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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상석 Jul 30. 2023

한글 성경의 영과 혼에 대한 오역

         성경에서 영(spirit)과 혼(soul)이란 말은 아주 흔하게 나타난다. 킹제임스 한글 성경에서, ‘영(spirit)’이란 말이 523번, ‘혼(soul)’이란 말이 498번 나타난다. 성경에서, 영이나 혼이란 말이 ‘마음(mind)’이나 ‘몸(body)’이란 말보다 훨씬 더 많이 나온다. 성경은 사람의 영과 혼에 관한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대부분 한글 성경은 ‘영(spirit)’과 ‘혼(soul)’을 별개의 단어로 사용하지 않고, ‘영혼(靈魂)’이란 합성어로써 두루 표현한다. 개역개정 성경은 상당히 보수적인 번역본이지만, 아래에서 볼 수 있듯이 ‘영(spirit)’과 ‘혼(soul)’을 ‘영혼’으로 번역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오역이라 할 수 있다.      


개역개정 성경의 영과 혼 번역 예

예수께서 신 포도주를 받으신 후에 이르시되 다 이루었다 하시고 머리를 숙이니 영혼(spirit)이 떠나가시니라 (요 19:30)

영혼(spirit) 없는 몸이 죽은 것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 (약 2:26)


마리아가 이르되 내 영혼(my soul)이 주를 찬양하며 (눅 1:46)

또 내가 내 영혼(my soul)에게 이르되 영혼(soul)아 여러 해 쓸 물건을 많이 쌓아 두었으니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 하리라 하되 (눅 12:19)


         그러면, 성경에서 이 두 낱말의 쓰임새는 어떠하며, 그 차이점은 무엇일까? 성경 전체에서 두 낱말의 쓰임새를 살펴보고 그 차이점을 알아보는 일은 너무 광범위한 일이다. 그래서, 저자는 성경에서 영과 혼이란 말이 한 구절에 같이 쓰일 때, 이 두 낱말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살펴보았다. 저자는 킹제임스와 공동번역 성경을 살펴보았는데, 킹제임스 성경은 가장 보수적이며, 직역을 원칙으로 한 성경이므로, 공동번역은 뜻 중심의 번역을 자유롭게 사용한 성경이므로 선택하였다.

          성경 전체에서 영(spirit)과 혼(soul)이 같은 구절에 쓰인 경우는 일곱 번이다.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킹제임스 성경은 해당하는 원어를 일관되게 영(spirit)과 혼(soul)으로 번역하고 있다. 반면에, 공동번역은 영(spirit)에 해당하는 원어를 문맥에 따라, ‘정신,’ ‘가슴,’ ‘심정,’ ‘용기,’ ‘존재,’ ‘심령’으로 번역하고 있으며, 혼(soul)에 해당하는 말은 ‘속,’ ‘마음,’ ‘사람,’ ‘존재,’ ‘영혼’으로 번역하고 있다. 다른 한글 성경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동번역처럼 ‘영(spirit)’과 ‘혼(soul)’을 문맥에 따라 다양하게 번역하고 있다.

킹제임스 성경 영과  번역 

한나가 대답하여 이르되, 내 주여, 그렇지 아니하니이다. 나는 (spirit)이 슬픈 여자이니이다. 내가 포도주나 독주를 마시지 아니하고 다만 {주} 앞에 내 (soul)을 쏟아 놓았을 뿐이오니 (삼상 1:15) 

그런즉 내가 내 입을 금하지 아니하고 내 (spirit)이 번민 중에 말하며 내 (soul)이 고통 중에 불평하리이다. (욥 7:11)

밤에 내가 내 (soul)으로 주를 사모하였사온즉 참으로 아침 일찍 내 속에서 내 (spirit)으로 주를 찾으오리니 주의 심판이 땅에 있을 때에 세상의 거주민들이 의를 배우리이다. (사 26:9)

내가 영원히 다투지 아니하며 내가 항상 노하지 아니하리니 이는 (spirit)과 및 내가 만든 (soul)들이 내 앞에서 쇠할 것이기 때문이라. (사 57:16)

그러므로 기록된 바, 첫 사람 아담은 살아 있는 (soul)이 되었더라, 함과 같이 마지막 아담은 살려 주는 (spirit)이 되셨느니라. (고전 15:45)

평강의 바로 그 [하나님]께서 너희를 온전하게 거룩히 구별하시기를 원하노라. 내가 [하나님]께 기도하여 너희의 온 (spirit)과 (soul)과 몸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실 때까지 흠 없이 보존해 주시기를 구하노라. (살전 5:23)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권능이 있으며 양날 달린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soul)과 (spirit)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둘로 나누기까지 하고 또 마음의 생각과 의도를 분별하는 분이시니 (히 4:12)

공동번역 성경 영과  번역  

한나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사제님! 저는 정신(spirit)이 말짱합니다. 포도주도 소주도 마시지 않았습니다. 저는 야훼께 제 (my soul)을 털어놓고 있습니다. (삼상 1:15)

그런데 나 어찌 입을 다물고만 있겠습니까? 가슴(spirit)이 메어 하소연하고 마음(soul)이 아파 울부짖지 않을 수 없사옵니다. (욥 7:11)

밤새도록 당신을 그리는 이 마음(soul), 아침이 되어 당신을 찾는 이 간절한 심정(spirit)! 당신의 법이 세상에 빛나는 때 세상 주민들은 비로소 정의를 배울 것입니다. (사 26:9)

내가 언제까지나 따지기만 하랴? 항상 노여워하기만 하랴? 사람(soul)은 나에게서 용기를 얻고 나에게서 생명의 숨결(spirit)을 받는다. (사 57:16)

성경에 기록된 대로 첫 사람 아담은 생명 있는 존재(soul)가 되었지만 나중 아담은 생명을 주는 영적 존재(spirit)가 되셨습니다. (고전 15:45)

평화의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온전히 거룩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시기를 빕니다. 또 여러분의 심령(spirit)과 영혼(soul)과 육체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시는 날까지 완전하고 흠 없게 지켜주시기를 빕니다. (살전 5:23)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더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영혼(soul)과 정신(spirit)을 갈라놓고 관절과 골수를 쪼개어 그 마음속에 품은 생각과 속셈을 드러냅니다. (히 4:12)

         공동번역과 같은 번역은 문맥상의 이해를 돕지만, 두 낱말이 가진 본래의 의미를 잃게 한다. 또한, 두 단어의 쓰임새가 성경마다 달라서, 영(spirit)과 혼(soul)이란 용어에 대한 혼돈을 불려 일으킨다. 특히, 킹제임스 성경에서 ‘영(spirit, 靈)’으로 번역한 히브리어 단어, ‘루아흐(ruach),’ 그리스 말은 ‘뉴마(pneuma)’를 ‘영혼’으로 번역하면 오역이 된다.  

         성경의 여러 번역본들은 다른 용어들을 사용하여 사람의 ‘영(spirit)’과 ‘혼(soul)’을 지칭하고 있다. 특히, 의미 전달을 중시하는 성경 번역본은 영(spirit)에 해당하는 원어를 문맥에 따라, ‘정신,’ ‘가슴,’ ‘심정,’ ‘용기,’ ‘존재,’ ‘심령’으로, 혼(soul)에 해당하는 원어를 ‘속,’ ‘마음,’ ‘사람,’ ‘존재,’ ‘영혼’ 등으로 의역(意譯)하고 있다. 그 결과, 성경의 가장 중요한 용어인 ‘영(spirit)’과 ‘혼(soul)’이란 말 자체를 한글 성경에서 찾을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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