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 어느 날 갑자기, 텅! 비었다.

by 산골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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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 철사로 외날 만들어 곡예 비행을 했다. 가끔은 기체 결함에 날개 이상이 생겨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소나무 반듯한 놈 바닥에다 대못 대가리를 끊어내고 송곳을 만들었다. 꼭대기엔 윷가락처럼 손잡이를 만들었다. 손잡이랑 송곳을 연결하는 못이 자꾸만 삐져나와 손바닥을 찔러 피가 났다. 갑자기 나타난 스케이트에 놀라 내 썰매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래도 내 썰매가 좋았다. 썰매는 자부심이었다. 땀이 나고 지칠 때면 양지 바른 마른 논에 모여 자치기를 했다. 구슬치기를 했다. 딱지치기를 했다. 짚 덤불에 집을 짓고 여자 아이랑 잠들었다가 기분 좋게 혼쭐이 났다. 마당에 장작불을 피웠다. 대나무를 쪼개 활을 만들고 갈대를 잘라 화살을 만들었다. 산에 올라 활을 쏘았지만 언제나 허탕이었다. 허탕은 계속됐지만 무용담만 즐비했다. 이 동네 저 동네 그 동네 어른들이 모여 돼지를 잡았다. 하루 종일 풍악이 울렸다. 가오리 연이 높이높이 올라갈 때마다 내 꿈도 커졌다.

어느 날 갑자기,

텅! 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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