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보문산에서
내 한 걸음도 안 되는 거리를
안간힘으로
줄 타고 내려오는 자벌레,
하도 안쓰러워
자벌레가 매달린 생명줄을 잡고
조심스레 연록 이파리에 옮겨 주었다.
그런데 이 자벌레,
언제 그랬는지 내 팔목에
자신의 생명줄을 휘감아 놨다.
그래,
살든 죽든 그건 네 운명이지.
때 묻은 속인이 객기를 부렸구나.
네가 도달해야 할 너만의 거리를
내 기준으로 강탈한 어리석음!
자벌레를 만나면,
결단코
너의 곡예 하강을 바라보기만 할 것이다.
“내가 해도 되는데,
그냥 내버려 둬도 알아서 내려오는데,
너 때문에 너무 일찍 내려와
밥맛 떨어지는구나!”
자벌레 원망이
귓전에 들리는 듯,
그래서 자연 그대로가 좋은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