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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의 션샤인 Mar 17. 2023

왜 아저씨들은 골프와 테니스에 열광하는가?


 우리 회사는 사내망을 통해 직원들의 일부 정보를 공개한다.  입사 연도, 승진일, 근무 부서, 담당업무 등은 기본적으로 공개되고, 본인이 원할 경우 취미, 특기 등의 일부 정보도 오픈 가능하다. 그러고보면, 우리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취미 및 특기 개발을 강요당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어렸을 때 나의 취미는 무엇이었을까? 시키는 학교 공부를 열심히 했던 것 말고, 정말 즐겁게 뭔가를 했던 기억이 별로 없다. 그렇다고 남들보다 좀 더 잘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특기도 따로 없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달리기를, 중학교까지는 축구를 좀 잘했던 기억 정도... 악기를 다룰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미술이나 노래에 소질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학창시절 내내 누군가 내게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면 만만한 '영화감상' 이라고 답했던 것 같다. 영화든 TV든 가만히 누워서 뭔가를 보는게 제일 편하기도 했고, 즐겁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가끔은 취미가 독서라고 대답한 적도 있었다. 왠지 '영화감상' 보다는 좀 더 있어 보이는 듯한 취미... 근데 뭐 실제로 읽은 책이 몇 권 안 되어, 상대방과 책 이야기 해도 금방 이야깃거리가 소진되다보니, 취미를 독서라고 하기엔 자격 미달이었다.


 대학을 들어가고 나서, 영화감상이나 독서 외에 '여행'이라는 취미를 추가하였다. 대학생 정도 되었으면, 내 인생도 설계할 겸, 자유로이 여행도 다니고, 사진도 찍고... 이 정도는 해야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취미는 '여행'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근데, '여행'을 내가 정말 좋아하나? 새로운 곳을 떠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동네 여행이든, 국내 여행이든... 해외 여행이든, 여행은 누구에게나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내가 진짜 여행을 좋아하느냐고 다시 물어본다면, '그다지 썩~'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만일 지금 혼자서 여행을 가라고 해도 별로 썩 내키지 않거니와, 가족과 같이 여행을 가라고 해도, 물론 신나긴 하겠지만 호텔 잡고, 비행기 잡고, 맛집 챙기고, 애들 놀거리 계획하고... 다 내 일이라는 압박감이 먼저 밀려온다.


 현재, 회사 사내망에 나는 취미는 걷기, 특기는 글 읽기 및 글쓰기로 적어놨다.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지만 너무 평범한 것 같다. 뭔가를 추가하고 싶다. 예를들어 취미는 골프, 특기는 테니스, 이 정도...


 왜, 많은 40대 후반의 직장인들은 골프나 테니스를 좋아하게 되는걸까? 실제로 주변을 둘러보면 둘 다를 좋아하거나 최소한 둘 중에 하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등산, 낚시, 마라톤, 자전거 등을 취미로 가진 사람들이 훨씬 더 많겠지만, 환경에 제약이 있는 내 주변은 최소한 그렇다.


 일단, 몇 가지 공통점을 찾아보자. 첫째, 두 종목 모두 채로 휘두르는 운동이다. 타깃을 정하고 타깃을 향해 힘껏 휘두르면 끝이다. 속이 후련하다. 허리의 힘을 사용하든 팔의 힘을 사용하든 타깃을 힘껏 때리는 게 주된 힘 가속의 원리이다. 정타로 맞아 공이 멀리까지 또는 강하게 나갔을 때의 그 짜릿함! 직장인의 스트레스를 날려줄 만한 충분한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두 종목 모두 매우 예민하다. 골프야 말할 것도 없지만, 테니스 역시 그립의 두께, 라켓의 무게, 그물의 텐션 등에 따라서도 스트록의 강도나 정확도가 차이가 난다.

 셋째, 다른 운동에 비하여 돈이 많이 든다. 장비 구입부터 코트 또는 필드 예약에 매번 돈이 든다. 물론 초보자는 누군가의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데, 레슨비 역시 만만치 않다. 그러다 보니 진입장벽이 제법 높다. 즉 어느 정도의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한다. 넷째, 실력이 쉽게 늘지 않는다. 오늘은 좀 잘 친 것 같아도, 내일 되면 다시 제자리다. 모레는 괜찮을까 싶어 또 쳐봐도 매일반이다. 눈에 띄는 실력 향상은 보이기 어렵다. 정말 꾸준히 매일 연습을 해야 그나마 조금씩 레벨업이 되는 것 같다.

 다섯째, 어느 정도 레벨업이 되어야지, 다른 사람과 함께할 수 있다. 대충 조금은 쳐야  필드에 나가거나, 복식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두 종목 모두 네 명씩 짝 맞춰서 하는 것도 닮았다. 여섯 번째, 테니스나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골병을 앓고 있다. 다리를 절룩거린다던가, 오른쪽 어깨죽지가 아프다던가, 손목 또는 팔꿈치 통증은 달고 산다. 그러다가 게임을 하거나 필드에 나가면 싹 낫는다.


 물론, 큰 차이점들도 있다. 골프 연습은 혼자서 할 수 있다. 반면 테니스는 혼자서 연습조차 하기 힘들다.

함께하는 운동이다. 생활 체육 중에 혼자서만 하는 운동이 있겠냐만은, 등산, 자전거, 낚시 등에 비해서 골프와 테니스는 다른 사람과 더 어울려야 하는 운동임은 분명하다.


 40대 가장들은 외롭다. 직장인이든 자영업자든, 각자의 짐을 짊어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느 순간 보면, 학창 시절 친구들은 하나둘씩 멀어져 있어, 벌써 수년째 연락 한 번 못하고 지낸 친구들이 수두룩하다. 아이들, 아내, 또는 부모님을  사랑 하는 마음이 우선이지만, 부양에 대한 걱정도 항상 달고 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의무에 대한 부담이 내 어깨를 짓누를 때가 더욱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다른 누군가와 함께하는 운동을 기를 쓰고 쫓아가며 하려 하는가 보다. 옛날부터 이해가 잘 안 갔던 드라마 속 장면은, 40-50대 아저씨들이 주말 새벽부터 조기 동네 축구회에 나가서, 공 차고 대낮부터 술 먹고, 오후부터 낮잠 자고 저녁에 깨면 아내와 싸우고...하는 장면들이다. 도대체 왜 아저씨들은 주말을 이렇게 허무하게 보내지??


 지난주 토요일에 6시에 일어나서 두시간 동안 테니스를 치고,  바로 직장동료들과 골프 라운딩을 다녀왔다. 첫 홀의 드라이버를 치자마자 이런 생각부터 들었다. 아~, 오늘 운동도 많이 했으니, 빨리 끝내고 소맥 한잔 말아 먹어야지...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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