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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상석 Jul 21. 2023

영성(靈性)과 덕성(德性)

         사람에게 영성(靈性, spirituality)이 있다면, 한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영성(靈性)을 어떻게 지칭하고 표현했을까? 한자(漢字)에서 영성(靈性)에 가장 가까운 단어는 덕성(德性)이라 생각한다. 전통적으로, 한국인들은 덕(德)이란 말로써 영성(靈性)을 지칭하고 표현하였다. 덕(德)은 한국인들의 이름에 흔히 사용한다. 한국인에게 덕(德)은 친숙하면서도 중요한 가치이다. 예를 들면, 도덕(道德)은 도(道)와 덕(德)이 합쳐진 말이다. 길 도(道)는 이해하기 쉽고, 그 쓰임새도 흔하다. 반면, 덕(德)은 흔히 쓰지만,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이다.

         허신許愼)의 설문해자(說文解字)는 덕(德)이란 “밖으로 다른 사람에게 바람직하고 안으로 나에게 획득된 것”이라 설명한다. 덕(德)이란 어떻게 보면 사람의 됨됨이, 그릇이라 할 수 있다.  더 구체적인 이해를 위해, 성경에 나오는 한 인물을 예로 들면서, 덕성과 영성을 연계하여 이해하려고 한다. 성경 속에서 가장 덕스러운 사람으로 예를 든다면 다윗일 것이다. 다윗은 숱한 어려움과 위기 상황을 겪으면서 자신의 덕성을 쌓고, 베풀고, 누렸다. 다윗의 덕성(德性)은 언제나 하늘의 뜻을 찾았고, 인내(忍耐)로써 그 뜻을 이루었다.

         다윗의 아들 압살롬이 반란을 일으켰다. 압살롬이 헤브론에서 반란 세력을 결집하여, 다윗이 거하는 예루살렘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평화 시의 예루살렘에는 왕궁을 지키는 소수의 군인과 지휘관들만 있었다. 그대로 있으면, 다윗왕과 왕궁에 거하는 모든 사람이 죽게 되었다. 다윗은 한시바삐 예루살렘 성을 빠져나가야 했다. 다윗이 피난길에 오르자, 그의 적과 친구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평화 시 몰랐던 적들이 표면 위로 부상했다. 아히도벨은 뛰어난 전략가였는데 반란 세력에 가담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다윗은 곧 아히도벨의 계획이 무산되도록 기도했다. 다윗의 친구, 후세는 피난 가는 다윗을 찾아와  함께 피난길에 동행하려 했다. 다윗은 후세에게 그렇게 하지 말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위장 전향하라고 권했다.  그리고 반란 세력의 정보를 수집하여 자신에게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압살롬이 예루살렘에 입성하자, 아히도벨이 먼저 자신의 책략을 압살롬에게 제시했다. 자신이 군사 만 이천 명을 뽑아서, 당장 다윗을 뒤쫓아가 그가 지쳐 있을 때 덮쳐서 다윗만을 죽이겠다고 말했다. 이 책략이 실행되었다면, 다윗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다음으로, 위장 전향한 후새가 책략을 내놓았다. 후세는 지금 급하게 다윗을 추격하기보다 좀 더 시간을 벌어서, 압살롬이 많은 군대를 이끌고 다윗을 추격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압살롬이 후새의 책략을 더 좋게 여겼다. 친구인 후세가 다윗에게 피난할 수 있는 하룻밤을 벌어주었다. 제사장의 두 아들이 다윗에게 밤중에 강을 건너 피난을 해야 한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다. 바르실래와 시바는 다윗과 그 일행에게 음식을 제공했다. 사울 왕의 손자 므비보셋은 다윗의 호의로 할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았다. 그는 다윗이 떠나면, 어쩌면 자신이 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었다. 시므이는 평소에 사울과 집안이라는 이유로, 다윗에게 앙심을 품고 있었다.   피난길에 지쳐있는 다윗을 향해 저주하고 일행들을 향해 돌을 던지며 흙먼지를 날렸다.  다윗의 용맹한 부하 아비새가 당장 가서 그의 머리를 잘라 버리겠다고 다윗에게 허락을 구했다. 다윗은 이 일을 허락지 않았다. 얼마 후, 다윗왕이 예루살렘으로 귀환할 때, 다시 시므이가 나타나 용서를 빌자, 그를 처형하지 않았다.  

         위기 상황을 관리하는 다윗의 자세는 동양의 현명한 군주의 처신과 닮아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란 원리가 아닌, 더욱 높은 영적인 원리를 따랐다. 사실, 그의 위기관리는 평소에 이루어져 왔다. 그가 평소에 베풀고 쌓은 덕이 위기를 당할 때 보은(報恩)과 충성(忠誠)으로 되돌아왔다. 다윗은 덕성이 풍부하며, 그릇이 큰 사람이며, 덕(德) 있는 군주였다.

         다윗은 자신을 욕하는 적들에게조차도 성급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다윗의 인내는 하늘의 뜻과 사람의 뜻을 나란히 하는 인(仁)의 모양을 닮았다. 참을 인(仁)은 사람(人)이 하늘의 뜻(一)에 자기 뜻(一)을 나란히 할 때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덕(美德)이다. 이처럼, 다윗의 영성(靈性)은 동양사상의 덕성(德性)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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