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깟 부장이 뭐라고! -
회사 생활 20년, 해외근무 10년... 만년 차장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겨우겨우 부장이 됐다.
발표 나기 바로 조금 전, 본사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축하해, O부장!'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그리고 눈물이 터졌다. 현지 휴일이라 홀로 사무실에 있었는데, 누가 봤으면 아마도 세상 이런 찌질이도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됐어, 됐어, 됐어... 뭐, 됐어??? 이~ 야호" 전화 너머였지만, 우린 부둥켜안고 같이 울었다. 엄마께,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승진발표가 계속 미루어지면서 나와 가족들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던 터라, 부모님의 환호와 울음소리로 내 가슴이 마구마구 부풀어 올랐다.
아마, 올해가 아니면 안 됐을 것이다. 12년간의 차장 생활을 평가받기 위하여, 연초부터 쉴 틈 없이 달려왔다. 그깟 부장이 뭐라고... 좌절, 자괴 그리고 자기 합리화의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1년간 단 한 편의 글을 쓸 수도, 단 한 권의 책을 읽을 수도 없었다. 일이 바빴고, 고민이 많았고, 마음이 답답했다.
그 시간의 가치를 돌려받았다는 생각에 이제 좀 살겠다. 인생의 한 막을 끝낸 느낌이다. 생각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야겠다.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