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상석 Jan 05. 2023

보편 교회란 무엇이며 어떤 역할을 할까?

         한국 개신교회와 가톨릭교회는 각종 예배, 미사, 기도회 등에서 사도신경(The Apostles Creed)을 사용한다. 기독교인이라면, 신앙의 주체인 내가 무엇을 믿는지 사도신경을 통해 고백하므로 아주 중요한 기도문이다.  


사도신경 (새 번역)

나는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천지의 창조주를 믿습니다.
 나는 그의 유일하신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습니다.
 그는 성령으로 잉태되어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나시고,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아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장사된 지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셨으며,
 하늘에 오르시어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다가,
 거기로부터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십니다.
 나는 성령을 믿으며, 거룩한 공교회와 성도의 교제와
 죄를 용서받는 것과 몸의 부활과 영생을 믿습니다.
 아멘.


         사도신경에는 ‘거룩한 공교회(公敎會, the holy catholic Church)’을 믿는다는 고백이 들어있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이 ‘공교회’를 ‘보편 교회(普遍敎會, catholic church)’라 부른다. 그러면, ‘공교회(보편 교회)’란 무엇일까? 왜 ‘거룩한 공교회(보편 교회)’를 믿는다는 고백이 사도신경에 들어 있을까?

보편적이란?

         ‘가톨릭(catholic)’이라는 말은 ‘전체성’ 또는 ‘온전성’, ‘보편성’이라는 뜻이 있다(가톨릭 교리서, 830). 한자어, ‘보편(普遍)’은 ‘모든 것에 두루 미치거나 통하는’을 뜻하므로 가톨릭(catholic)과 잘 어울린다. 하지만, 한자 ‘공변될 공(公)’은 공평(公平)하다, 공식적(公式的)이라는 뜻이 있다. 공익(公益), 공공(公共), 공사(公私)와 같은 쓰임새를 보더라도 “catholic church”와 ‘공교회’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Catholic church’를 ‘공교회(公敎會)’보다 ‘보편 교회(普遍敎會)’라 이름함이 더 적절하다. 

         교회는 다음 두 가지 면에서 보편적이다. 교회는 그 안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시므로 보편 되다(가톨릭 교리서, 830). 다르게 말하면,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지 않는 교회는 보편교회에 속하지 않는다. 교회가 보편 된 또 하나의 이유는 예수께서 교회를 전 인류에게 파견하셨기 때문이다(가톨릭 교리서, 831). 교회가 다양한 국가, 사회, 문화, 환경 속에 뿌리를 내리고 세상 모든 지역에서 다양한 외적 모습을 갖고, 다양한 활동을 할지라도, 교회는 그 소명과 사명에서 보편적이다(가톨릭 교리서, 835). 

         보편 교회는 하나이며,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져 오는 특징이 있다(가톨릭 교리서 865). 지상의 모든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한 몸을 이루고 있으므로 하나이다. 개별 교회는 특정한 교파에 속하기도 하며, 특정한 목적을 가지기도 하며, 어떤 지역에 한정되기도 하지만, 하나의 보편교회에 속한다. 하지만, 어느 한 교파, 교회, 단체가 자기만이 보편교회의 전부라 주장해서는 안된다. 또한, 보편교회에 속하지 않은 모임이 교회라는 이름을 달고, 교회라고 주장해서도 안된다. 

         이와 함께, 보편 교회는 사도들의 가르침, 신앙고백, 전통, 역사를 이어가며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 보편 교회는 ‘주기도문’이나 ‘사도신경’과 같은 보편적인 신앙의 알맹이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보편 교회는 “예수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라는 사도 베드로의 신앙 고백 위에 서 있다.

개신교회 관점

         웨스트민스터 신앙 고백서(The 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 1647)는 한국 개신교회의 신앙적 근간이 되는 중요한 문서이다. 이 신앙 고백서에서 ‘공교회’란 전 세계를 통하여 참 종교를 고백하는 모든 자들과 그들의 자녀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이 공교회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나라이고 하나님의 집과 가족이라 말한다(25.2). 칼뱅은 공교회를 신자들이 교회의 보호와 지도를 받아 믿음의 목적지까지 전진하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외적인 은혜의 수단으로 본다(기독교강요 4,1). 그래서, 신자들은 내적인 성령의 보호와 도우심, 외적인 교회의 보호와 가르침을 받아 믿음의 목적지인 영생에 이르도록 전진하고 있다.

보편교회의 역할

         보편교회의 운영과 그 역할은 성경에 계시된, 기독교 역사에 드러난 만큼만 알 수 있다. 제한된 관점이지만, 보편 교회의 몇 가지 역할을 정리해 볼 수 있다. 

         보편 교회는 겨자씨처럼 자라고, 누룩처럼 퍼져나가 이 땅에 하늘나라를 임하게 한다. 보편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한 몸을 이룬 하나의 공동체이며, 이 공동체는 곧 이 땅에 임하는 하늘나라이다. 예수께서 지상에서 자신을 중심으로 제자들을 불러 모으실 때, 이 모임이 시작되었다. 예수를 중심으로 시작된 이 모임이 하늘나라의 싹이며 시작이다(가톨릭 교리서, 567항). 이 하늘나라는 종말에 완전하게 드러날 때까지,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룬 사람들 안에서 겨자씨처럼 자라고, 누룩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결국,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룬 사람들이 보편 교회로서 이 땅에 하늘나라를 완성해 가고 있다. 

         보편 교회는 신앙고백을 제정하고 이단을 배격하는 역할을 한다. 교회는 다양한 국가, 지역, 사회, 문화, 환경 속에 뿌리를 내리고 세상 모든 지역에서 다양한 외적 모습을 갖고 있지만, 보편 교회로서 하나이다. 교회는 교파, 교단, 개별 교회, 지역 교회, 특수 목적 교회로 다양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한다는 점에서 일체이다. 보편 교회로서 할 수 있는 중요한 연합 활동 중 하나는 세계 공의회이다. 초기의 세계 공의회(ecumenical councils)는 보편 교회의 전체 회의로 볼 수 있다. 제1차 니케아 공의회(325년)는 사도 신경을 제정함으로써 신도들이 무엇을 믿는지를 분명하게 하였으며 여러 가지 이단 이론을 배격할 수 있었다. 사도신경은 신앙 고백이기도 하지만, 기독교 이단을 구분하는 척도가 된다. 

         보편 교회는 개별 교회로서 할 수 없는 연합 활동을 하게 한다. 보편 교회는 국제적이거나, 국가적인 정치, 교육, 복지와 같은 대규모의 연합이 필요한 분야에서 협력하여 일할 수 있게 한다. 초창기의 개신교회(protestant)는 그 이름이 말하듯이 교회 권력의 남용을 개혁하고, 잘못된 교리를 바르게 하고, 교회 조직과 운영을 쇄신하였다. 세월이 지나면서, 개신 교회는 여러 문제로 인해 수많은 교파로 분열하였다. 분열은 대립과 갈등 속에서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개신 교회는 전반적으로 개별 교회 중심이라는 입장에 서게 되었다. 개별 교회 중심은 지역 교회 교우들의 필요에 창의적으로 잘 부응하지만, 국제적이거나, 국가적인 정치, 교육, 복지와 같은 대규모의 연합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취약하다. 이와 함께, 개별 교회 중심은 이단 활동에 효과적으로 대항하지 못한다. 개별 교회는 적들의 조직적인 활동에 대적할 힘과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편 교회는 사도로부터 이어져 오는 신앙의 유산을 계승하게 한다. 보편 교회는 역사, 전통, 성인과 순교자의 신앙 유산을 가지고 있다. 개신교회, 로마 가톨릭교회, 동방 가톨릭교회는 하나의 보편 교회에 속하여 있다. 특히, 로마 가톨릭교회는 기독교의 오랜 역사, 전통, 유 무형의 신앙 유산을 가지고 있다. 한국 가톨릭교회에는 103명의 순교자가 있다. 모두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다가 조선 정부의 박해로 한국 땅에서 피 흘려 순교한 신자들이다. 한국 개신 교회는 조선 말기, 일제 강점기, 해방, 한국 전쟁과 같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50여 명의 순교자와 순교자적인 삶을 살았던 신자들을 내놓았다. 교파를 넘어, 같은 민족, 같은 기독교회를 위해 피 흘려 순교한 순교자들의 신앙을 기리고 계승해야 한다. 보편 교회라는 일체감으로, 한국 기독교의 역사, 전통, 유산을 이어가야 한다. 특히, 개신교회는 사도신경의 ‘공교회’라는 이름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죽어서 가는 하늘나라가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