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게 주어진 6개월...

by 사막의 션샤인

그렇다고 내가 죽음을 앞두고 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말아 달라.

인생의 딸깍 고개를 간신히 넘은 듯하다. 바닥을 쳤던 몸과 마음이 지난 몇 주를 거쳐 차츰 회복됨을 느꼈고, 콘크리트를 들이부어 양생 하는 과정을 거치듯, 오늘도 조금은 더 단단해졌다.


지난 1년 반,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입사 20년이 지났고, 부장으로 승진되었다. 승진의 환희는 잠깐이었으나, 그 간의 노력과 걱정, 불안에 지친 마음은 쉽게 회복되지 못하였다.

작년 말, 딸의 고등학교 입학 문제로 아내와 나 그리고 딸은 괴로웠다. 결국 딸을 한국으로 혼자 보냈고, 반년의 시간을 홀로 견뎠던 딸은 결국 원하는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딸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올해 초부터는 아들의 대입에 집중했다. 아들이 IB Final 시험을 보는 동안, 몇 개월에 걸쳐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필요 서류를 준비했고, 얼마 전 대입원서 작성을 간신히 끝마쳤다. 그 사이 아들과 아내도 한국으로 들어갔고, 현지에 남겨진 집을 정리하고 이삿짐도 한국에 보냈다.


지쳤다. 회사일 외에도 나와 가족의 중대한 일들이 연속되어 힘들었다. 수많은 결정과 순간순간의 판단을 계속해야 하다 보니 아내와의 다툼도 잦아졌다. 불행히도 그 상태로 떨어져 있게 되어, 우리는 지금 한참의 회복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 사이, 독서와 걷기로 마음을 다스려왔고, 체력이 점차 회복되면서 침체되고 우울했던 기분들이 나아지고 있다.


6개월 뒤면 한국으로 완전히 복귀할 예정이다. 11년의 UAE 생활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간다. 물론, 회사를 떠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가 필요한 적절한 곳에 배치될 것이다. 기대도 되며, 걱정도 된다.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인생의 제2막을 시작하는 그런 느낌이다. 많은 것을 바꾸고 싶다. 타인을 대하는 나의 태도, 내가 가진 고정관념,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나의 가치관까지도 말이다.

삶의 실력을 키우고 싶다. 더 큰 꿈을 갖고 싶고, 지적 호기심이 많은 말랑 말랑한 사람이 되고 싶다. 독서와 명상 그리고 실행력이 절실하다. 더 나은 나를 위하여 남은 6개월간 그 기초를 쌓아 올리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AI 시대, IB 교육이 미래다.