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울린 감동의 기다림"

- 옷 수선 가게 아저씨, 참말로 고맙습니다.

by 산골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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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끊자 체중이 늘었다. 뱃살까지 늘어 맞는 옷이 없다. 운동 부족에 술살까지 붙은 게 분명했다. 그러니 몸에 맞는 바지가 없다. 몇 개를 샀지만 정든 바지를 버릴 수는 없었다. 옷 수선가게에 들렀다. 다행히 바지 뒷부분에 늘이고 줄일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주인 아저씨는 늘여 입을 수 있게 해보겠다고 말씀하셨다.


일요일 오전, 여름 바지 두 개를 맡겼다. 월요일에 당장 입고 싶어 당일 오후까지 수선해달라고 부탁했다. 주인 아저씨는 밤 8시면 문을 닫으니까 그때까지 와 달라고 했다. 다른 일을 제쳐놓고 해준다는 말씀까지 얹어주셔서 꼭 그러겠노라 말씀드리고 옷 수선가게를 나왔다.


일요일이어서 근처에 사는 어머니께 놀러갔다. 어머니가 농사지은 상추, 열무, 가지랑 밥을 먹로 큰집 식구들과 오순도순 지내다 보니 밤 9시를 훌쩍 넘기고 말았다.


여덟 시에 문 닫는다고 하셨는데, 아홉 시를 넘기다니! 더구나 다른 일 제쳐 두고 내 옷부터 수선한다고 하셨는데, 약속을 어기다니! 죄송한 마음이 만주벌판이었다.


수선 가게는 우리집과 큰집 사이, 깊은 골목에 있었다. 설마 이 시간까지 계실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들을 돌렸다. 모퉁이를 지나 깊은 골목에 다다랐다.


세상에! 주인 아저씨가 가게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계셨다. 놀라움, 반가움, 미안함을 섞어 인사를 드렸다.

"아니, 아저씨, 혹시 제 옷 때문에 혹시 이 시간까지 기다리셨나요?"

"아믄유. 오늘 여덟 시까지 오시기로 한 분이면 내일 당장 입어야 할 옷일 틴디 지가 문 닫고 가버려봐유. 열 시까장 지둘릴라구 했던 참유."

쥐구멍에서 감동이 쏟아져 나왔다.

아저씨는 사다리꼴 모양으로 이쁘게 접어놓은 바지 두 개를 내어주면서 "늘인 표시 하나도 안 나게 잘 되었구만유"라는 말씀까지 해 주셨다.

흡족한 마음에 거듭 감사의 인사를 마치고 나오려는데, 수선가게 안에 몇 개의 맞춤옷들이 걸려 있었다.

"어어? 아저씨, 직접 옷도 만드시나요?"

"아, 그럼유, 지가 이래뵈도 양복쟁이로 먹고 산 사람이유."

"아, 그러세요. 이 옷 참 괜찮아 보이는데 이 스타일로 한 벌 할랍니다."

'마'라는 옷감으로 색상을 정하고 아래위 한 벌로 된 옷을 맞췄다. 아저씨는 이런 옷은 신사들이 입는 옷이라며 줄 자로 내 몸을 재며 종이 양식에 기입했다.

“아저씨! 요 색깔로 한 벌 더 해주세요!”


며칠이 지나 수선가게 아저씨가 만들어주신 새 옷을 입었다. 보는 이들이 멋있다고들 난리였다.


나는 아저씨 말씀대로 신사가 되었다.


아아, 살면서 약속 시간은 반드시 지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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