’으로 번역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래서, 기독교 서적이나 교리서 등은 ‘heaven’을 ‘하늘’보다는 ‘천국’으로 번역하므로 개념 정립에 혼돈을 준다. ‘하늘(heaven)’은 ‘나라’ 개념을 내포하지 않지만, ‘천국’은 ‘나라’ 개념을 포함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가지 용어를 서로 바꾸어 사용해서는 안 되며, 문맥과 대비하는 개념에 따라 적절히 사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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