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학년 부장 소회
바다처럼 밀물과 썰물이 있고,
하루처럼 낮과 밤이 있고,
이대호나 박병호의 홈런을 보는 기분이다가도
김현수나 추신수의 벤치 신세를 보는 기분이기도 한
아주 기묘한 3학년 부장이라는 괴물.
일주일이 하루처럼 가고
하루는 두 번째 그녀의 냉정한 등돌림처럼 가도
소가 눈을 뜨고 있을 때가 한 평생인 벌레를 생각하며
이 삶도 올타쿠나 백묵을 잡는다.
애들 눈치,
학부모 눈치,
담임들 눈치,
1,2학년 부장 눈치,
교감교장 눈치,
학생부장과 학교 지킴이 눈치까지 보며
어르고 달래고 보듬고 달려왔건만
3월, 4월 모의고사 결과로
내 신언서판은 열등해졌다.
그래, 애시당초 결국은 대입시라는 거
살짝은 알고 있었지만
진짜 결국에는 모든 게 대입 결과인 것을!
나는 왜 학년부장을 하고야 말았던가.
왜 끝끝내 3학년 부장까지 해야만 했던가.
아녀, 어깨 축 처진 삼룡에게
나만 아는 상처 속에 방황하는 봉서에게
울 학교에 진짜 선생님 있냐고 항변하는 정의에게
학종에 목숨 거는 가짜들만 우대한다고 거품 무는 길동에게
아직 나 할 말 있어서 3학년 부장한다.
대학 안 가도 충분히 살만한 게 인생이라고
가출했다 돌아온,
목에 동아줄 걸다 다시 돌아온
양 몇 마리 위해 3학년 부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