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 4월은 추임새로 살려네.

by 산골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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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진이 내 마음에도 일었네.


쓰나미와 방사능과 기름값이

불안 공포로 일렁이곤 했네.


독한 겨울과 알싸한 3월이 가네.


창틀 구석에 쌓인 먼지,

그 뭉치 속으로

뿌리 내린

가녀린 들풀을 봤다지.


그리고 들보에 매단 동아줄을

끌어내렸다던 문학 청년처럼

어디 굵고굵은 희망 없을까

눈 크게 뜨는 4월이네.


삼월 끝날 오량산에 올랐네.


오동나무 우듬지에 가녀린 식솔들

그들을 거느린 둥근 몸통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빈대의 멀리뛰기만큼이나

넓은 잎을 만들고 있었네.


까마귀 까치가 제각각 집을 짓고

공중마다 선을 그어 악을 쓰며 싸우네.


흉조 길조가 제 영역이라 외치며

쫓고 쫓기며 전투 중이네.


누가 이기든 스스로 그러한 자연이련만

어딜 가나 나 서 있는 곳

사람과 자연 한 가지네.


수많은 전파들, 채널들, 안테나들이

4월 깊숙이 촉수를 들이밀어도

지독한 추위 견디고 피어난 꽃이 있으니

내 심장 뛰는 소리 주고 나누며

적어도 4월은 꽃과 함께 살고 싶네.


꽃이 걸어오는 소리

피어나는 소리

산이 파도처럼 밀려오듯

꽃이 구성지게 판소리를 하고 있네.


4월은 추임새로 살려네.



이제는 추억이 되어 버린 내 모교에서, 2011년 4월, 후쿠시마 원전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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