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얘기는 한 철 지나가는 유행을 넘어 대화의 기본 주제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지인과의 스몰 토크에서부터 이제는 방송에까지 MBTI 검사를 진행하고 이른바 '과몰입'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이런 요즘, 김영하 작가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와 MBTI 검사에 회의를 가지고 있다 말한다. MBTI 검사는 '내가 보는 나'에 대해 답하는 것이기 때문에 타인이 보는 나의 모습과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일견 타당한 지적이다. MBTI 는 자기보고형(self-report) 검사로, 우리는 철저히 자신의 관점에서 문항에 답한다. 이 때문에 문항에 답할 때 우리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 무의식 중에 솔직하지 못한 답을 하거나, '내가 보는 내 모습'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내 모습'에 가깝도록 문항에 답하게 되는 것이다.
이 점을 쉽게 잊은 채 MBTI 검사를 마친 우리는 해설을 찾아 읽으며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자신을 잘 이해하게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사실 검사를 통해 알게된 자신은 반쪽짜리 자기 모습이라는 점에서 객관적이지 못하다. 그리고 나는 이 점에서 문득, 샤이니 태민이 과거 라디오에서 했던 인터뷰가 떠올랐다.
DJ : 막내 태민군은 어때요? '왜 나에 대한 이런 오해를 갖고 계신거예요?' 이런 이야기 좀 해주세요.
태민 : 그런데 저는 그 오해라는게...뭐든지 사람 이미지는 오해로써 만들어지는 거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저도 저에 대한 오해로 인해서 만들어지는 것처럼...
죽을 때까지 아메리카 대륙을 인도라고 믿었던 콜롬버스처럼, 어쩌면 우리는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한평생을 오해하며 살다가 죽는 존재일지 모르겠다. 그러니 자신을 잘 안다는 오만, 그리고 여기서 비롯하여 남들에 대해 '쟤는 저런 애야'라고 쉽게 편견을 갖는 자세는 접어 두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우리가 어리둥절한 채 서로에게 상처 입히는 행위를 줄이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저는 인간들은 어리둥절한 채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다가 결국은 죽어 사라지는 존재라고 봐요. -김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