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사람의 얼굴
사람들은 누가 부자인지, 누가 가난한지를 쉽게 구분한다. 그리고 그것을 “잘 사는 사람”, “못 사는 사람”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 분류는 가난했던 시대의 사고방식이다. 오늘날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사회에서, 진짜 잘 사는 사람은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사람, 즉 통찰력과 유연성을 지닌 사람이다.
문제는 누구에게나 생긴다. 물질적 문제, 인간관계의 문제, 혹은 보이지 않는 마음의 문제까지. 어떤 문제는 피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문제는 마주하고 풀어야 한다. 그때 필요한 것은 유연성이다. 유연한 마음은 긍정적이고, 열린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긍정적인 사람은 주어진 자원을 잘 활용하고, 새로운 관점을 찾아내며,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협력적이다. 문제를 피하지 않고 마주할 때, 마음의 근육이 단련된다.
심리학자 칼 덩커(Karl Duncker, 1945)는 “촛불 문제”(Candle Problem)라는 실험을 통해 문제 해결의 본질을 보여주었다. 참여자에게는 세 가지 물건 ― 양초, 압정 상자, 성냥이 주어진다. “양초에 불을 붙이고, 촛물이 탁자에 떨어지지 않게 벽에 고정하라.”대부분의 사람은 압정을 이용해 양초를 벽에 직접 붙이려 하지만 실패한다. 그러나 압정이 들어 있던 상자를 양초받침으로 사용하는 순간 문제는 해결된다. 이 단순한 전환이 통찰의 핵심이다.
여러 집단을 통해 여러 조건들이 실험되었다. 상금을 조건으로 한 실험도 있었지만, 오히려 상금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공통적으로 밝혀진 한 조건은 압침으로 채운 통을 주었을 경우와 압침을 채우지 않은 통을 주었을 경우였다. 압침으로 채워지지 않은 빈통을 받은 집단이, 압침으로 채워진 통을 받은 집단보다,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였다. 압침으로 채워진 통을 받았을 경우, 참여자들은 쉽게 사고의 편견과 고정관념에 갇히게 되어,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못하는 사실을 보게 된다. 어떤 연구에서는 주어진 자료들의 이름에 밑줄을 그어주는 조건을 실험하였다. 양초 하나, 한통의 압침, 한통의 성냥처럼, 자료들에 밑줄을 그어주면 보다 많은 참여자들이 빨리 문제를 해결하였다.
저자의 가족이 겪은 한 사례가 있다. 2002년, 직장을 옮겨 싱가포르에서 미국으로 이주했을 때, 큰딸은 학제 차이로 어느 학교에도 바로 입학할 수 없었다. 그때 아내는 우연히 들른 전문대학에서 간호학과 등록 마감 안내를 보고, 즉시 입학을 결정했다. 딸과 함께 공부하며 졸업했고, 50세부터 67세까지 간호사로 일했다. 그 결정은 가족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이 이야기는 유연한 판단이 만들어낸 전환의 순간이다. 고정된 길을 고집했다면, 그때의 문제는 장애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야를 넓히면, 문제는 길이 된다. 문제는 피해야 할 장애가 아니라, 삶이 우리에게 보내는 초대장이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태도다. “풀 수 있다”는 믿음, 새로운 관점을 시도해 보는 용기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문제를 넘어서, 타인의 문제까지도 풀 수 있다. 균형과 유연성, 통찰과 용기 ― 그것이 진정 “잘 사는 사람”의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